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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뉴스

1023호

전공 찾고 대입 넘을 키

진로 탐색 독서

독서의 중요성이나 장점은 굳이 더 설명할 필요가 없죠. 한데, 고등학생의 진로·진학 면에서 독서의 영향력이 좀 더 커질 거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독서 이력 자체는 대입에서 살피지 않지만, 독서에 기반한 학생의 활동은 교내 곳곳에서 이뤄지고 학생부에 담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지적 호기심부터 학생의 학업 역량·태도, 진로 성숙도를 드러낼 수 있고요. 특히 다른 항목이 축소돼 영향력이 커졌다고 평가받는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에 독서 관련 활동이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책을 좋아하지 않는 학생들에겐 반가운 소식은 아닙니다. 하지만 미리 겁먹을 필요도 없습니다. 방법은 있으니까요. 보다 앞서 같은 고민을 했던 대학생 선배들은 특히 흥미 있는 분야에서 쉬운 책으로, 교과 수업과 관련해 시작한 전공 탐색 독서가 유의미했다고 말합니다. 책을 좋아하지 않았다는 선배들조차 새로운 지식을 얻거나 보다 넓은 시야를 갖게 돼 심화 학습을 할 수 있었고, 전공을 결정하는 계기가 되거나 바뀐 진로를 설명해주는 근거가 됐다고 털어놨고요. 학습과 전공 탐색, 대입에도 유용한 독서. 대학생 선배들에게 그 방법을 들어봤습니다.

취재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도움말 권혁선 수석교사(전북 전주고등학교)·유미라 교사(경기 인창고등학교)






학습·진로·입시 여는
만능키, 독서



학생부 간소화로 더 주목받아

학생부 간소화는 독서 활동에도 적용된다. 중·고등학교 학생부 ‘독서 활동 상황’은 지난해부터 학생이 읽은 책의 제목과 지은이만 기재되고 있다. 2024학년 입시를 치르는 고1부터는 상급 학교 진학 시 이 항목을 제공하지 않는다. 즉, 고교 생활에서 기록은 되지만 대입에서는 미반영된다.

2018년 발표된 대입 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에 따른 조치다. 독서 활동 상황 외에 수상 경력, 자율동아리, 청소년단체, 방과 후 학교, 개인 봉사 활동 등도 2024학년부터는 대입에 반영되지 않거나 학생부에 아예 기재되지 않는다. 코로나19 팬데믹에 정시 확대 등의 대입 변화까지 더해지면서 교내 활동이 크게 줄어드는 추세다.

한데 독서 활동은 상황이 다르다. 독서 관련 프로그램을 유지하는 학교가 많고, 교과 수업이나 창의적 체험 활동 시간에 독서를 활용한 활동이 계속되고 있다. 학교 안팎의 진로·진학 전문가들도 독서 활동을 더 강조한다. 외부 환경에 좌우되지 않고 스스로 선택해 할 수 있는 유일한 활동이 독서라는 이유에서다. 그저 즐거움을 얻기 위해, 또 교과 학습이나 진로와 연계하는 등 다양한 목적으로 시도해볼 수 있다는 것. 배경지식을 얻고 독해력을 키우면서 학업 역량을 쌓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입시다. 독서 기록 자체는 대입에 축소·미반영되지만, 독서를 활용한 활동을 교과 발달 상황의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이나 창의적 체험 활동의 세부 항목에 기재할 수 있기 때문. 특히 독서는 세특의 좋은 소재라는 평가다.

경기 인창고 유미라 교사는 “세특은 수업과 직결된다. 의미 있는 내용을 담으려면 교사가 관찰할 수 있는 활동이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둠 활동이나 발표에 제약이 있다 보니 독서와 관련한 수업 활동이 늘었다. 수업 내용을 심화하거나 활용할 수 있고, 학생 개개인의 관심과 특성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1부터는 학생부가 더 간소화되고 자기소개서도 없어질 예정이라 수업에서 독서를 활용하는 사례가 더 증가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관심 분야 연계한 진로 탐색 독서 추천

현재도 대부분의 고등학생들은 좋든 싫든 3년간 여러 책을 읽는다. 이를 의미 있는 독서로 이끌 방법이 필요한 셈. 전문가들은 책을 선택하는 단계에서 관심 분야와 연결해보길 추천했다. 유 교사는 “책을 좋아하는 학생은 별로 없다. 필요해서 보게 되는데, 관심 분야나 진로와 관련되면 아무래도 동기부여가 된다. 낯설거나 어려워도 읽어낸다”고 말했다.

특히 아직 진로가 명확하지 않다면, 진로 탐색의 수단으로 독서를 활용하라고 강조했다. 교과와 연계해 흥미 있는 과목의 주요 개념·인물·현상 등을 다룬 책을 찾아보라는 것. 교과서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정제한 내용이지만 핵심만 압축적으로 담고 있기도 하다. 독서를 활용하면 각각의 내용을 보다 쉽고 깊게 이해할 수 있어 학습 면에서 도움이 되고, 이 과정에서 진로를 발견하는 사례도 많다는 전언이다.

이미 수업 시간에 유사한 활동이 많이 진행된다. 특정 단원과 연계된 책을 읽고 독후감을 제출·발표하거나 토론하는 게 대표적이다. 프로젝트형 수행평가에서 자료 조사나 주제 찾기 단계에 책을 포함하기도 한다. 대개 특정 책을 지정하거나 관련 목록을 안내하는데, 해당 교과와 관련성이 크고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진 책들이라 따로 고르는 수고를 덜 수 있다.

교과 교사에게 책을 추천받을 수도 있다. 전북 전주고 권혁선 수석교사는 “수업 시간에 진도를 나가면서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을 종종 제시한다. <세계사>의 경우 학기초 <사피엔스>를, 남미 단원에서 <총 균 쇠>를 추천하는 식”이라고 밝혔다.

특정 직업 위주로 좁게 책을 선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간호대학을 지망한다면 현직 간호사의 책 외에 의료 시스템이나 생명 윤리, 철학 등 보다 넓은 시야에서 다양한 책을 읽어보라는 것. 해당 직업에 필요한 역량·소양에 대해 다각도로 깊이 고민해볼 수 있고, 꿈이 바뀌더라도 때 독서의 의미는 크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진로 찾고 입시 넘을 독서, 어떻게?

책을 어떻게 읽는가도 중요하다. 교과 내용을 심화하고 진로와도 관련된 형태가 이상적인데, 쉽지 않다. 우선 ‘완독’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자. 권 교사는 “학생들은 책 한 권의 내용을 모두 기억해야 한다고 여긴다. 필요하거나 중요한 내용이 무엇인지 알고, 나중에 찾아볼 수 있을 정도만 읽어도 괜찮다. 대학 공부도 필요한 자료를 찾아 발췌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책을 도구로, 가볍게 써보면 좋겠다”고 제안한다.

대신 각자의 방법으로 읽은 내용을 되새겨볼 장치를 마련해두는 것이 좋다. 인상 깊은 구절이나 내용은 형광펜으로 칠하고 그 이유를 적어두거나, 추가로 알아보고 싶은 내용을 포스트잇에 적어 붙여두는 식. 독서기록 앱이나 패들렛 등 스마트 기기의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이는 과제를 해결하거나 다른 탐구 활동을 위한 아이디어를 찾을 때도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다른 책들을 이어 보는 것도 중요하다. 꼬리 물기 독서다. 책을 보다 궁금한 점을 다른 책을 읽고 해결하는 형태가 일반적인데, 지적 호기심이나 도전적인 학습 태도가 드러난다. 독서 역량이 뛰어나지 않아도 충분히 시도할 수 있다.

권 교사는 “책을 소개하는 책, 즉 하나의 내용을 설명하고 관련된 다른 서적을 안내하는 도서를 활용해볼 수 있다. <과학자의 서재> <모든 생물을 서로 돕는다> 같은 책이다. 철학, 인문, 과학,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런 종류의 서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볍게 읽히고, 다른 도서를 이어 읽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고 알렸다.

이런 책을 참고해 더 쉽게 개념을 다룬 책부터 등장인물의 생애나 이론을 담은 책, 반대되는 내용이나 동시대·사건을 소재로 삼은 책 등을 더 찾아볼 수 있다. 인터넷 서점에서 ‘이 책을 구매한 사람들이 선택한 다른 책’ 목록을 참고할 수도 있다.

학생들은 필요하거나 눈길이 가는 책을 선택하는데, 자연스럽게 심화 학습 단계를 밟아나가면서 자신에게 맞는 전공이나 진로를 찾게 된다고. 계열이나 진로가 어느 정도 정리됐다면 고전, 전문 서적 등 난도 높은 책에 도전해보면 된다. 적성에 맞는지 점검하는 한편 학습·진로 역량의 깊이도 더할 수 있다.

이 과정이 교사에게 전달되면 의미 있는 세특 기록으로도 연결된다. 권 교사는 “학생들이 책을 읽고 결과물을 내기까지의 ‘활동’과 전후 수업에서의 모습을 되짚어보고 기재한다. 학생이 호기심을 보인 부분부터 파고들거나 활용해 새롭게 배우거나 진로와 연계한 지점에 대해 서술하는 식이다. 학생부에 학생의 모습을 담을 공간이 줄었기 때문에 수업과 독서를 아울러서 개인의 진로, 호기심과 도전 정신 등을 반영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유 교사는 “대입에서 독서 자체가 당락을 좌우하지는 않는다. 다만 학생의 지적 호기심이나 전공에 대한 관심, 학업 수준, 자기 주도적 태도 등을 드러내는 요소가 된다. 대학에서 다른 전형 요소와 아울러 눈여겨보고 의미 있게 살피는 지점이다. 독서를 수업과 연계해 잘 활용하면 학생들도 학습·진로·입시 등 여러 방면에서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뀐 전공 설명해준 독서 활동”


김성호
서강대 경영학과 1학년



Q. 고교 시절 독서 활동을 통해 얻은 것은?

진로를 탐색하고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미디어 분야를 지망하던 고2 때 <유튜브 컬처>라는 책을 읽고 친구들과 자율동아리를 만들었어요. 유튜브 영상 제작을 경험하고 PD가 돼야겠다는 결심을 굳혔죠. 고3 때 경영학과로 희망 전공을 바꿨는데, <플랫폼 전쟁>을 읽고 영상콘텐츠 유통·홍보·마케팅에도 흥미를 느낀다는 점을 알게 됐어요. <팩트풀니스>를 읽은 후 수학이나 데이터를 다루는 일이 잘 맞겠다고 느꼈고요.

입시 때문에라도 전공 결정이 중요한데 진짜 좋아하는지, 할 수 있는지 검증할 기회는 많지 않아요. 저에게는 독서나 그와 관련된 후속 활동이 기회가 돼줬어요. 흥미가 유지되는지를 통해 제 결정에 확신을 가졌고, 미처 몰랐던 제 장점이나 적성을 확인했으니까요.

수업에서의 탐구 활동이나 동아리 활동에서도 도움을 받았어요. 저는 책 전체를 꼼꼼히 읽기보다 관심 있거나 중요한 내용 중심으로 발췌독을 했어요. 대신 포스트잇에 인상 깊은 구절, 책 내용을 참고한 동아리 활동 혹은 보고서 주제 아이디어를 메모해 붙여뒀고요. 이걸 독후감 과제, 주제 발표나 과제 탐구 활동을 할 때 찾아 쓰니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어요. 선생님께도 좋은 인상을 남겼는지 학생부에 기록됐고요.


Q. 읽을 책을 선택한 기준은?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종합 전형을 염두에 두고, 독서도 전략적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1학년 때 닥치는 대로 읽었는데 힘만 들더라고요. (웃음) 2학년 진학 전 선생님과 상담하면서, 관심 분야의 독서에 집중해보라는 조언을 받았어요. 미디어로 분야를 좁히되 직업인 인터뷰 서적부터 관련 이론·인문·교양 서적까지 폭넓게 찾아봤죠.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미디어를 소비하는 사람의 행태에 관심이 가서 <플랫폼이 콘텐츠다> <백만 공유 콘텐츠의 비밀> <뉴스의 시대> <미디어 심리학> 같은 책을 읽었죠.

이 점이 지망 학과를 바꿨을 때 구세주가 됐습니다. 고3 선생님과의 상담에서 수학을 좋아하고 성적도 상위권이니 이를 활용해볼 학과도 찾아보자는 얘기를 들었죠. 경영학과가 떠올라서 커리큘럼을 살펴보니 통계나 수치를 많이 다뤄서 흥미가 갔어요. 졸업 후 미디어를 포함해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고요.

한데 2학년 때까지 한 동아리·진로 등 교내 활동이 미디어 쪽에 맞춰져 있어서 고민하던 중, 앞서 언급한 책에서 인간의 심리나 사회 현상, 미디어 산업의 시스템을 다룬 부분이 경영학과도 관련이 깊다는 걸 알게 됐죠. 제가 눈여겨본 부분이기도 했고요. 덕분에 고3 때 경영과 관련된 책을 몇 권 깊이 읽은 경험을 더해, 자기소개서에 진로 변경의 배경과 과정을 설명할 수 있었답니다.


Q.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너무 부담 갖지 마세요. 쉽고 가벼운 책이어도 새로운 것을 알게 됐다면 충분해요. 더 욕심을 내고 싶다면 활동으로 이어보고요. 친구들과 내용을 나누거나 토론을 해보거나 동아리에서 관련 주제로 활동을 해보면 좀 더 깊은 내용을 알게 되고 진로를 찾는 데 도움이 돼요. 선생님을 비롯해 평가자들이 좋아하는 자기 주도성을 드러낼 수 있고요. 학생부나 자기소개서를 통해서 자신을 표현할 기회가 줄어든 지금, 독서를 더 많이 활용해보길 권합니다.




“전공에 대한 열정, 독서로 강조했죠”


함이정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2학년


Q. 고교 시절 읽었던 책 중 가장 기억에 남은 책은?

전공을 결심하게 한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가 기억에 남아요. 잘 몰랐던 기아나 기후 환경 문제 등 국제사회의 협업이 필요한 이슈에 각국의 힘의 관계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게 됐죠. 특히 선진국으로 불리는 나라들이 앞장서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외면·은폐하는 현실을 접해 충격을 받았어요. 책에서 제안한 대안을 보고 국제정치 이론에 관심을 갖게 됐고요. 국제기구에서 일하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서 정치외교학과 진학을 결심했죠.


Q. 책 선택 기준과 독서 방법을 되짚어본다면?

솔직히 말하면 고등학교 때 읽은 책은 대학 진학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선택했어요. 입시도 입시였지만, 진로에 대한 고민이 컸거든요. 성적에 맞춰 대학에 간 선배들이 맞지 않는 공부를 하느라 힘들어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가고 싶은 학과를 찾으려고 대학 선배들이 추천하는 고교 필독서를 우선 찾아봤어요. 가고 싶은 대학의 선배들이 학생부에 가장 많이 기재한 책 순위도 참고했고요. 그러다 정치외교학과 전공을 결심하고선, 학과 선배들이 추천한 책을 보려고 애썼습니다. 특히 고등학교 과목에서는 국제 관련 내용을 거의 다루지 않아서, 독서를 통해 깊이를 더하려고 노력했어요.


Q. 독서를 교과 활동과 연계한 사례가 있다면?

고3 때 사회 교과 중 <법과 정치>를 선택해 수강했어요. 상대적으로 신청 인원이 적어서 성적에 대한 부담이 컸는데, 정치외교학과 지망생이니 관련 있는 과목을 배우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했죠. 수업에 충실하는 한편 전공에 대한 제 관심과 의지를 좀 더 드러낼 기회를 찾다, 민주주의 선거 관련 단원을 공부할 때 <파리대왕>에 담긴 소년들의 공동체 생활과 갈등 해결 과정을 민주주의와 선거의 의미 등과 연결·정리해 제출했어요.

또 정치외교학과에 특히 영어 강의가 많다는 것을 학과 홈페이지에서 학부 교과과정을 통해 확인했어요. 대학의 영어 강의에 참여할 수 있는 실력임을 보여주려고 의식적으로 영어책을 읽었고요. 덕분에 영어 독해 실력이 꽤 늘었죠. 책을 읽고 정리한 내용을 모아서 영어 교과 선생님께 드렸어요. 나중에 학생부를 보니 세특에 이 내용을 담아주셨더라고요. 교과 성적에 담기지 않는 학습 태도나 의지, 깊이를 독서 관련 활동으로 드러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Q.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고등학교 시절 꽤 많은 책을 읽었는데, 기억에 남는 게 몇 권 없어요. 보여주려고, 써내려고 한 독서는 쉽게 휘발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후배들에게 목적의식을 갖고 독서하면 좋겠다고 조언하고 싶어요. 책을 읽기 전에 내가 얻고 싶은 것을 미리 생각해두는 거예요. 전공 정보를 얻겠다, 관심 분야 이론을 하나 새로 배우겠다, 배경지식을 얻겠다 등이요. 기억에 더 남아서 나중에 수업 시간에 활용할 때도 도움이 될 거예요. 동기부여 효과도 클 거고요.




“어려운 교과 개념, 꼬리 물기 독서로 이해”

한승현
고려대 행정학과 2학년


Q. 고교 시절 독서 활동의 특징은?

행정과 관련한 책은 많이 읽지 않았어요. 법조인이 되고 싶었는데, 로스쿨이 설치된 주요 대학에는 법학과가 없어요. 법과 가깝고, 필요한 전공이 뭘까 고민하다가 고3 때 행정학과 진학을 결정했어요.

법이 존재하려면 사회 체계가 있어야 하고, 사회를 알고 가꾸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행정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학생부 독서 활동 상황 기록을 돌아보니 국어·사회 교과를 중심으로 교과 개념과 연관된 책이 상당수이고, 진로 면에서는 법과 관련된 책이 많네요.

교과와 관련해서 주요 개념을 보다 쉽게 다룬 책이나 좀 더 깊이 있는 책을 두루 찾아봤어요. <경제>의 경우 <청소년을 위한 텐텐 경제학> <실전 가상화폐 사용설명서>, <윤리와 사상>은 <교과서를 만든 철학자들> <유토피아> <자유론>을 읽었고, <사회계약론> <군주론>도 따로 찾아봤어요. 더불어 머리를 식힐 수 있는 책도 읽었어요.

<실용영어>는 <헝거게임> 원서를 보며 재미도 추구했고, 자기계발서를 보며 위로를 받기도 했고요. 딱딱한 책을 읽어나갈 때 이런 책을 함께 보니 독서를 계속해나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독서 활동이 어떤 면에서 도움이 됐나?

사회 교과에서 어려운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에서 다양한 철학 이론을 접하는데, 교과서 내용은 짧고 딱딱해요. 여러 철학자들의 생애와 이론의 핵심을 모은 인문교양서를 보니 훨씬 이해가 쉽더라고요.

특히 에피소드 형식으로 특정 이론이 나온 배경, 동시대 철학자들의 논쟁을 접하니 자연스럽게 철학사와 주요 이론이 머릿속에 정리됐어요. 이는 <생활과 윤리> 시간에 수행평가 과제를 수행할 때 활용했고요. 수업 내용을 바탕으로 ‘약소국에 대한 원조는 의무인가 자선인가?’라는 주제로 기사를 작성했는데, 칸트의 의무론과 싱어의 공리주의 관점을 차용해 ‘원조는 의무다’라는 논리를 완성할 수 있었거든요. 세특에도 이런 내용들이 담겼더라고요.

또 국어 교과에서 교과서나 시험 지문에 자주 등장하는 작품의 지은이 혹은 주요 사건을 중심으로 다른 작품을 이어 봤어요. 박지원의 단편소설 <호질>을 읽고 지배층의 수탈이나 전횡을 주요 사건으로 다룬 작품을 모아 발표를 하거나, 이광수의 <무정>을 읽고 그와 다른 작가의 친일문학을 살핀 식이죠. 책의 내용보다 이렇게 접근한 방식이 대학 공부에 조금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공부나 과제에 있어 학생의 자율성이 높은데, 이렇게 수업 내용과 관련된 자료나 논문에서 리포트 주제를 찾거나 공부를 심화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Q.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

인문·사회 계열 전공을 희망한다면, 꼭 전공과 직결되는 책이 아니더라도 사회나 인간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기초 인문·사회 소양을 다지는 폭넓은 독서가 자신의 강점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대신 어렵거나 딱딱한 책도 시간을 내서 애써 읽어볼 필요는 있어요. 저는 아예 책 읽는 시간을 따로 정해뒀고, 책을 읽기 전 목차부터 꼼꼼히 살핀 후 형광펜으로 주요 내용을 표시하면서 내용을 머릿속에 남기려고 애썼어요. 그게 결국 독후감을 내거나, 수업 시간 과제를 위해 자료 조사를 하거나 근거를 붙일 때 쓰이더라고요.

무엇보다 책을 읽기 위해 노력한 경험과 어떤 분야에 학문적으로 접근한 방식은 저를 좋은 쪽으로 변화시켰다고 생각하고요. 후배들도 해야 하는 독서를 억지로 하는 데 그치지 말고, 좀 더 자신에게 남을 방식을 찾아 적용해보면 좋겠어요.








“독서는 수행평가 아이디어의 보고”

김규진
서울대 건축학과 2학년


Q. 읽었던 책 중 가장 기억에 남은 책은?

건축 전공으로 이끌어준 <건축물의 구조 이야기>요. 건축의 기본 구조 개념들을 의자, 책상, 다리 등을 예시로 들어 쉽게 설명한 책인데, 읽고 난 후 아치 구조, 의자 및 책상의 구조나 힘의 전달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대학에서 건축을 배우면 많은 건물 속에 숨은 건축 구조들을 볼 수 있고 새로운 구조를 상상해볼 수 있겠다 싶었죠.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 등 건축가들이 쓴 책을 통해서 유명 건축가들과 그들의 작품, 실제 설계법 등을 간접적으로 배웠어요. 건축은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접할 수 없다보니 책으로 진로 체험을 한 셈이죠.

공부법 책도 기억에 남아요. 전 고1 1학기 성적이 기대에 많이 못 미쳐서 불안했었어요. <완벽한 공부법>을 읽고 곰곰이 생각해보면서 암기나 이해하는 방식을 되짚고 스스로 자신감을 되찾았어요. 실제 성적도 향상됐고요. 사실 독서 활동에 ‘자기계발서’는 넣지 말라는 권유가 많은데요. 용기를 얻거나 스트레스를 낮춰주는 책은 봐도 좋은 것 같아요. 다른 책을 더 많이 읽어야겠지만요. (웃음)


Q. 고교 시절 독서 활동의 특징은?

교과 내용을 좀 더 심화하면서, 건축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는 도구로 활용했어요. 교과 심화 독서를 예로 들면 <생명과학> 시간에 유전자와 관련된 수업을 듣고 <어떻게 양을 복제할까?>를 읽어보니 더 깊게 교과 지식을 쌓을 수 있었어요. 책에서 본 신기한 내용은 따로 뽑아두고 수행평가할 때 보고서나 실험 내용 등에 활용했고요.

<블루 이코노미>에 나온 자연모사 기술에 착안해 흰개미가 집을 짓는 과정과 주변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자료를 조사해서 ‘자연 속의 지혜’라는 제목으로 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했는데, 이때 흰개미의 집이 가지는 건축 공학적 기능도 따로 찾아봐 내용에 포함했어요. 나중에 보니 교과 세특에 책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과목에 대한 관심과 진로에 대한 노력이 드러난다는 내용이 있더라고요.


Q.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

책 한 권을 무조건 다 읽으려고만 하면 어려울 거예요. 배운 교과 내용이나 전공 지식과 관련해 필요한 부분만 골라 보는 전략도 활용해보세요. 독서 관련 활동에서 책의 내용을 베껴 쓰는 것도 지양하면 좋겠어요. 자기 언어로 다시 정리해보고, 더 나아가 교과나 창체 시간과 연관된 주제나 활동을 스스로 찾아보고 활용해보길 권해요. 더 자신을 드러낼 수 있고, 자기소개서나 학생부에 그런 모습이 잘 담길 겁니다.



“막연했던 진로, 독서로 구체화했어요”


조성준
고려대 식품공학과 2학년


Q. 중·고교 시기 꾸준한 독서 활동이 어떤 영향을 미쳤나?

진로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세상을 바꾸는 화학 이야기>를 읽고 화학 관련 전공을 결심했었어요. 공학 쪽을 생각했지만 학교에서 접하는 수학과 과학은 막연해서 진로와 연결이 잘 안 됐어요.

그런데 책을 통해 접한 화학은 약품이나 소재·원료 등 실생활 곳곳에 숨어 있고, 큰 역할을 하더라고요. 내가 지금 배우는 걸로 세상에 도움되는 일을 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교과서에서 본 암호 같은 이론이나 공식의 역할과 쓰임을 다시 보게 됐고요. 그래서 화학 연구원을 꿈꾸게 됐고, 공부나 교내 활동에 동기부여를 확실해 해줬죠.

관련 도서를 더 찾아보다 우연히 식품 관련 책을 접했고, 화학보다 인간의 신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분야라는 생각에 식품공학 전공으로 방향을 다시 잡았습니다. 이해의 폭을 넓히려고 <배신의 식탁>을 찾아봤고요. <셰익스피어 단편선> <지대넓얕> 같은 책도 즐겨 봤어요. 호흡이 짧아 읽기 편했고, 배경지식도 많이 얻었어요.


Q. 독서 활동을 교과 활동과 연계한 사례를 들려준다면?

<영어Ⅱ>에서 ‘옥수수 재배’ 관련 글을 읽었는데, 작물의 재배가 인간과 식물에게 쌍방향으로 이익이 된다는 내용이 이전에 읽었던 <총 균 쇠>와 비슷하더라고요. 이를 근거로 GMO가 인간에게 이익이 될 수도 있다는 내용의 영작문을 써냈어요. <수학이 필요한 순간>을 읽고 답을 찾는 것보다 과정과 수학적 사고방식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는데, <확률과 통계> 시간에 배운 내용이 식품공학 분야에 어떻게 접목되는지 궁금하더라고요. 그래서 확률이 어떻게 쓰이고 있고, 앞으로의 활용 방안과 전망에 대해 조사해서 발표했어요.


Q.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

독서도 재밌게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학생부에 기록될 책, 독서 활동을 너무 의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관심 있는 주제를 중심으로 스스로 도전해보길 바랍니다. 특히 책 읽기를 막연히 두려워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찾아보면 관심 분야를 가볍고 재밌게 짧게 다룬 책이 꽤 많으니 이런 것부터 읽어보세요.



“수업 시간 호기심 풀어준 독서”

방나경
서울대 치의예과 2학년


Q. 고교 시절 읽었던 책 중 가장 기억에 남은 책은?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요. 많은 학생의 고민이‘내가 지금 왜 공부를 할까’잖아요? 이 책을 읽고, 목표로 나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공부의 의미를 스스로 되찾은 셈이에요.

<의료 인공지능> <의료, 인권을 만나다>도 기억에 남아요. 막연히 의학 계열 진학을 꿈꾸다 고1 때 저소득 중증 장애인들의 치과 치료를 지원하는 ‘스마일 재단’ 다큐를 봤어요. 치의학이 다른 임상의학에 비해 사회·정치적 제도가 미비한 점이 많다는 걸 알게 됐고, 제가 기여할 부분이 크다는 생각에 치의학 쪽으로 방향을 잡았고요. 그러다 보니 의학의 발전, 의료 윤리 부분에 관심이 생겨 관련 책을 찾아봤는데, 이 두권의 책이 제가 고민하고 있던 부분에 어느 정도 방향을 제시해줘서 도움이 됐어요.


Q. 고교 시절 독서 방법을 되짚어본다면?

목적을 갖고 책을 읽었어요.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 중 궁금한 게 생겨 더 알아보려고, 동아리에서 탐구 활동을 하면서 필요한 정보를 찾으려고, 진로 활동에 도움을 받으려고 등 그때그때 목적이 있었거든요. 책의 목차를 유심히 보고 미리 필요하거나 중요할 것 같은 부분을 찾았어요. 앞에 어려운 내용이 나와도 필요한 부분까지 읽어나갈 수 있고, 해당 부분에 집중하게 되니 못해도 ‘하나의 정보’는 남더라고요. 대학에 와서 전공 교재를 읽을 때도 도움이 됐어요.


Q. 독서 활동을 교과 활동과 연계한 사례를 들려준다면?
수업 시간에 공부를 하면서 궁금증이나 호기심이 생기면 관련 책을 통해 지식을 넓히고, 거기서 또 새롭게 궁금한 내용이 생겨 다른 책을 보거나 활동으로 이어진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면 <생명과학> 수업에서 6월 과학 달력 만들기 프로젝트를 했었어요. 6월에 탄생한 노벨상 수상자를 조사하면서 <미생물 사냥꾼>이라는 책을 읽게 됐는데, 치의학에 대한 관심 때문인지 구강 미생물과 장내 미생물의 관계를 다룬 내용에 눈길이 가더라고요. 호기심이 생겨서 이후 ‘입안에 서식하는 특정 미생물이 장내 미생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연구 자료를 추가로 살펴보며 장 질환을 일으키는 구강 박테리아의 종류에 대한 탐구 활동으로 이어갔어요. 교과 세특에 책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담기지 않았지만, 이 과정이 상세히 기재됐더라고요.


Q.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양보다는 질입니다. 한 권을 읽더라도 제대로 읽고 관련 배경지식을 한 번 더 찾아보거나 다른 활동으로 이어가보세요. 관심 분야나 진로와 관련된 책이 아무래도 동기부여가 돼 읽기 수월할 겁니다.



“독서로 생명공학자의 기초 소양 쌓았죠”


전희망
연세대 생명공학과 2학년



Q. 고교 시절 읽었던 책 중 가장 기억에 남은 책은?

<욕망의 식물>입니다. 생명공학 기술의 유용성이나 전망만 생각했었는데 부정적인 면을 확인하고 충격을 받았어요. 더불어 연구라고 하면 인간의 시각을 중심으로 식물 등 연구 대상을 바라보기 쉬운데, 이 책은 식물 중심 시각으로 인간에게 주는 영향을 서술하고 있어 신선했어요.

<국경 없는 과학기술자들>은 국제사회에서 더 벌어지고 있는 기술 격차를 실감하게 했고, 생명공학자를 꿈꾸는 제게 연구의 목적을 돌아보게 해줘서 기억에 남아요. 해당 국가의 재원을 활용해 자립 가능한 기술 시스템을 어떻게 마련하면 좋을지, 국제사회의 협업을 통한 지원은 어떻게 실현할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됐고요.


Q. 독서를 교과·진로 활동과 연계한 사례를 들려준다면?

고1 때 <생명과학>의 유전 단원을 배울 때 초파리 실험이 많다는 걸 발견하고 <초파리>라는 책을 읽었어요. 유전 실험에 초파리를 많이 쓰는 이유, 초파리 실험이 유전학을 어떻게 바꿔왔는지 등을 알게 됐죠. 이후 과학사를 다루는 <과학문명사> 수업에서 <초파리>를 떠올리며 유전학과 관련된 역사적 흐름을 되짚는 글쓰기 과제를 수행했어요.

고대 그리스의 유전학부터 19세기 혼성유전학, 그리고 이를 반박한 멘델의 유전학까지 역사적, 과학적 배경에 대해 살폈죠. 멘델, 모건, 도브잔스키, 벤저 등 현대 유전학의 발전을 이끈 인물들의 연구 업적을 책을 참고해 정리했고, 오늘날의 첨단 유전학 이론과 기술의 기반이 된 초파리 연구도 따로 찾아봐 덧붙였어요. 단순한 호기심에서 읽은 책 한 권이 교과 내용을 심화해 이해하게 해주고, 다른 수업에서 활동 주제로 쓰인 셈입니다.

또 연구 윤리에 대한 관심이 컸는데요. 장기를 이식하기 위해 태어난 복제인간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 <나를 보내지 마>,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으로 파괴되는 생태계와 이를 방관하는 기업·국가를 폭로한 <침묵의 봄>을 통해 깊게 고민했어요. 그 내용은 고2 <정치와 법> <윤리와 사상> 수업을 들으면서 동물 실험 규제를 주제로 토론·탐구 활동을 할 때 도움이 됐고요.

고등학생 때가 책 읽을 시간이 가장 없을 시기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공부만 했을 때보다 훨씬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특히 책은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나 주제를 효율적으로 접할 수 있는 도구입니다. 시간을 활용해 독서를 해보길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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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 WEEKLY THEME (2021년 11월 17일 10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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