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사진 김성미 리포터 grapin@naeil.com
‘살짝쿵’ 데이트
화장실도 가지 마라, 내 옆에 꼭 붙어만 있어라, 엄마 손 부여잡고 엉엉 울던 껌딱지가 이젠 친구만 찾습니다.
“엄마, 나 오늘 친구들이랑 롯데리아에서 밥 먹고 노래방 갔다가 다이소 들렀다 올게.”
평소였다면 베프들에게 뺏겼을 딸인데 우르릉 쾅쾅 쏟아지는 장대비가 발목을 잡나 봅니다. 얼마 후 퍼붓던 빗줄기가 잠잠해지니 고새 심심해진 딸아이가 데이트 신청을 다 하네요. 이게 웬 횡재람!
오랜만에 딸의 손을 잡고 영화관에 갔어요. 사춘기 소녀의 픽은 감동의 픽사 애니메이션 <엘리멘탈>. 불처럼 열정 넘치는 ‘앰버’와 물처럼 투명하고 감성적인 ‘웨이드’가 만나 세상의 벽을 깨고 자신 안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이야기였는데요. 한국인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K장녀의 성장 스토리에 두 모녀의 눈물샘도 함께 터졌습니다.
사춘기 딸과 갱년기 엄마, 불과 불이 만나 활활 타오르기만 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조금 부끄러워졌어요. 한결같이 “넌 항상 특별하고, 네 빛이 일렁일 때가 정말 좋다”고 말해주는 웨이드처럼, 딸 곁에서 ‘사랑의 눈빛’으로 자존감을 지켜주겠노라 결심했답니다.
“딸, 우리가 싸우는 이유는 백만 가지지만, 엄마는 항상 널 사랑해.”
요족, 거북목, 그리고 아킬레스건이 짧아 슬픈 아이
작심삼일이라 했던가요. 영화관 데이트가 무색하게 모녀의 전쟁은 다시 시작됐습니다. 분명 자기 전에 패드랑 핸드폰은 반납하라 했건만, 밤새 무슨 웹툰을 본 건지. 방에 불이 켜져 있어 끄러 갔더니 세상에 문을 잠가뒀네요. 다음날, 소심한 복수로 아침까지 쿨쿨 자게 내버려뒀어요. 아니나 다를까 지각 직전에 일어나 허둥지둥 난리블루스. 결국 밥 한 술 못 뜨고 학교에 갔습니다.
바쁜 아침에 이어 오후에는 빗길에 병원행. 평소에 요상한 자세로 공부도 하고 폰도 하고 게임도 하더니만 결국 탈이 났습니다. 요족에 거북목에 골반 불균형까지 삼관왕 달성. ㅠㅠ 공부는 체력 싸움이라는데 벌써부터 큰일이네요. 엄마 속은 타들어가는데 운동을 해야 할 당사자는 천하태평입니다. 대학병원에서 받아온 운동처방전을 냉장고 옆에 탁 붙여놨는데도 보는 둥 마는 둥,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스트레칭 효과가 있다는 운동기구 역시 찬밥 신세네요. 결국 엄마의 잔소리를 한바가지 들은 뒤에야 마지못해 운동기구 위에 오릅니다.
아킬레스건이 짧아 슬픈 딸. 쪼그려 앉지도 못하고 경사진 곳에 서 있는 것도 힘들어하다니. 안쓰러운 마음이 들지만, 균형을 못 잡아 버둥거리는 딸의 팔을 잡고 ‘한 번 더!’를 외칩니다. 오늘의 채찍이 내일의 근육이 되리니~ 스트레칭 보드 위에서 타바타 운동하는 그날까지, 아자아자 파이팅!!!
‘토닥토닥 Talk Zone(토·톡·존)’은 학부모님들의 공간입니다. 입시 고민에 소소한 푸념, 깨알같은 일상 꿀팁까지 학부모님들이 공감할 만한 소재와 이야기들로 채워질 예정입니다. 이번주에는 사춘기 소녀와 영화관 데이트를 즐긴 갱년기 엄마의 일상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내일교육> 학부모님들의 보호구역! 토.톡.존이 언제나 응원합니다!_ 편집자
댓글 0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