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
임의 배정받은 일반고- 교복은 흡족, 자율 체육복엔 당황
“엄마, 나 배정받은 고등학교가 이상해. 내가 쓰지도 않은 학교야.”
지난 2월, 아이가 고교 배정 통지표를 받고 당황해서 전화했더라고요. 자사고 추첨부터, 일반고 1지망, 2지망 다 떨어지고 인원이 너무 적어 피하고만 싶었던 학교였는데 말로만 듣던 강제(임의) 배정이라니! 순간 아찔했습니다.
아이는 “모르겠다”며 학교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어요. 이사를 와서 친구도 하나 없는데 학교는 잘 적응할까 걱정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죠. 마음을 조금 열게 된 계기가 바로 교복이었어요. 중학교 땐 노타이였는데 넥타이에 제법 멋스럽더군요. 다들 아이돌 교복 같다며 예쁘다고 한마디씩 건넸더니 효과가 있었나 봐요. 학교와 친구들에 적응하기 일주일, 이번엔 체육복이 아이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지 뭐예요. (흑흑)
“엄마, 학교 운동장 봤어? 작아도 너무 작아. 더 황당한 건 뭔지 알아? 체육복이 없대. 말이 돼?”
아~ 말로만 듣던 체육복 자율화, 체육복으로 뭘 보내야 할지 고민스럽더군요.
“그냥 중학교 체육복 입으면 안 될까? 아님 추리닝 한 번 꺼내봐. 색상도 자유야? 내일은 아디다스 추리닝 챙겨가고 친구들은 뭐 입나 살펴봐.” 학교 체육복으로 10만 원 가까이 되는 트레이닝복을 샀다는 지인의 얘기가 남 일 같지 않네요. 친구들의 체육복을 스캔한 아이가 몇몇 브랜드를 알려줍니다.
“바지는 그냥 입으면 될 것 같은데 상의는 뭘 입는 게 좋을지 모르겠네. 아이들은 후드 티를 많이 입었던데, 나도 후드 티 찾아볼까?”
체육복은 움직이기 편하고 땀 배출 잘되면 최고인데…. 벌써 여름에 입힐 체육복이 고민이네요. 조만간 아웃렛 가봐야겠어요.
일주일에 두 번 자가 진단 “미안하다 콧구멍”
새 학년이 시작된 3월 초, 코로나19 확진자가 무서운 속도로 증가해 어느덧 30만 명이 넘어섰어요. 학교에서 나눠준 자가 진단 키트로 매주 일요일과 수요일 저녁에 검사를 하고, 검사 결과를 등교 전에 자가 진단 앱에 입력해야 합니다. 의무는 아니라지만, 의무 아닌 의무 사항인 셈이죠. 덩치는 성인인데 주사 맞는 것을 무지 싫어하는, 겁많은 녀석과 일주일에 2번 실랑이할 생각을 하니 걱정이 태산이었죠. 더구나 며칠 전에 남편이 가벼운 감기를 앓던 제 코에 면봉을 푹~ 넣는 바람에 코피 나는 걸 봐서 더 두려워하더라고요.
“엄마, 쌤이 그러는데 이 자가 진단 키트는 콧속에 깊이 안 넣어도 된대. 내가 한 번 해볼게.”
씩씩하게 키트를 꺼내 면봉을 콧속에 넣고 시약에 담근 뒤 검사 기기에 3~4방울 떨어뜨렸는데 10분이 지나도 선이 하나도 나오지 않는 거예요. 이건 무슨 상황이죠? 설명서를 읽어보니, 대조선(C라인)에 결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유효하지 않은 결과라네요. (흑흑) 이런 일도 있더라고요. 아플까 봐 제대로 면봉을 안 넣은 걸까요?
아이는 집에 있던 키트를 들고 불안에 떨며 남편에게 갔는데 전 이 상황에 웃음이 나더라고요. 남편은 이제 경험 많아서 코피 나지 않게 잘해준다며 다독이고요. 다행히 코피 없이 음성 결과 확인 후 지퍼백에 검사 기기를 잘 챙겨 넣더군요.
다음날, 아이가 집에 와서는 오늘도 또 검사해야 한다며 투덜거리네요.
“엄마 우리 반에서 3명이 확진됐다고 오늘 자가 진단 키트 다시 하래. 결과 나오면 사진 찍어서 보내야 해.”
에고. 이렇게 검사해서는 콧속이 남아나질 않겠어요. 다행히 다음주에는 온라인 수업이라고 하네요. 언제쯤 코로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매일 비슷해한 일상 속 특별한 날이 있죠. 학생,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다채롭게 담는 코너입니다. 재밌거나 의미 있어 공유하고 싶은 사연 혹은 마음 터놓고 나누고 싶은 고민까지 이메일(lena@naeil.com)로 제보해주세요._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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