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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2호

꿈 찾는 생생 일터뷰 13 | 국립중앙박물관 이재호 학예연구사

이제는 k-아트! 미술품-대중 연결하는 박물관 디렉터

고(故) 이건희 회장의 미술품 기증은 세간의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기증품이 2만3천여 점에 이를 정도일 뿐만 아니라 국가지정문화재를 비롯해 예술적 가치가 높은 주요 미술품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 것. 7군데 미술관으로 분산, 기증된 작품들은 때로는 전시실에서 관람객을 만나고 그보다 긴 시간, 수장고에서 머무른다. 미술품을 보존ㆍ관리ㆍ연구하고 전시를 기획해 관람객에게 선보이는 일은 큐레이터, 학예사라고도 불리는 학예연구사가 담당한다. 국립중앙박물관 이재호 학예연구사를 만나 하는 일, 업무에 필요한 역량 등을 들어봤다.

취재 김민정 리포터 mjkim@naeil.com
사진 이의종







Q. 지금 하시는 일을 소개해주세요.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 학예연구사로 상설전시, 특별전시, 소장품 연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상설전시관은 박물관을 찾는 분들에게 1년 내내 열려 있는 대표 전시실인데요. 이곳 서화실에서 빛에 약한 그림과 글씨를 보호하기 위해 연간 3~4회 전시품을 교체하고 있어요. 계절과 전시 주제에 맞는 서화를 선정해 각각의 해설문을 작성하고 전시품을 교체하는 일을 반복해요.

특별전시는 특정 주제를 정해 일정 기간 동안 여는 전시입니다. 최근에는 <어느 수집가의 초대-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을 진행했습니다.

소장품 연구는 우리 박물관의 주요 작품들을 조사해서 도록을 발간해 널리 공유하는 일입니다. 매년 <국립중앙박물관 한국서화도록> 발간에 참여하고 있어요.

학예연구사의 일은 끊임없는 공부를 필요로 합니다. 일과 공부가 분리되지 않는 업무라고나 할까요. 박물관에서 많은 유물을 접하다 보니 이런 결과물을 만들어낸 보이지 않는 기술의 전승 등 무형적인 요소가 궁금해져 무형 유산학 박사 과정을 공부했어요.


■학예연구사
박물관ㆍ미술관에서 전시를 기획하고 작품을 수집ㆍ연구ㆍ관리한다. 해외에서는 담당 업무에 따라 기록을 연구하는 아키비스트(archivist), 소장품을 보존 처리하는 콘서베이터(conservator), 작품을 대여하고 구입하는 레지스트라(registrar)와 교육 담당자로 세분화한다. 규모가 큰 박물관ㆍ미술관에서는 전시기획ㆍ작품관리ㆍ보존과학ㆍ교육 업무를 나눠 운영하며 작은 규모의 경우 한 사람이 여러 분야의 업무를 진행하기도 한다.


Q. 학예연구사가 되기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박물관 학예연구사도 전공이 다양합니다. 고고학 역사학 미술사학 보존과학 유물관리는 물론 교육까지도 학예연구사의 전공에 포함되는데요. 관련 학과에서 석사 학위 이상을 취득해야 국립박물관의 학예연구사 채용 시험에 응시할 수 있습니다. 어학은 채용 필기시험의 필수 과목은 아니지만, 채용 후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가 되므로 외국어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면접에서도 유리합니다. 전시물을 보면 영어 설명이 함께 있을 때가 있죠. 전문 번역가의 손을 거치긴 하지만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도 놓치지 않아야 하기에 학예연구사 역시 영어 실력이 중요합니다. 학예사 자격 제도에 따른 준학예사·정학예사 자격증도 가능하다면 취득하는 것이 좋아요.

개인적으로는 관람객의 발길이 닿지 않는 조용한 전시실에서 옛 사람들이 낳은 아름다움에 빠져든 경험으로 학예연구사를 꿈꾸게 되었는데요. 바쁜 학창 시절이겠지만 가끔씩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그림이 건네는 말에 귀 기울이는 경험도 해보면 좋겠네요.









Q. 학예연구사의 전망은 어떤가요?

국공립, 사립박물관·미술관에서 많은 학예연구사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범위를 넓혀보면 최근 각광받는 옥션과 아트 페어 등 미술 시장에서 활동하는 인력도 포함될 수 있어요. 관심 있는 분야에서 전문 인력으로 성장할 기회와 무대가 더 많아지고 넓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트 페어
여러 갤러리가 한 곳에 모여 미술 작품을 사고파는 시장으로 미술품 시장을 활성화할 목적으로 개최한다. 공공재로서의 미술품과 역사 유물을 연구·보존·전시하는 비영리기관인 박물관·미술관과 달리 갤러리는 작가와 미술품 수집가를 이어주는 유통 역할을 한다.



Q. 일의 보람과 힘든 점이 있다면?

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관람객이 볼 수 없는 공간에서 일하고, 관람객이 보는 전시와 출판으로 평가받는 직업입니다. 두세 달 열리는 전시를 위해 1년 이상 준비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없도록 꼼꼼하게 일을 하다 보면 체력적·정신적으로도 많이 힘들죠. 특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제시하는 해석은 공식적인 의견으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어 더 조심스러워요. 그래서 더 꼼꼼하게 자료 연구에 매달리게 됩니다.

빈 공간에 미술품을 전시하는 일은 학예연구사 단독으로 할 수 없어요. 다양한 전공의 학예연구사, 디자이너, 시설 관리와 고객 응대를 맡은 직원 등 수많은 박물관 사람들이 함께 노력해 하나의 전시, 한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게 됩니다. 관람객의 평가는 냉엄합니다. 잘못된 부분은 곧바로 지적하고, 마음에 든 부분은 바로 긍정적으로 반응해주죠. 이번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 전시실에서 한 관람객이 동행인에게 “여기에서 아주 살고 싶다”라고 하는 말을 들었는데, 이때 힘들었던 준비의 시간이 보람으로 돌아왔던 기억이 납니다.


Q. 박물관을 낯설어하는 청소년들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전시물 전부를 봐야 한다는 부담을 덜어내면 좋겠어요. 글도 다 읽어보고 뭔가를 배워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지기도 하는데요. 박물관은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으로 항상 열려 있습니다. 옛 사람들이 남긴 유물을 편하게 보면서 분위기를 느끼고 좀 쉬다가는 공간으로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직장, 직업의 변화가 어느 때보다 빠른 시대입니다. 학생들이 진로 탐색이나 전공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죠. 스타트업부터 대기업, 마을에서 글로벌 시장까지 다양한 곳에서 활약하는 전문가들에게 요즘의 일과 필요한 역량에 대해 들었습니다. 멘토들의 생생 일터뷰를 참고해 미래를 그려보시길 바랍니다. _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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