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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1020호

10대는 지금

우리끼리 통하는 말·말·말

10대는 말로 하는 대화보다 채팅이 익숙한 세대다. 짧게 쓰는 것이 편한 탓에 줄임말을 쓰고, 다양한 신조어를 생산해내며 그들만의 언어 문화를 공유한다. 부모 세대에게는 별도의 해석이 필요한 그들의 언어. 10대 자녀의 언어 생활이 궁금하다면 지금 함께 확인해보자.

취재 송은경 리포터 eksong@naeil.com



10대 언어
‘어쩔티비·어쩌라고· 안 물어봤어’는 같은 뜻



요즘 어쩔티비라는 말이 유행이에요. 어쩌라고와 뜻은 비슷한데 좀 더 놀리는 느낌이 강해서 초딩 사이에서 특히 많이 쓰이는 것 같아요. 같은 의미로 안 물어봤어도 종종 사용하곤 합니다.

뇌절이나 억까라는 표현도 많이 쓰는데요. 뇌절은 똑같은 말이나 행동을 반복해 상대를 질리게 하는 것을 말해요. 그런 친구가 있으면 눈치를 주며 ‘뇌절’이라고 한마디하든가, ‘뇌절 좀 그만해!’라고 면박을 주기도 합니다. 억까는 ‘억지로 까다’의 줄임말인데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상대방이 비난하는 경우에 쓰여요. ‘억까ㄴ(노)’라고 맞받아칩니다.

우디르급 태세 전환이라는 말도 있어요. ‘우디르’는 변신 기술을 빠르게 구사하는 게임 속 캐릭터인데요, 상대방이 태도를 빠르게 바꿀 때 이런 말을 해요. ㅋㅋ루삥뽕은 어디서 유래한 건진 모르겠는데 그냥 장난기 있게 웃을 때 쓰는 표현이에요. 문찐은 ‘문화 찐○’란 의미로 최신 유행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을 말하는데 ‘난 문찐이라 그런 거 몰라’ 이런 식으로 쓰이죠. 이외에 쌉가능(완전 가능), 믿거(믿고 거른다)도 친구들 사이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이에요.
_10대들의 언어 풀이를 자처한 자칭 ‘인싸’ 중3



초성 언어
초성만 쓰면 편리하고 재밌어요



친구들과 대화할 때 초성만 쓰는 경우가 많아요. ㅇㅈ(인정) ㄱㄱ(고고) ㄹㅈㄷ(레전드) ㄴㅈ(노잼) ㅇㅉ(어쩔) ㅇㅉㅌㅂ(어쩔티비) ㅇㅉㄹㄱ(어쩌라고) ㅋㅋㄹㅃㅃ(ㅋㅋ루삥뽕) ㅆㄱㄴ(쌉가능) ㅇㅇㄴㅇ(응 아니야) ㄹㅇㅋㅋ(레알키키) 처럼요. 친구들 모두 그렇게 쓰기도 하고, 초성만 쓰면 빨리 쓸 수 있어 편리해요.

페이스북과 같은 SNS를 할 때 ㅊㅌ(최탐), ㄴㅌ(눌탐)이라는 표현도 많이 쓰는데요. 타임라인을 줄여서 ‘탐라’라고 부르는데 ㅊㅌ은 ‘최고예요’를 누르면 상대방의 탐라를 가겠다는 뜻이고, ㄴㅌ도 마찬가지예요. ㅈㅍ(좋페, ‘좋아요’ 누르면 페메)와 ㅇㅍ(읽페, 읽으면 페메)도 비슷한 뜻이랍니다.
_하루의 시작과 끝을 페북과 함께하는 중2



게임 언어
이번에도 내가 캐리!



고인물은 아니지만 친구들 사이에선 게임 좀 한다는 얘길 들어요. 온라인 수업을 하다가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게임을 하기도 하는데요. 진입각이 보여서 신나게 하고 있는데 엄크 떠서 재빨리 화면 전환! 상대방 딸피였는데 너무 아쉬웠어요.
게임이 끝나서 캐리를 외치고 친구들과 대화하는데 한 친구가 저 때문에 질 뻔했다며 정치를 하더라고요.
화가 나서 거친 말을 좀 했더니 그 친구가 신고하는 바람에 채금 먹었네요. 하….
_시험 기간에도 쿨타임은 없는 중2


•고인물 게임에서 실력이 뛰어나거나 경험이 풍부한 사람을 이르는 말.
•~할 각 어떤 행위나 일이 벌어지기에 적절한 상황.
•엄크 ‘엄마 크리티컬’의 준말. 갑자기 엄마가 나타나 게임을 못하게 된 상황을 뜻함.
•딸피 게임 캐릭터의 체력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 ‘개피’라고도 함.
•캐리 게임을 승리로 이끎. ‘내가 캐리했다’라는 표현으로 쓰임.
•정치 의도를 가지고 여론몰이를 하는 것.
•채금 채팅 금지.
•쿨타임 ‘쿨’이라고도 하며, 게임에서 한 가지 스킬을 사용한 뒤 해당 스킬을 다시 사용할 때까지 대기해야 하는 시간. 일상에서 게임을 좀 쉬어야겠다는 의미로 응용하기도 함.



덕질 언어
덕메 만나 콘서트 갈 날 꿈꿔요



입덕한 지 오래되진 않았어요. 학생이라 돈이 많지 않다 보니 그냥 스밍하고 포카 모으고 팬브이로그 보는 게 다예요. 얼마 전에 제 최애 포카 준등기깡을 하는데 어찌나 설레던지요. 양도해주신 분이 비공굿도 챙겨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조만간 콜북도 사고 탑꾸도 해보려고요. 언젠간 마음이 맞는 덕메를 만나 함께 콘서트 갈 날을 꿈꿔요.
_아미 브이로그 보며 대리만족하는 고1


•입덕 팬이 돼 덕질을 시작함.
•스밍 ‘스트리밍’의 줄임말. 노래를 반복해서 틀고 듣는 것.
•포카 포토 카드. 아이돌 사진이 인쇄된 카드를 뜻함.
•팬브이로그 팬들이 덕질을 곁들인 일상을 공유하는 브이로그.
•최애 여러 멤버 중 가장 좋아하는 멤버. ‘차애’는 두 번째로 좋아하는 멤버를 말함.
•준등기깡 준등기로 산 포토 카드나 물건을 개봉하는 것.
•비공굿 ‘비공식 굿즈’를 줄인 말. 회사에서 낸 굿즈가 아닌 팬들이 제작한 굿즈.
•콜북 콜렉트북. 포토 카드를 보관하기 위한 앨범.
•탑꾸 탑로더(포토 카드를 넣는 케이스)를 스티커 등으로 꾸미는 것.
•덕메 덕질 메이트. 같이 덕질하는 친구를 뜻함.




새로움을 즐기는 10대는 늘 독특한 또래 문화를 만들어왔습니다. 학부모들에게는 별세계인 10대들의 삶을 들여다봅니다. 어른들에게 말하고 싶은 우리 이야기 혹은 궁금한 자녀들의 문화가 있다면 이메일(lena@naeil.com)로 제보해주세요. _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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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대는 지금 (2021년 10월 27일 10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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