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강채린
연세대 행정학과 1학년 elsie9535@naver.com
삶은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간절히 바랐던 목표가 좌절되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희망을 찾기도 한다.
그러니 나처럼 실패가 두려운 학생에게 몇 번이나 돌아가더라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목적지가 분명하면 절대 길을 잃지 않는다. 조금 더 걸을 뿐이다.
인생의 첫 결실, 고등학교 진학
막연했던 진로가 IT와 경제로 좁혀졌던 중1 겨울, 관심 분야에 특화된 고등학교를 알게 되었다. 중학교에 적응하기 어려웠던 나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IT 특성화고등학교인 한국디지털미디어고에 가기 위해 노력했다.
전국구로 모집하는 학교였고 창업 우수자, 대회 수상자 등을 선발하는 특별전형에서 떨어지면 교과 성적으로 일반전형 재지원이 가능했다. 이 학교에 정말 가고 싶었던 나는 두 전형을 동시에 준비했다. 미성년자라서 사업자 등록증을 발급받고 상품을 판매하는 홈페이지를 만드는 과정이 정말 순탄치 않았다. 그에 비하면 내신 성적 관리는 쉽게 느껴질 정도였다. 다행히 특별전형으로 합격했는데 내 힘으로 이룬 첫 번째 성취였다.
고등학교에서는 적성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는데 특히 법이나 경제 수업이 재미있어서 금융계 진출을 목표로 세웠다. 최종 목표는 경영학과였다. 하지만 목표가 생기기 전의 나는 계획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대입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정하기 전까지는 하고 싶은 공부만 했기에 어떤 과목은 성적이 매우 처참했다. 고민 끝에 남은 시간은 정시에 집중하기로 결심했지만 원하던 대학의 경영학과는 갈 수 없었다.
그렇게 입학한 대학에서 처음에는 적응하지 못한 채 붕 떠 있었다. 2년의 노력이 허사가 된 것 같은 절망이 나를 짓누르던 그때 전공 과목인 ‘회계 원리’를 배우며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분개가 딱 맞아 떨어질 때의 쾌감, 재무상태표에 보이는 기업 경영의 흐름은 우울감을 증발시키기에 충분했다. 경영학과 1학년이 수강하는 기초 과목인 만큼 섣부른 판단일지도 모르지만 고등학교 내내 국어, 영어, 수학만 공부했던 나에게는 충격적인 수업인 건 확실했다.
대학 원서를 쓸 때 고려할 점
대학 수업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회계사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대학 입시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었다. 결국 고민 끝에 2학기를 휴학하고 수능을 한 번 더 응시하기로 결심했다. 남은 시간은 5개월. 이번 기회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어 정말 치열하게 공부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공부하고 새벽에 잠들었다. 몸이 너무 힘들 때면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지금 포기하면 앞으로 비슷한 상황이 있을 때 다시 이겨낼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치른 수능은 노력에 보답하는 듯 원하던 성적 이상이 나왔고 결국 연세대 행정학과에 진학했다.
경영학과에 합격할 만큼 충분한 성적이 아니라서 원서를 쓸 때 고민이 정말 많았다. 아마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학생이 많을 것이다. 열심히 공부했지만 성적이 충분히 높지 않아 소신 지원과 안정 지원 중에서 선택해야 하거나, 하나를 취하려면 다른 것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럴 땐 목표와 우선순위를 분명히 정하고 최대한 많은 정보에 기반해 결정해야 한다. 내 경우 행정학과에서 배우는 전공 과목, 졸업 후 진출 분야 등을 따졌을 때 내가 가고자 하는 길과 교집합이 많았다. 추가로 필요한 지식이 있다면 복수전공이나 기타 대외 활동, 자격증 등으로 채울 계획이다. 현재는 회계사 시험인 CPA를 응시하는 데 필요한 학점 이수, 영어 공부, 기타 흥미와 관련된 자격증을 준비하는 중이다.
지금까지 내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면 꿈을 향해 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진로를 찾는 것도 쉽지 않고 진로를 향해 가는 길도 순탄치만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 진로를 찾지 못했다고 혹은 생각대로 일이 풀리지 않는다고 조바심이나 압박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는 걸 이제는 안다.
“(삶의) 점은 연결(Connecting the dots)된다”라는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삶의 경험은 별개의 사건처럼 보이지만 결국 모든 것은 연결되어 현재의 우리를 만든다. 방황이나 예상치 못한 실패도 결국 언젠가는 연결될 점이다. 그러니 쓸모없는 경험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는 점이 연결돼 만들어낼 멋진 곡선을 기대하면서 마음껏 도전하기만 하면 된다.
댓글 0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