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도현
한국교원대학교 초등교육과 2학년
dohyun3se@naver.com
입대 후 다시 수능을 보고 조금 늦은 나이에 한국교원대에 입학했다.
나에게 맞는 길을 찾기 위해 많은 방황을 거쳤고 수없이 고민했다.
여러 시도 끝에 어렴풋이 ‘나’에 대해 알게 되었고 현재는 대학 생활에 만족한다.
과거의 나처럼 방황하고 고민 중인 후배에게 나의 경험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
수능 코앞에 두고 선택 과목 변경
나는 내신 경쟁이 치열한 전국 단위로 선발하는 농어촌 자율학교에 다녔다. 내신 2~3등급은 지역 의대를 노려볼 만했고 4등급대도 명문대에 수시로 입학하기에 충분했다. 고1 때는 성적을 올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하지만 한 과목의 성적이 오르면 다른 과목의 성적이 떨어졌고 평균 성적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상위권 학생의 성적은 철옹성 같아서 뚫기가 힘들었다.
자연스럽게 고2 때부터 모의고사 기출문제를 풀면서 수능을 준비했다. 국어는 문제집을 풀면서 감을 익혔고 수학은 인터넷 강의를 들으면서 고난도 문제 풀이의 초석을 다졌다. 영어는 기초가 매우 부족했지만 국어와 수학에 집중하느라 공부를 거의 하지 못했다. <생명과학 I> <지구과학 I>은 수능 개념에 대한 기초 지식을 닦는 데 주력했다.
이과 계열이나 의대를 선호하는 학생이 많아 분위기에 휩쓸리듯 이과 계열을 선택한 나는 점점 공부에 흥미가 떨어져 급기야 수능을 150여 일 남기고 선택 과목을 문과 계열로 바꾸었다. 국어, 영어는 공통이었지만 새로 시작한 <수학> 나형, <동아시아사> <사회·문화>를 공부해야 했다. 하지만 수능 점수는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재도전을 결심하고 기숙형 재수 학원에 등록했다.
고등학교 3년을 기숙사에서 생활했는데 또 기숙학원에서 1년을 보내야 한다니. 가슴이 너무 답답했다. 4명이 함께 생활하는 방은 겨우 잠만 잘 수 있는 수준이었다. 물론 장점도 있었다. 아침, 점심, 저녁 모두 영양가가 높고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었고 강사진의 수업은 재미있고 유익했다. 기숙사 덕분에 늦은 시간까지 자습할 수 있었고 대부분 재수생이기 때문에 서로 의지할 수 있었다. 만약 혼자 공부했다면 생활 습관이 잡히지 않아 무너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말까지 강제로 자습해야 하는 시스템은 잘 맞지 않아 결국 일반 학원으로 옮겼다.
영어는 고3 전에 안정된 점수 확보해야
새로 옮긴 학원은 주변이 거의 술집이었고 면학 분위기를 해치는 시설이 많았다. 집이 청주라 식사와 숙박을 모두 제공하는 학사에서 지냈다. 방은 좁았지만 1인 1실이라 편했다. 토요일에는 거의 모든 시간을 자습에 할애했고 일요일에는 저녁 시간에만 공부했다. 자유로운 분위기라 기숙형 학원보다 나에게 더 잘 맞았다.
매번 모의고사가 끝나고 결과를 발표하는 날에는 명단에서 내 이름을 확인하며 의지를 다졌다. 학원에서는 논술도 대비할 수 있었는데 논술에 따로 시간을 할애하는 게 부담스러워서 그 시간에는 거의 자습을 했다.
6월 모의고사 결과, 다른 과목의 성적은 크게 올라서 걱정이 없었는데 영어가 문제였다. 최소 2등급은 확보해야 하는데 가끔 3등급이 나오기도 했다. 국어와 수학에 치중하다 보니 당연한 결과였다. 영어는 고3이 되기 전에 안정적으로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실력을 다져놓길 추천한다. 매일 EBS <수능특강>을 듣고 틈날 때마다 영어 단어를 외우면서 열심히 공부한 결과 결국 수능에서 2등급을 받았다.
수능은 11월에 치르기 때문에 재수를 해도 실제로 공부하는 기간은 9개월 정도다. 홍보만 보고 학원에 등록하거나 의존하기보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공부를 한다면 분명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아직도 그때 최선을 다하지 못한 점이 후회된다. 열심히 했지만 수능이 끝나고 모든 것을 소진했다는 느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군대에서 다시 한 번 수능을 치렀다. 모두들 결과와 관계없이 후회하지 않는 수험 생활을 하길 바란다.
댓글 0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