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이규형 감독의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는 수많은 10대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영화를 보며 ‘어른들은 진정 우리 마음을 모른다!’고 절규하던 소년 소녀가 자라 지금 10대의 부모가 됐다. 그리고 그때 어른들을 향해 외쳤던 말을 그대~로 듣고 있다. ‘엄마 아빠가 뭘 알아!’ 학교와 학원, 그 꽉 찬 일정 속에도 10대만이 누리는 소소한 여유와 즐거움이 있다. ‘엄마 아빠는 (잘) 모르는’ 그 현장을 담아봤다.
취재 ·사진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분명 어딘가에 마취총 저격수가 있다!
성장도 해야 하고 공부도 해야 하는 10대는 매일매일 처절하게 ‘잠’이라는 거대한 적과 전쟁을 치릅니다. 그리고 (불굴의 의지를 지니고 있지 않은 한) 거의 예외 없이 KO패를 당합니다. 그 뒤 조용히, 평화롭게(?) 적과의 동침이 시작되죠. 물리적인 ‘때찌!’가 가해지지 않는 한, 이번 생에는 정신을 차리지 않겠다는 기세로 거의 마취총에 맞은 듯 잡니다. 학교 교실에서도 학원 강의실에서도 예외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스터디카페나 독서실은 마취총 저격수가 없는 ‘청정지역’이란 뜻은 결코 아니라는 건 ‘안 비밀’입니다. 문제는 10대가 잠이 확 달아나는 순간은 매번 그 상황이 ‘알흠답지’ 못할 때라는 거….
포노 사피엔스들의 우정 표현법
엄마 아빠의 학창 시절에도 수업 시간에 친구들끼리 쪽지를 주고받기도 하고 좋아하는 친구에게 마음을 담은 편지를 건네주기도 했다지요. 지금도 똑~같답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종이보다 스마트폰을 ‘적극’ 활용한다는 점이랄까요?
친구들 엽사 찍고 놀리기, 웃기게 나온 사진 합성해서 선물하기(심각하면 상대방이 많이 삐질 수 있음), 웃긴 얘기나 최신 정보 주고받기 등 무궁무진한 재미가 한가득이죠. 부모님 그리고 선생님~ 그러니 제발 ‘스마트폰 압수’ 같은 비인간적이고 가혹한 형벌은 내리지 말아주세요. 저희에게 그건 세상을 뺏기는 것과 같은 데미지가 가해지는 거라고요!
_포노 사피엔스에게 가장 큰 형벌은 스마트폰 압수라고 외치는 중3
‘상남자’ 놀이
OO와 간만에 건전한(?) 시간을 보내보자며 PC방 대신 자전거를 타러 갔다. 40분쯤 지나 온 ‘지금 어디?’라는 엄마의 메시지에 사진 한 장을 보내드렸다.
“OO에게 프러포즈하는 중.”
잠시 답이 없던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누가 찍어줬냐?”
“지나가는 누나.” “그 누나 혹시 아직 근처에 계시냐?” “왜?” “정중하게 사과드려라. 놀라셨을라.”
“내가 이게 바로 요즘 유행하는 상남자 놀이라고 설명해드렸어. 좋아하시던데 뭐.”
“들어와. 우리 좀 깊은 대화를 나누자….” 울 엄만 정말 노잼이다.
_ 엄마와 유머코드가 안 맞아 슬픈 고1
새로움을 즐기는 10대는 늘 독특한 또래 문화를 만들어왔습니다. 학부모들에게는 별세계인 10대들의 삶을 들여다봅니다. 어른들에게 말하고 싶은 우리 이야기 혹은 궁금한 자녀들의 문화가 있다면 이메일(lena@naeil.com)로 제보해주세요. _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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