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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3호

2024 공신들의 NEW 진로쾌담 | 두 번째 주제_ 우당탕탕 고교 생활

‘오빠들의 슬램덩크’, 미국 서부로 떠나다

글 김도현
한국교원대학교 초등교육과 2학년
dohyun3se@naver.com

입대 후 다시 수능을 보고 조금 늦은 나이에 한국교원대에 입학했다.
나에게 맞는 길을 찾기 위해 많은 방황을 거쳤고 수없이 고민했다.
여러 시도 끝에 어렴풋이 ‘나’에 대해 알게 되었고 현재는 대학 생활에 만족한다.
과거의 나처럼 방황하고 고민 중인 후배에게 나의 경험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



때는 바야흐로 2017년 여름 어느 날, 학교 중앙 게시판에서 참가 신청 공고를 보게 되었다. 친구의 설득에 마음이 맞는 친구 4명을 모아 영상을 찍어 신청했다. 팀 이름은 ‘오빠들의 슬램덩크’. 팀원 모두가 농구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얼마 후 출연 확정 연락을 받았고 우리는 어리둥절한 마음으로 녹화 일을 기다렸다.

이왕 방송에 출연한다면 카메라 원 숏을 받아보자 싶어서 기회를 엿보았지만 녹화하는 내내 나에겐 인터뷰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일부러 재미있는 오답을 적어 인터뷰 기회를 얻기로 마음먹었다.

때마침 영어 듣기 문제가 나왔다. 설명을 듣고 어떤 인물인지 맞히는 문제였다. ‘그는 아름다워서 유명했고 코가 조금만 낮았어도 세계 역사가 바뀌었을 것’이라는 설명을 들으니 정답이 ‘클레오파트라’라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 바로 정답을 맞힐까 했지만 단독 숏을 포기할 순 없지! 인터뷰 욕심에 당시 진행자였던 이지애 아나운서를 답으로 적었다. 예상한 대로 나의 엉뚱한 답 덕분에 짧은 인터뷰를 했고 이지애 아나운서는 고맙다며 손가락 하트를 해주셨다.

사실 나와 친구들은 방송 출연에 의의를 두었기 때문에 수상까지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어쩌다 보니(?) 퀴즈를 가장 많이 맞힌 팀이 되었고 MVP에 선정되어 2주 후에 EBS 본사에서 열리는 왕중왕전까지 가게 됐다. 가볍게 생각하고 퀴즈 프로그램에 참가 신청을 한 것뿐인데 일이 점점 커지자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녹화까지 남은 시간은 2주. 학교를 대표해 참가하는데 괜히 망신만 당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선 우리는 서둘러 두꺼운 시사 상식 책을 사고 자습 시간에 부지런히 스터디를 했다. 하지만 이게 웬걸. 승승장구한 우리는 결승에 올라가버렸다. 게다가 친구 대헌이의 활약으로 세광고를 4:2로 꺾고 최종 우승까지 차지했다. 믿기지 않았다. 우리가 왕중왕전 우승이라니!




페이스북 본사 방문에서 느낀 점

우승 팀의 특전은 해외 문화 탐방이었다. 방학이 되자 우리 팀과 영어 선생님은 EBS 담당자와 함께 9박 11일 일정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에 올랐다. 우리는 스탠퍼드대, UCLA, UC 버클리 등 미국 서부 명문대를 방문했고 한국 유학생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미국의 대학은 입학보다 졸업이 어려울 만큼 공부가 쉽지 않다고 했다. 한국에 있는 대학이 전부인 줄 알고 산 내 시야가 넓어진 특별한 경험이었다.

페이스북 본사도 방문했는데 한국 회사와 달리 근무 환경이 자유로워 보였다. 사내에 게임 공간, 흔들의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간식 자판기 등이 구비되어 있어 어른 전용 놀이터 같았다. 직원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출근 시간도 자유롭고 맡은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였지만 철저한 성과주의라 다소 차갑게 느껴졌다.


기회가 오면 망설이지 말고 도전하길

모교의 특성상 내신을 관리하는 게 쉽지 않아 정시를 준비하는 학생이 많았고 나 역시 그중 한 명이었기에 동아리나 비교과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TV 퀴즈 프로그램에서 운 좋게 우승한 덕분에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강대국이라는 얼굴 뒤에 가려진 미국의 복잡한 사회 문제도 알게 됐다. 내가 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었다.

퀴즈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처음에는 방송에 나온다는 사실 때문에 마냥 좋았는데 해외 문화 탐방을 다녀온 후에는 넓은 세상을 보고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많은 분께 감사했다. 이 글을 읽는 후배 여러분도 어떤 기회가 주어진다면 망설이지 말고 일단 도전해보면 좋겠다. 혹시 아나? 나처럼 퀴즈 프로그램으로 방송에 출연하고 우승도 해서 미국도 다녀올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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