글 서예지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3학년
jindodogoelise@naver.com
인생은 기승전결로 설명할 수 있는 드라마가 아니다. 실패를 겪으면 반전이 나올 법도 한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덕분에 예상치 못한 현실에 순응하고 대응하는 능력을 길렀다. 누구에게나 인생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순간이 있다.
그런 학생에게 등대가 되어주고 싶다. 파란만장해도 미래를 그리는 현실이 여기 있다고 말이다.
입학 후에도 계속된 전공 고민
우여곡절 끝에 입학한 대학에 처음 등교하던 날, 버스를 타고 언덕을 오르며 보이는 학교 풍경에 매우 설레었다. 다양한 가게가 줄지어 서 있고 정문 앞은 학생으로 북적였다. 수업에서는 막스 베버의 소명으로서의 정치에 대해 배우며, 정치 행위의 결과가 의도와 반대되더라도 대의에 대한 헌신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에 감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관심사가 확장되는 시기였기에 전공 선택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계속됐다.
숙명여대는 제1전공을 심화 과정으로 이수하거나 추가 전공을 선택해야 하므로 복수전공은 사실상 필수였다. 경영학부 복수전공이 취업에 유리하다는 교수님의 말씀을 참고하여 복수전공을 신청했다. 고민은 끝난 듯했으나 사회심리학과로 전과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에 제1전공과 관련하여 선택의 기로에 섰다.
정치외교학과는 중학생 때부터 쭉 흥미를 가졌던 분야인 데다 교직 과정이 설치돼 있었다. 전과하면 교직 이수 기회를 포기해야 했기에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확인하고자 사회심리학과의 전공 필수 수업을 들어보니 예상과 다른 부분이 있었다. 결국 전과 대신 정치외교학과에서 교직을 이수하는 방법을 선택했고 교직 이수에도 최종 선발됐다.
복수전공으로 경영학부를 선택했지만 해당 전공에큰 관심이 있진 않았고 정치외교학과의 학점을 채우기에도 바빴다. 그러던 중 진로 탐색과 관련한 수업을 알게 됐고, 교수님께 진로 상담을 받으며 학교에 다양한 연계 전공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콘텐츠 기획에 관심이 있던 내게 교수님께서 추천해주신 전공은 스토리텔링이었다.
하지만 3학년이 되자 졸업이 얼마 남지 않았고, 졸업 심사 학점 이수표를 확인하며 제1전공과 교직 이수만으로도 남은 학기를 바쁘게 지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그때부터 흥미가 아닌 단시간에 졸업해야 한다는 목표를 기준으로 선택하게 됐다. 고민에 고민을 거쳐 내린 결론은 정치외교학과 심화 전공 그리고 교직 이수다.
과제는 곧 경험치, 외국어는 또 다른 무기
대학 입학의 설렘은 잠깐이다.그러니 현실적인 대안을 일찍 탐색하는 것이 좋다. 우선 이수하려는 과정의 졸업 요건을 파악한 후, 강의 항목을 나누고 언제 몇 학점을 이수할지 여러 계획을 세운다. 예를 들어 제1전공의 전공 필수와 전공 선택, 복수전공의 전공 필수와 전공 선택 4개 항목으로 분류한 뒤 언제 몇 학점을 들을지 나눠보는 거다.
졸업 계획을 다양하게 준비할수록 변하는 상황에 대처하기도 수월해진다. 타 전공에 흥미가 생겨 수업을 듣고 싶다면 대체할 수 있는 교양 수업을 찾아 적용하는 식이다.
대학생의 또 다른 고민은 대외 활동이다. 나는 일단 학교생활에 충실하기로 했다. 2학년 1학기엔 수강하는 과목은 적었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바빴다. 팀플도 많았고 논문도 가장 많이 읽었다. 덕분에 팀플에 익숙해지며 요령이 생겼고 좋은 논문도 접할 수 있었고 논문 읽는 즐거움도 배웠다. 긴 리포트를 작성해낸 경험이 생겼고 학점 교류를 통해 다양한 수업도 수강해볼 수 있었다.
쉽지 않은 과제가 많아 힘들었지만 학기가 끝나고 돌아보니 고스란히 경험이 됐다. 수업에서 얻은 전공 지식에 더해 교수님께서 지나가듯이 추천하신 책을 찾다 보면 더 풍부한 지식을 접할 수 있다. 과제나 자기소개서 혹은 포트폴리오로 활용하거나 면접에서 답변할 정보가 되기도 한다. 즉, 기본에 충실할 때 응용이 가능하다.
혼자서도 공부할 수 있는 자격증과 공모전, 외국어와 포토샵 등 프로그램 공부도 빠트리지 말자. 특히 외국어는 하나라도 제대로 배워두면 어디서든 강점이 된다. 경험의 양에 집착하기보다는 당장 실전에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나가는 데 집중해보자. 또한 공부가 끝나면 노션 등에 그때그때 기록해두자. 지난 학기에 배운 주요 이론 및 학자의 이름, 깨달음을 줬던 부분이라도 간단하게 기록해둔다면 나중에 매우 유용한 북마크가 된다.
얼마 전에 봉사 활동을 하면서 내가 멘토가 됐던 중학생의 진로 고민을 들었다. 조급한 학생에게 나 역시 중학생 때 많은 계획을 했지만 오늘을 예상하진 못했다고, 지금 주어진 과제에 충실히 임하다 보면 알게 되는 게 있다고 답해줬다. 얘기하다 보니 현재의 나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답변 같다.
인생은 공부와 닮았다. 다음 개념을 배워야 알 수 있는 문제가 있다. 조금 전까지 진로를 정하지 못했는데 강의를 듣다가 갑자기 깨닫기도 한다. 조급해하지 말고 성실히 오늘을 살아내자. 삶의 개념을 배우고 미래에 적용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해답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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