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교육

뒤로

피플&칼럼

1165호

2024 공신들의 NEW 진로쾌담 | 첫 번째 주제_ 좌충우돌 진로 찾기

목적지가 없어도 일단 출발!

글 김현정
성균관대 독어독문학과 3학년
hjeongkim0214@gmail.com

입시라는 전쟁터에서 뭐든지 혼자 하려고 애썼다. 고등학교 입시부터 대학 입시까지
잘못된 공부법으로 밑바닥을 찍기도 하고 사교육 없이 공부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그토록 바라던 대학에선 방황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지금의 나는 온전한 나로 서 있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학생에게 길잡이가 되고 싶다.




어학에 특화된 외고 커리큘럼에 홀리다

중학생 무렵의 나는 지금과 사뭇 달랐다. 자신감이 넘쳤고 특히 공부에 승부욕이 엄청났다. 소위 ‘성공한 사람’이 되고 싶었고 높은 학업 성적이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내주시는 학원비가 아까워 학원 수업을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공부에만 목매던 그때의 내가 가끔은 가엾지만, 독한 노력과 굳은 마음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중학교 내내 나주에서 광주까지 버스로 통학하던 나에게 마침내 고등학교를 선택할 시간이 왔다. 세상은 넓고 다양한 고등학교가 있었는데 외고가 이목을 끌었다. 외국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기 때문이다. 부모님께서 틀어주시던 미국 드라마를 보고 자란 나는 지독하게 영어를 사랑해서 미국 드라마의 대사를 열심히 따라 하거나 유명 인사의 연설 대본을 외우기도 했다.

외고는 외국어 과목이 일반고에 비해 훨씬 많았고 모의 유엔 활동도 할 수 있었다. 나는 스피치, 영어 에세이 등을 전문적으로 배우는 외고의 커리큘럼에 홀렸다. 내가 지원한 외고는 전교생이 기숙사에서 생활했고 공립이었기에 학비도 저렴했다.

혼자 모든 걸 알아보고 외고에 가고 싶다고 부모님께 통보했는데 딸이 일반고에 갈 줄 아셨던 부모님은 적잖이 놀란 눈치셨다. 외고는 내신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많이 고민했지만 이왕 하는 거라면 용의 꼬리가 아닌 용의 몸통, 아니 머리까지 올라가보고 싶었다.


인권, 사회, 독문학을 연결시킨 탐구 활동

나에겐 꿈이 뭐냐는 질문이 가장 어려웠다. 고등학생 때는 인권에 관심이 많아 막연하게 사회학과나 사회복지학과를 꿈꿨다. 하지만 선생님은 외고의 장점을 살려 어문학과를 추천하셨고 나는 독어독문학과가 취업 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위권 대학 진학도 중요하기에 학과와 대학 중에서 무엇을 우선할지 고민했고 고3이 될 때까지 학과를 선택하지 못하다가 결국 독어독문학과로 진로를 정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교과전형과 달리 여러 가지 요소가 고려되기 때문에 신경 써야 할 게 많아 스트레스가 더욱 극심했다. 대학 입시 결과는 작은 차이로 희비가 엇갈리고 운도 필요하다. 1지망에 붙어도 나머지는 떨어질 수 있고, 1지망은 떨어져도 나머지 지원한 학교에 모두 붙을 수도 있다. 나는 후자였다. 3년 내내 간절하게 꿈꾸었던 대학은 1차에 떨어졌지만 나머지 지원 결과는 좋았다. 인권과 사회를 독문학과 연결시켰던 나만의 탐구 활동 덕분인 듯하다.

하지만 대학 입학 후에도 방황은 이어졌다. 내가 꿈꾸던 대학 생활과도 꽤 거리가 있었다. 미래에 대한 걱정도 많았고 낯선 서울에서 적응하기 힘들어 많이 울기도 했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2학년이 되자 비로소 독어독문학과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문학과 언어를 좋아하는 나에게 독어독문학과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독일어를 할 때 가장 즐거웠던 나는 열심히 수업을 들었고 독일어와 관련된 자격증도 취득했다.

미래에 대한 선택지를 넓히는 방법 중 하나는 복수전공이다. 나는 경영학과를 선택했고 많은 인문 계열 학생이 경영학과 복수전공을 하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막상 공부를 시작하니 산 넘어 산이었다. 그동안 공부에 투자한 시간만큼 결과가 비례한다고 믿었는데 성적은 처참했고 처음 접하는 회계는 어려웠으며 발표 위주인 수업은 큰 스트레스였다. 오랜 믿음은 처참하게 깨졌지만 묵묵히 선택한 길을 걸어갔다.

그 결과, 인턴십 프로그램에 선발되어 지금은 독일에서 생활하고 있다. 어떤 방향으로든 열심히 하다 보면 길은 생긴다. 꼭 정석대로 살 필요도 없고 남의 말에 휘둘릴 필요도 없다. 고등학생 때부터 진로를 결정하고 대학에 입학하는 사람은 드물다. 나는 대학 3학년이지만 아직도 나를 포함한 많은 학생이 여전히 미래를 고민하고 꿈을 찾아다닌다. 그러니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부디 압박감 없이 천천히 미래를 그리길 바란다.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분명 나만의 길이 보일 것이다.













[© (주)내일교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내일교육
  • 김현정 (성균관대 독어독문학과 3학년) hjeongkim0214@gmail.com
  • 2024 공신들의 NEW 진로쾌담 (2024년 12월 25일 1165호)

댓글 0

댓글쓰기
241210 다산북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