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사진 김기선 리포터 quokka@naeil.com
어쩌다 정식 만들기
“집에서 같이 마크 정식 만들어 먹자.”
편의점에 다녀온 아이가 처음 듣는 소릴 하네요.
“마크 정식이 뭐야?”
“편의점에 있는 즉석식품들을 섞어서 만드는 거야.”
집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편의점이 있어요.
“OO야! 우유 좀 사다줄래?”
“응~ 지금 갈게! 엄마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가족들 군것질거리를 챙겨가며 편의점행 심부름(만?) 잘하는 OO를 위해 ‘마트 정식’이 아닌 ‘마크 정식’을 검색했어요.
아이돌 가수의 한 팬이 좋아하는 멤버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즉석식품을 조합해 만든 편의점 정식이네요. 레시피를 보는 순간 ‘아~ 폭풍 탄수화물에 입맛 자극하는 소스 범벅, 이걸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궁리 끝에 냉장고 안에서 잠자고 있는 브로콜리와 토마토를 곁들여보기로 했어요.
브로콜리는 데쳐서 다져놓고 토마토는 껍질을 벗겨 다진 뒤에 소스에 버무렸어요. OO가 먹고 싶은 ‘마크 정식’이 ‘어쩌다 정식’이 되었지만 잊지 않고 맛 평가를 해주네요.
“맛있는데 너무 매워~ 매울 때 브로콜리를 먹으면 괜찮아져.^^” 하며 엄지 척을 해주네요.
띠부씰 대신 ‘수풀부기’
아이의 투명 핸드폰 케이스에 포켓몬 카드가 보였어요.
“이거 뭐야? 카드를 왜 끼웠어?”
“문구점에서 주웠어. 포켓몬 카드팩 사는 애들이 마음에 안 드는 카드를 버리고 가서….”
카드에 그려진 ‘수풀부기’ 초록 인형을 보니 편의점을 발칵 뒤집어놓은 ‘띠부씰’이 떠올랐어요. 떼고 붙이고 떼고 붙이는 ‘떼부떼부씰’이 아닌 ‘띠부띠부씰’은 지금도 학생들의 최애템이죠.
“지난번에 선물로 받은 ‘띠부씰’은 어디에 붙였어?”
“난 안 붙였지. 붙인 애는 아직 못 봤어.”
23년 전 유행했던 ‘국진이빵’에 들어 있는 스티커는 종이 재질이라서 깔끔하게 안 떨어졌다고 들었어요. 요즘 ‘띠부씰’은 스텐실 재질이라 그럴 염려가 없지만 수집용으로 인기가 대단하죠.
동네 친구 아빠는 밤마다 편의점 앞에 줄을 서서 빵을 샀대요.
아이가 너무 좋아해서 매일 밤 습관처럼 줄을 섰는데 결국 빵 사는 데 재미가 들렸다는 웃픈 이야기도 들었어요.
문방구에서 입양해온 카드가 너무 귀엽다고 핸드폰 케이스에 넣고 다니다니…. 이럴 줄 알았으면 동네 친구 아빠 줄 설 때 같이 좀 서서 ‘띠부씰’ 좀 든든하게 챙겨줄 걸 그랬나 봐요. 하하.
매일 비슷해한 일상 속 특별한 날이 있죠. 학생,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다채롭게 담는 코너입니다. 재밌거나 의미 있어 공유하고 싶은 사연 혹은 마음 터놓고 나누고 싶은 고민까지 이메일(lena@naeil.com)로 제보해주세요._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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