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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호

도서관장 추천 중학생 도서 6 | 경기 안성시 중앙도서관 공정자 관장

가장자리를 밝히는 ‘연대’의 힘

2014년 2월 서울 송파구 반지하 월셋집에 살던 60대 노모와 30대 두 딸이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어요. 세 모녀 모두 몸이 불편해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 힘겨운 삶을 꾸려가고 있었지만 지원 대상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복지 제도의 도움을 받지 못했죠.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가난을 ‘개인적 문제’로 치부하고 심지어 게으름이나 무능력과 같은 말로 인식하곤 해요. 그러나 가난한 이들이 계속 가난할 수밖에 없는 구조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열심히 일해서 저축하면 해결될 일 아니냐고요? 자~ 이 질문에 답을 해줄 세 친구, 소설 <곁에 있다는 것>의 주인공 지우·강이·여울이를 소개합니다! Follow Me!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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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울, 너 그거 알아? 별은 정면으로 볼 때보다 곁눈질로 볼 때 더 반짝인다. 한 번 해봐… 사람들은 주변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잖아. 그런데 그렇지 않다는 거지. 눈길의 가장자리가 더 빛나는 것을 볼 수 있듯이 우리처럼 가장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더 잘 보고 더 빛날 수 있잖아.”
_227~228쪽 발췌


“아파트는 층수와 넓이로 타인과 자신의 부를 비교한다. 직선으로 이루어진 단순함이 그 비교를 가능하게 한다. 규격화된 창문의 디자인을 통해 남들과 다르지 않다는, 때로는 남들보다 낫다는 위로를 받는다. 더러는 시기와 좌절로 괴로워한다. 그러나 은강동은 타인과의 비교가 아니라 타인과의 어깨동무로 살아남았다. 슬픔이든, 기쁨이든, 노동이든, 공간이든, 무엇이든 나누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곳이 은강동이다. 그 가난을 모르는 이들이 쪽방 체험관 따위의 터무니없는 구상을 만들어냈다. 가난은 진열대 위에 전시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
_354쪽 발췌


정자 관장
경기 안성시중앙도서관장. 독서 지도 전문가로도 활동 중이다. ‘책에서 길을 찾는 10대’를 모토로 청소년 자료 코너를 운영, 중·고등학생들이 좀 더 쉽고 편하게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올해부터 안성시 공공도서관 6개관의 사서들과 청소년 권장 도서를 선정해 이를 담은 책 꾸러미를 청소년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청소년 대상 진로 독서 프로그램으로 웹소설 작가 초청, 미래 직업 특강 등을 기획·진행 중이다.



공정자 관장의 ‘솔직 추천’

가난과 마주하는 법

곁에 있다는 것
지은이 김중미
펴낸곳 창비


‘가난’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거친 음식, 낡은 옷, 허름한 집… 맞아요. 가난의 사전적 정의도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못한 상태’죠.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해요. 현실의 가난에는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감정까지 더해져 있거든요.

열아홉 살 지우와 강이, 여울이는 가난한 노동자들이 모여 사는 인천 은강동(<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배경지죠.)에서 할머니 세대부터 대를 이어 살아가고 있는 친구들이에요. 지우에게는 ‘은강방직 투쟁’을 이끌다 해고된 이모할머니의 삶을 소설로 남기겠다는 꿈이 있고, 외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강이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간호조무사가 되길 원해요. 모범생 여울이는 가난을 벗어나겠다는 목표로 입시에 매달리죠. 세 친구는 서로 다름을 느끼면서도 아껴요.

그러던 어느 날 구청에서 주민들의 생활공간을 ‘빈민 체험관’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자 세 친구는 물론 가족, 친구, 지역 주민 할 것 없이 모두가 반대운동에 나서요. 자본의 논리 앞에 가난마저 상품화하고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전시하겠다는 발상에 분노하며 대물림되는 가난의 공고한 고리를 끊어내진 못하지만 ‘인간의 존엄’만은 훼손당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똘똘 뭉치죠.

책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은 하나예요. ‘가난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누군가는 말하죠.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할 수 없다!’ 지은이는 이에 대해 멋진 답변을 내놨어요.

“역사 속 어떤 시대도 가난한 이들의 편이었던 적이 없다. 하지만 그래서 미래도 가난한 자들의 편이 아닐 거라고 체념한다면 우리에게 희망은 없다. 우리는 희망을 선택해야 한다.”

만약 우리 사회에 빈부격차가 줄어든다면, 또 모두가 가난을 개인적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여긴다면 가난 때문에 상처받는 사람도 훨씬 줄어들 거예요. 힘든 환경에서도 희망을 꼭 쥐고 살아가는 지우와 강이, 여울이를 지금부터 함께 만나볼까요?


덤BOOK 덤BOOK


여전히 공을 쏘고 있는 난장이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지은이 조세희
펴낸곳 이성과 힘


1970년대 군사정권의 노동탄압과 착취, 재개발이 서민들에게 남긴 상흔을 담담히 그려낸 작품. 난장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차별받고 소외된 자들을 의미한다. 지은이는 이 작품이 아직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건 이 사회에 여전히 수많은 난장이가 존재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남을 위해 눈물 흘리지 않는 사람들로 가득한 땅은 죽은 땅이라고 강조한다.




초등학생과 고등학생 사이의 중학생. 다양한 책과 만나기 딱 좋을 나이지만 좋은 책을 찾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책과 관련해 둘째가라면 서러울 도서관장에게 ‘바로 지금’ ‘중학생을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도서관장 추천 중학생 도서’를 통해 입시나 학습을 넘어 읽는 자체로 즐거운 독서를 시작해보세요. _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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