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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1139호

2024 공신들의 NEW 진로쾌담

생명과학의 꿈, 시작은 현미경으로 만난 세계


글 김도영
부산대학교 의생명융합공학부 3학년
ehduddl0326@naver.com

조용히 그리고 적당히 공부하며 평탄한 학창 시절을 보냈다.
겉으로 보기에 완만한 인생이라도 변곡점은 분명히 있으며 그것을 이겨내는 것은 내 몫이다.
잘못된 선택일 수도, 노력이 충분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그저 보통 사람인 내 이야기를 통해 각자의 미래를 상상해보길 바란다.




초등학교 때부터 과학 시간은 항상 즐거웠다. 수업 시간에는 항상 집중했고 수업 태도가 좋다며 과학 선생님께 매번 칭찬도 받았다. 중학교 때부터는 현미경을 사용하는 과학 수업이 많아졌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세계를 현미경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스스로 직접 관찰할 대상을 정해서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과정도 마음에 들었다.

중학생이 되면서 새롭게 찾은 꿈은 약사였다. ‘아픈 사람을 돕는 약사가 되고 싶었다’ 같은 거창한 서사 대신 부모님과 주변의 추천으로 시작된 꿈이다. 중학생 때의 성적은 항상 상위권이었고 고등학교에 가서도 잘해내는 모습을 기대했기에 고등학교 입학 전부터 수시 전형 중 학생부교과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하기로 정했다. 성격상 보고서나 봉사 등을 챙기기보다 성적에 집중하는 편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입학 후 첫 시험부터 크게 낙심했다. 나름대로 자신 있던 수학에서 생전 처음 보는 점수를 받아버렸고 내신 성적이 뚝 떨어졌다. 1학년엔 떨어진 수학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바쁜 시간을 보냈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가 세상을 덮쳤고 집에서 온라인으로 수업하다보니 집중력이 흩어져 성적도 떨어졌다. 다른 친구보다 생기부가 많이 부족한 상황에서 내신 성적마저 떨어졌으니 꽤 치명적이었다. 더 이상 약사만 고집하기는 힘들 것 같아서 현실과 타협한 새로운 진로를 찾기 시작했다.


‘의생명’융합공학부에 끌린 이유

오랫동안 한 가지 길만 생각했기 때문에 새로운 진로를 찾는 게 쉽지 않았다. 막연하게 가장 좋아했던 생명과학, 화학과 관련한 직업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고 고2 때는 희망 진로를 ‘생명과학 분야 연구직’이라고 두루뭉술하게 적었다. 하지만 명확한 진로를 찾지 못한 채 대학에 지원해야 하는 때가 왔다. 그땐 저마다 진로를 찾은 많은 친구 사이에서 그저 이공 계열 학과에 가서 취직을 잘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때 선택한 학교가 바로 현재 다니고 있는 부산대 의생명융합공학부다.

2020년에 신설돼 아직 취업 정보도 없었지만 ‘의생명’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만큼 약사를 꿈꿨던 나에게는 꽤 흥미로운 학부였다. 융합학부였기 때문에 진로를 확실히 정하지 못한 나에게는 다양한 분야를 배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부산대의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은 수학 포함 2개 과목 합 5등급 이내 였다. 진로를 정했을 때는 이미 고2가 끝나가고 있었고 내신 성적은 이미 확정된 상황이었다. 내가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 일은 대학의 최저 기준을 맞추는 것뿐이었다. 교과전형으로 지원해 자기소개서나 면접 등에 신경 쓸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고3 때는 수능에 집중했다.




다시 연구직을 꿈꾸게 한 대학 수업

힘든 고3 시절을 보낸 후 의생명융합공학부에 운 좋게 추가 합격한 뒤로는,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하다 보면 자연스레 나만의 길을 찾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인생은 생각대로 풀리지 않았다.

의생명융합공학부는 생각보다 공대 성향이 강했다. 1학년 때부터 휘몰아치는 다양한 과학·수학·코딩 수업과 성적을 신경 쓰느라 바쁜 2년간의 대학생활을 보냈고, 2학년 끝자락이 되어서야 드디어 생명과학 분야의 실험을 할 수 있는 수업을 만났다. 주로 암세포를 이용해 세포를 플레이트에 배양하고 얼리거나 염색시키기, 세포의 DNA를 크기에 따라 분리해서 관찰하는 등 여러 실험을 할 수 있었다.

수업은 적성에 잘 맞았고 그동안 상상하고 희망했던 연구직에 대한 흥미도 다시 살아났다. 현재 3학년 1학기를 보내고 있는 요즘엔 제약이나 바이오 중심의 연구직을 꿈꾼다. 취업하고 싶은 기업이나 대학원 진학 여부에 대한 고민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도전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대체로 현실과 타협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도전하지 않고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 칼럼도 조금 늦은 도전 중 하나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무엇이든 도전해봐야 나에 대해 알 수 있고, 내가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에 대해 더욱 명확하게 알 수 있다. 그 자그마한 도전에 나의 이야기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대학생 선배들의 생생한 조언으로 사랑받았던 공신 칼럼, 새로운 6명의 선배와 함께 새롭게 시작합니다. 누구에게나 고민인 진로를 어떻게 찾아갔는지부터 학습·입시 준비, 대학생활까지 진솔하고 생생하게 담을 예정입니다. 선배들에게 궁금한 점은 이메일로 문의해보세요._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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