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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8호

2024 공신들의 NEW 진로쾌담 | 네 번째 칼럼_나의 대학 생활과 진로

그저 쓰고 싶으니까, 문예창작과

글 김보민
서울예대 문예창작학과 3학년
bomuna0404@naver.com

돌이켜보면 한 우물만 팠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문예창작학과만 지망했고
남들이 교과서를 펼칠 때 홀로 소설책을 찾아 읽었다. 지금은 좋아하는 글을 배우고 업으로 삼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과제도 적당히 피해가며 해피한 (사실은 회피하는) 대학 생활을 하고 있다. 어른이지만, 완전 어른도 아닌
그런 ‘비(非)성년’의 위치에 선 채, 거창한 삶의 조언이라기보다는 솔직 담백한 대학생의 이야기를 전한다.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흔히 예술은 돈이 안 된다고 하지만 예술에서 쓸모를 찾는 일이 과연 타당한지 묻게 된다. 사람들은 때론 무용한 것에도 정을 두니까 말이다. 무용한 것에서 가치를 발견하고 열정을 쏟는 사람과 함께 공부하는 일은 값지다.

문예창작과는 세부 전공이 없지만 시와 소설로 나누어 지원한다. 집중하는 장르를 바꾸거나 장르 구분 없이 아울러 배우는 경우도 많다. 나는 지금까지 소설을 주로 썼지만 학교에 다니면서 시와 아동 문학, 평론 등 치우치지 않고 골고루 배웠다.

하지만 신입생 때까지만 하더라도 쉴 새 없이 쏟아지는 과제에 정신을 못 차리기도 했다. 해도 해도 쌓이는 과제를 보며 쓰고 싶은 글보단 써야 할 글, 읽고 싶은 글보단 읽어야 할 글만 쓴다는 생각도 했다. 방학 때는 읽고 싶은 글을 마음껏 읽어야겠다는 당찬 목표는 사라지고 누워서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다. 하지만 인생에서 이렇게 타인의 글을 세심하게 읽어주고, 함께 고칠 방향을 모색하는 사람과 어울릴 기회가 있을까 싶다.

서울예대에서는 다른 과의 여러 수업을 자유롭게 수강할 수 있고 협업 프로젝트나 콘텐츠 제작 실습이 활발히 이뤄진다. 그동안 영화과나 한국음악과, 실용음악과, 연극과, 극작과 등 여러 학과의 수업을 들었는데 장구와 합창 수업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주로 앉아서 글을 쓰는 일이 많다 보니 몸을 쓰는 수업을 듣고 싶었다.




꿈은 문화예술 프로그램 기획자

다른 사람을 관찰하는 일은 늘 새롭고 열정을 일깨워 준다. 특히 늦은 시간까지 학교에 남아 있으면 간간이 실용음악과의 합주 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그럴 때면 학교의 상징인 ‘불꽃’을 떠올린다. 열정이 눈에 띄는 행사는 축제와 동아리 발대식이다. 서울예대의 동아리는 ‘제2의 전공’이라 할 정도로 활발하게 운영된다. 개그, 뮤지컬, 춤 등을 올리는 공연 동아리부터 유화, 유도, 종교 동아리까지 다양한 동아리가 모여 시작을 알리는 발대식은 축제나 다름없다.

취업의 어려움은 누구에게나 동일하다. 예술을 전공하는 학생도 마찬가지다. 내게 취업은 최소한의 일상을 영위할 수 있게 도와주는 수단이다. 취업이 해야 하는 일이라면 진로는 하고 싶은 일이다.

다만 지금은 전공 공부에 매진해 경험을 더 쌓고 싶다. 현재 몸담은 프로젝트에서는 그림책을 제작한다. 내가 쓴 글이 책이란 물성을 거쳐 타인에게 전달되는 과정에 참여한다는 사실이 뜻깊다.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나아간다면 지자체의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싶다. 여행 갈 때마다 그 지역의 문학관을 들르곤 하는데 작가의 생애를 갈고닦아 후손에게 전달해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면 평생 해도 후회가 없을 것 같다.

칼럼을 쓰면서 내가 왜 문예창작과를 선택했는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왜 쓰는가’로 치환해볼 수도 있다. 누군가 왜 글을 쓰냐고 묻는다면 단박에 떠오르는 말은 없다. 그저 쓰고 싶어 쓴다고, 날 때부터 정이 많아 때론 무용해 보이는 것에도 정을 둔다고 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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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보민 (서울예대 문예창작학과 3학년) bomuna0404@naver.com
  • 2024 공신들의 NEW 진로쾌담 (2024년 10월 30일 11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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