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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5호

유쾌발랄 우리학교

‘대동여지도’ 부활했다!

취재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도움말·사진 강민찬 교사(충북 광혜원고등학교)



수능 후 고3 교실,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어떤 모습일지 눈앞에 그려지죠. 후련함과 긴장이 공존하는, 조금은 산만한 분위기일 게 뻔하죠. 하지만 충북 진천에 있는 광혜원고는 조금 달랐습니다. 20명의 <한국지리> 수강생들은 미술 시간도 아닌데 각종 채색 도구를 옆에 두고 다수의 A4 용지를 채워나가야 했습니다. 어쩐 일인지, 강민찬 쌤께 들어볼까요?

“학생들이 1년간 배운 걸 즐겁게 마무리하며 성취감도 느낄 만한 활동을 하고 싶었어요. 고민하던 중 전국지리교사모임 단톡방에서 아이디어를 발견했죠. <한국지리>는 고지도도 다루는데 ‘대동여지도’를 3월 초에 배워요. 실물이 건물 2층 높이인데, 지역 학생들이 경기 수원의 국토지리정보원에 가서 보기는 어려워 직접 만들며 체감하면 좋겠다 싶었어요. 현대 지도와 달리 산맥이나 하천 등을 특성 있게 표현한 지도라 학생들의 흥미를 끌기 좋을 것 같았고요. 2학기 초 진행했던 우리나라 각 지역을 조사해 홍보 자료를 만드는 프로젝트 때 알게 된 내용을 지도에 담으며 1년간의 배움을 집대성하는 의미도 더했죠.”

학생들은 9명씩 두 조로 나뉘어, 2주, 6시간에 걸쳐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글자는 모두 한자인 원본 대신 한글 번역본인 <한글 대동여지도>를 참고했어요. 가로 3.8m, 세로 6.7m의 거대한 지도를 구성하는 122장의 작은 지도를 하나하나 그려냈죠. “원본이 흑백이라 눈에 안 들어오니 색칠해볼까” “우리만의 특별한 기호를 만들자” 등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도 한껏 반영했고요.



이제 남은 것은 이어 붙이기! 예상보다 뛰어난 결과물에 학생들은 광혜원고 중앙현관의 2층 높이 아트월에 자신들의 작품을 붙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아뿔싸! ‘대동여지도’는 너무나도 거대했습니다. 학교 시설 관리자 분께 사다리를 빌렸지만, 높이 오를수록 발밑이 불안정했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 아니겠어요? 결국, 아쉬움을 뒤로하고 완성은 포기했습니다. ‘절반의 성공’이었지만 학생들에게 이 경험은 ‘완벽한 마무리’라 불리기에 손색없었죠.

“학생들은 이번 활동으로 ‘광혜원’에 대한 자부심을 느꼈다고 했어요. 지명에 ‘원’이 붙은 지역은 지방 파견 관리 등을 위한 공공여관이 밀집한 곳으로, 과거 교통의 요지였거든요. 지도를 만들며 우리 지역이 조선 시대부터 꽤 중요한 곳이었음을 알게 됐다더군요. 광혜원 같은 곳이 다른 지역엔 어디 있는지 알아보고, 지리·환경적 공통점을 찾아보기도 했고요. 사람-지역, 지역-지역 간의 관계를 분석하며 단순 암기 과목이 아닌 사람의 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자연과 환경, 즉 지리 과목의 진면목에 다가선 것 같아 가르치는 사람 입장에서 기쁨과 보람을 느꼈어요.”

적극적으로 참여해주는 학생들을 만나 복 받은 교사였다고 회상하는 민찬 쌤(열정과 진심 가득한 광혜원고 선생님들에게도 많은 자극을 받으셨다네요.^^). 하지만 흘려보낼 수 있는 학기말에 재밌고 의미 있는 활동을 이끌어준 쌤을 만난 학생들에게도 행운이 아니었을까요?

아쉬운 이별과 새로운 만남을 준비하고 있을 광혜원고 3학년 학생들, 그리고 강민찬 쌤에게 새해, 행복과 행운이 가득하길 응원하겠습니다!







‘라떼는…’이 유행할 만큼 빠르게 바뀌는 사회, 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유쾌한 쌤들과 발랄한 학생들이 새로운 학교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죠. 소소하지만 즐거운 학교 풍경을 담아보려 합니다. 우리 학교 이야기를 알리고 싶은 분들은 이메일(jonr@naeil.com)로 제보해주세요! _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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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 유쾌발랄 우리학교 (2023년 01월 04일 10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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