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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4호

도서관장 추천 중학생 도서 10 | 서울도서관 오지은 관장

집다운 집, ‘순례 주택’

지난 1월 11일, 광주 서구에서 신축 공사 중이던 아파트의 외벽이 붕괴돼 6명의 안타까운 목숨이 희생되는 사고가 발생했어요. 최첨단 기술을 뽐내며 4차 산업혁명을 운운하고 있는 21세기에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난 거냐고요? 인간의 욕심과 욕망은 기술이 제어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니까요. 집을 투기성 짙은 상품으로 보지 않고 소중한 보금자리로 여겼다면 기본에 충실하게 매뉴얼대로 건물을 지었을 테죠.
오늘의 주인공이자 4층짜리 빌라 ‘순례 주택’의 소유주 순례 할머니는 집을 집답게 대하는 모범답안이 뭔지를 제대로 보여줘요. 그리고 말하죠. “어른이 돼서 누가 더 어린가 내기하지 마. 자기 힘으로 살아보려고 애쓰는 사람이 어른인거야”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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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서, 빌라촌 애들이 관리가 잘 안 되는 건 사실이잖아요. 부모 입장에서 솔직히 말해서, 빌라촌 애들과 어울리는 게 걱정됩니다.” 소름이 끼쳤다. 엄마였다. 음성을 변조했지만 알아볼 수밖에 없었다.
_28쪽 발췌


“엄마… 다른 걸로는 마음이 안 아파?… 사랑하는 아빠가, 이렇게 환기 잘 안 되는 집에서 십 년을 산 게? 그러게 왜 할아버지 집을 점거했어. 할아버지는 바람도 잘 통하는 아파트에서 하룻밤도 못 자고 죽었잖아. 자기 집인데… 마음 아프지 않아? 나는 마음이 많이 아파.”
_127~128쪽 발췌



오지은 관장
서울도서관장이자 서울시사서협의회 공동대표다. 청소년 시기엔 독서와 토론을 통해 사고의 폭을 넓히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믿음으로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청소년 독서회’를 운영했으며 웹툰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이 직접 연재 활동을 해볼 수 있도록 ‘웹툰 창작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오지은 관장의 ‘솔직 추천’.


친구하고픈 ‘찐’ 어른, 순례씨

순례 주택
지은이 유은실
펴낸곳 비룡소


‘크면 꼭 저런 어른이 될 거야’ 싶었던 마음속 롤모델이 있나요? ‘저런 어른은 되지 말아야지’ 하는 얼굴들만 몇 지나갔다고요? 하하하. 그래서 제가 여기 <순례 주택>의 순례씨를 모셨다는 거 아닙니까~ 책을 덮는 순간 모두의 마음에 ‘꼭 순례씨처럼 나이 들어가야지’하고 새겨놓게 하는 마력의 할머니죠.

402호에 사는 75세 순례씨는 세신사로 일해 번 돈으로 ‘순례 주택’을 지었어요. 처음 1층이었던 주택은 근처에 지하철역이 생기면서 시세가 배로 뛰었죠. 게다가 도로 확장 보상금까지 받은 바람에 순례씨는 졸지에 부자가 돼요. 하지만 ‘땀 흘리지 않고 번 돈은 내 것이 아니다’라는 신념의 여인 순례씨는 그 돈으로 4층짜리 빌라를 짓고 말도 안 되는, 공짜에 가까운 임대료를 받으며 다세대 입주민들과 오순도순 어울려 살아요.

201호 할아버지와 오랫동안 연애도 했어요. 비록 이제 할아버진 돌아가셨지만요. 덕분에 수림이도 키우게 됐죠. 16살 수림이가 세상에서 제일 먼저 배운 말은 ‘하부지’와 ‘스레시(순례씨)’, 수림이는 부모님이 없냐고요? 웬걸요~ 돌아가신 할아버지 집에서, 할아버지 돈으로 언니 수림이까지 셋이 떵떵거리며 살고 있었는걸요. 지금은 쫄딱 망해서 순례씨가 비워둔 201호에 들어오게 됐지만 말예요.

유쾌한 순례씨는 훈계나 잔소리 없이 진정한 어른이란 뭔지 모범답안을 보여줘요. 집이나 학력, 직업으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해선 안 되며 부모를 착취하거나 요행에 기대지 말고 일한 만큼 누리고 자신의 두 발로 당당하게 살아가라 일러주죠. ‘순하고 예의 바르다’의 순례(順禮)가 싫다며 ‘지구별을 여행하는 순례자’의 순례(巡禮)로 개명까지 감행한 이 멋진 할머니와의 데이트,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덤BOOK 덤BOOK.



햇살 속으로 직진
지은이 남온유
펴낸곳 답게


지수의 엄마는 자살했다. 슬픔과 애도의 기회마저 박탈당하며 살아내야 했던 18살 지수에게 ‘햇살 속으로 직진’이라는 모임이 다가온다. 저마다 기막힌 사연을 간직한 그들은 서로의 아픔을 한눈에 알아본다. 자살과 방황이라는 다소 무거운 소재를 섬세하고 따뜻하게 그려낸 수작이다.



초등학생과 고등학생 사이의 중학생. 다양한 책과 만나기 딱 좋을 나이지만 좋은 책을 찾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책과 관련해 둘째가라면 서러울 도서관장에게 ‘바로 지금’ ‘중학생을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도서관장 추천 중학생 도서’를 통해 입시나 학습을 넘어 읽는 자체로 즐거운 독서를 시작해보세요. _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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