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6월 모의평가 결과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1학년 6월 모의평가와 비교해 응시자 수는 4천332명 증가했습니다. 재학생과 졸업생으로 나눠 살펴보면 재학생은 2천972명, 졸업생은 1천360명 증가했습니다. 2021년 2월에 졸업한 학생 수는 2020년 2월에 졸업한 학생 수보다 6만3천666명이 줄었는데 6월 모의평가에 응시한 졸업생은 전년 대비 늘어난 것입니다.
수능에서도 최근 졸업생의 응시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2019학년 수능에서 24.6%였던 졸업생 비율은 2020학년 28.3%, 2021학년에는 29.9%까지 증가했습니다. 수시는 재학생, 정시는 재수생이 강세를 보이는 상황이기에 주요 대학의 정시 비율이 40%로 확대되는 2022 대입에서 수능에 강한 졸업생의 비율이 얼마나 더 늘어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정시 확대와 졸업생 증가가 불러올 2022 대입의 변화, 전문가들의 예상과 함께 재학생의 전략을 들어봤습니다.
취재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
도움말 허준일 교사(대구 경신고등학교)·이치우 입시평가소장(비상교육)·이영덕 소장(대성학력개발연구소)
임성호 대표(종로학원하늘교육)·허철 수석연구원(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참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열린민주당 강민정 의원 보도자료
2022학년 6월 모의평가 지원자와 응시자 수 비교
지난 6월 3일에 실시된 6월 모의평가 결과가 발표됐다. 6월 모의평가는 수능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출제해 그해의 수능 난도와 출제 경향을 예측할 수 있고, 졸업생이 처음 합류하는 시험이라 의미가 크다. 6월 모의평가 지원자 수는 48만2천899명, 실제 응시자 수는 39만9천818명이었다. 재학생과 졸업생의 비율은 응시자 수 기준 재학생이 34만2천630명으로 85.7%, 졸업생이 5만7천188명으로 14.3%였다. 2021년 2월에 졸업한 학생이 2020년 2월에 졸업한 학생보다 6만3천여 명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6월 모의평가의 지원자 수와 응시자 수 모두 작년보다 높아졌다는 것은 재수생뿐 아니라 N수생이 그만큼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2020~2021학년 6월 모의평가~수능까지의 응시자 비율
2020~2021학년 6월·9월 모의평가와 수능 응시자를 재학생과 졸업생으로 구분해 비교했다. 2021학년 6월 모의평가 때 85.9%였던 재학생 응시율이 수능 때는 70.1%로 크게 낮아지는 반면, 14.1%였던 졸업생 비율은 29.9%로 크게 상승했다. 2022학년은 수능 체계 개편, 약대 학부 선발 등으로 2021학년 수능의 졸업생 응시율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주요 12개 대학 수능 위주 전형 평균 입학 통계
열린민주당 강민정 의원이 작년 6월 공개한 서울 주요 12개 대학 수능 위주 전형의 재학생과 졸업생 비율이다. 12개 대학은 교육부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 대상 16개 대학 중 자료 제출에 응한 건국대 경희대 광운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서울대 서울여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숭실대 연세대였다. 고려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통계에서 빠졌다. 2017학년 54.1%였던 졸업생 비율이 2020학년에는 65.6%로 크게 증가했다.
대학별 2020학년 정시 수능 합격자 중 졸업생 비율
2020학년 정시 합격자 중 졸업생 비율이 60%가 넘는 대학들을 표기한 것으로, 건국대가 73.6%로 가장 높았다. 그 뒤를 숭실대 성균관대 서울시립대 경희대 등이 따랐다.
서울대 2018~2021학년 수능 위주 전형 합격자 비율
서울대는 수시와 정시로 놓고 보면 수시는 재학생 비율이 2019학년 89.3%, 2020학년 89.4%, 2021학년 90.2%로 압도적으로 높다. 그러나 정시 모집에서는 재수생 이상 졸업생의 비율이 50%를 넘어선다. 2018학년 정시 졸업생 비율 55.0%에서 2021학년엔 58.5%로 증가했다. 서울대는 졸업생 합격 비율을 재수생과 삼수 이상으로 구분해 발표하는데, 2021학년 재수생 비율은 42.2%로 2020학년 44.1%에서 1.9% 감소한 반면, 삼수 이상은 15.3%에서 16.3%로 1% 증가했다. 반면, 검정고시생의 정시 비율이 2020학년 3.1%에서 2021학년 4.1%로 증가했다.
연세대 2016~2020학년 수능 위주 전형 합격자 비율
연세대는 2016학년 수능 위주 전형에서 재학생이 49.3%, 졸업생이 50.7%였으나 2020학년에는 재학생은 31.3%, 졸업생은 68.7%로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학생 수로 봐도 2016학년 재학생은 609명, 졸업생은 626명이었으나 2020학년에는 재학생 386명, 졸업생은 847명으로 변화 폭이 컸다.
일러두기
서울 주요 대학은 2021학년까지 수시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정시 전형의 졸업생 합격자 비율이 높다고 해서 신입생 전체로 봤을 때 졸업생의 합격 비율이 높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수시에서는 재학생의 비율이 졸업생에 비해 월등하게 높기 때문이다. |
주요 대학의 정시 확대, 졸업생 강세 이어질 듯
대구 경신고 허준일 교사는 “6월 28일부터 7월 8일까지 9월 모의평가 신청 기간인데, 반수생이나 재수생뿐 아니라 직장인까지 시험 접수를 하러 온다. 약대 학부 선발과 함께 정시 모집 인원 확대의 영향이 큰 것 같다. 물론, 9월 모의평가 지원자 기준으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할 수 있어 허수가 있을 수도 있지만, 확실히 2022 대입은 예년과 다른 분위기”라고 전했다.
진학사 허철 수석연구원은 “정시 확대는 졸업생에게 기회의 장이란 인식이 크다. 약대 학부 신설과 의·치·한 계열의 정시 선발 인원 증가로 상위권 대학의 자연 계열 진학이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능 체계가 달라졌지만, 2021학년 자연 계열로 수능을 준비했던 수험생으로서는 2022 수능 구조가 불리하지 않다는 것도 이유다. 일부 허수도 있겠지만 증가한 졸업생 수는 경쟁력 있는 그룹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임성호 대표는 “지난해 고3 학생 7천831명을 대상으로 2021학년 6월 모의평가와 수능 성적 변화를 분석해보니 고3의 경우 수능에서 모의평가보다 성적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국어는 6월 모의평가 때 받은 1등급을 수능에서 유지한 재학생 비율이 12.7%에 불과했다. 자연 계열 수학의 경우 92.3%가 수능에서 등급이 떨어졌다. 의학 계열을 목표로 하는 최상위권 자연 계열 졸업생의 수능 재도전이 증가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이는 정시에서 졸업생 강세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표 1).
특히 눈여겨봐야 할 것은 N수생의 증가다. 2021년 2월 졸업생은 그 이전 졸업생보다 6만3천여 명이 줄었는데, 6월 모의평가 응시자 수를 보면 졸업생 응시자 수는 전년 대비 더 증가한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재학생은 수시에 집중해야 했던 대입 구조, 관점 달라져야
2020학년에는 4년제 대학의 수시 비율이 77.3%까지 상승했다. 고려대는 모집 인원의 83.8%, 서울대 79.1%, 중앙대 74.0%, 경희대 73.1%로 수시 전형의 선발 비율이 매우 높았다.
대입을 거슬러 올라가면, 2006학년에는 수시 모집 비율이 48.3%, 정시는 51.7%였다. 2011학년에는 수시 60.7%, 정시 39.3%, 이후 수시 비율은 더 높아져 2017학년에는 수시 69.9%, 정시 30.1%, 2021학년에는 수시 77.0%, 정시 23.0%에 이르렀다(표 2). 이런 대입 환경에서 재학생이 수시에 집중하는 건 당연했다.
재학생의 정시가 어려운 이유는 고3 때 배우는 교육과정과 수능의 차이에서도 찾을 수 있다. 재학생은 학교 교육과정과 별도로 수능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인 데다 학생부 종합 전형이나 내신 시험 준비 등으로 수능에 온전히 집중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는 재학생은 수시, 졸업생은 정시 강세 구조를 고착화했다.
비상교육 이치우 입시평가소장은 “재학생들은 사실 3학년 1학기 기말고사를 마무리하고 수시 원서를 쓰고 나면 70여 일 정도 수능에 온전히 집중할 시간이 나온다. 졸업생과 비교하면 절대적인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2022 정시는 서울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40% 가까이 증가했고, 수시 이월 인원까지 계산하면 정시 비율은 50%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졸업생으로서는 정시가 확대되는 2022 대입이 기회라고 느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2022학년을 기점으로 대입 변화는 크다. 재학생의 정시 전략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대입 구조의 변화를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주요 대학 정시 확대, 재학생도 수능에 관심 가져야
수시 중심으로 운영하던 주요 대학들이 2022학년 대입을 기점으로 수능 위주 정시 모집 인원을 크게 늘렸다. 15개 주요 대학의 정시 선발 인원은 1만7천561명으로, 1만3천993명을 정시로 선발했던 2021학년에 비해 3천568명이나 증가했다(표 3). 2021학년 정시 모집에서 756명을 선발했던 고려대는 2022학년에는 1천421명으로, 연세대는 1천85명에서 1천384명, 성균관대는 1천110명에서 1천418명, 서강대는 377명에서 594명으로 선발 인원을 늘렸다.
2022학년 6월 모의평가에서 졸업생 응시 인원은 앞에서 살펴봤듯이 5만7천88명으로, 2021학년 6월 모의평가 응시 인원인 5만5천828명보다 1천260명 증가했다. 졸업생의 응시 인원 증가는 주요 대학의 정시 확대 인원과 비교하면 큰 수치가 아니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예년과 달리 수시 모집에서도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요구하는 대학이 많아지면서 재학생도 수능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재학생=수시’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할 때”라고 전했다.
허 교사도 “단순히 재학생은 정시에 불리하다는 관점에서 벗어나 수능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일찍부터 수능 준비를 해온 재학생은 졸업생 못지않게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경우도 많다. 교육적이지 않은 얘기일 수 있지만, 재학생들도 자신의 위치를 냉정하게 판단하고, 빨리 전략을 세워야 한다. 수능은 학교 내신처럼 단기간에 좋은 결과를 내기 어려우므로 누가 더 수능 공부 시간을 확보하느냐가 핵심”이라고 전했다. 정시가 확대되고, 수시에서도 수능의 영향력이 커진 상황에서 재학생의 수능을 외면한 수시 올인 전략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수시 전형에서도 졸업생 유입 많아질 수 있어
보통 주요 대학의 경우 수시는 재학생 합격률이 70%에 달하지만, 정시는 졸업생 합격률이 70%에 가깝다. 수능을 응시한 재학생과 졸업생의 비율이 7:3임을 고려하면 졸업생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종합 전형으로 다시 한 번 대입에 도전하는 졸업생도 많아졌다. 특히 2022학년은 교과 전형이 확대되면서 학생부 교과 성적이 좋은 졸업생의 재도전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학령인구 감소로 1~2등급을 받는 학생 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졸업생으로서는 불리할 게 없다. 종합 전형에서도 점차 학생부 기록이 간소화되고, 코로나19로 학생부 기록이 빈약해지면서 졸업생이 불리하지 않다는 생각이 커지고 있다. 즉 재학생 입장에서 보면 수시 전형에서도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물론 정시 확대로 수시에 관한 관심이 떨어진 틈을 타서 오히려 수시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이 입시평가소장은 “교과 전형이 확대되면서 학생부 성적이 좋고, 학생부 기록이 풍부한 학생들은 종합 전형이나 교과 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따라서 이런 학생들은 수시에 집중하되 최저 기준 적용 등 수능의 영향력이 예년에 비해 높아졌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반면 내신 경쟁이 치열한 고교에 재학 중이거나 학생부 성적이 목표 대학에 못 미치는 경우 재학생도 수능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상위권 대학, 정시 증가 폭 커 전반적인 합격선 하락 예상
2021학년 정시에서 상위 7개 대학의 인문, 자연 계열 전체 충원율은 49%로, 2020학년의 46%와 비교하면 상승했다. 계열별로 살펴보면 2020학년에 인문 계열은 48%, 자연 계열은 45%였다. 상위 15개 대학으로 확대하면 평균 충원율은 93%로 상승한다.
2021 정시에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를 제외하면 충원율이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특히 중앙대의 충원율은 다군에서 700~800%에 달했다. 보통 정시에서 선호도가 높은 대학이 가군과 나군에 몰려 있어, 중복 합격하는 경우 다군의 충원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허 교사는 “2022학년엔 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 비율이 40%에 달하면서 연쇄적으로 충원이 이루어지고, 같은 학과에서도 합격자의 최고점과 최저점 차이가 꽤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했다. 대성학력개발연구소 이영덕 소장은 “서울 소재 대학들이 교과 전형을 확대했지만, 복수 합격자들이 상당해 모집 인원을 채우기 쉽지 않을 수 있다. 수시 이월 인원까지 고려하면 정시 모집 인원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모집 인원이 늘어나면 정시 합격선이 전년과 비교해 더 내려간다. 재학생에게도 정시를 통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문이 넓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정시 합격생 66%가 졸업생, 그 대열 들어서려면
현재 대입은 1~2등급 학생들은 수시 모집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쉬운 구조다. 반면 3~4등급 이하 학생들은 서류나 학생부 성적의 경쟁력이 높지 않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물론 모의고사에 대한 적응력이나 공부 패턴을 고려해야 한다.
허 교사는 “재학생이 정시에서 살아남으려면 졸업생만큼 시간을 투자하고 전략을 세워야 한다. 막연히 정시가 확대됐으니 정시를 공략한다면 성공 확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지난 6월 30일 6월 모의평가 성적표가 배부됐다. 3월과 4월 학력평가 때 받았던 성적표와 달리 단순했다. 선택 과목 체제의 첫 모의평가였지만,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공통 과목과 선택 과목별 원점수 평균, 표준편차, 선택 과목별로 달라지는 원점수 대비 표준점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교육청 주관의 학력평가 성적표에는 영역별 조합 백분위가 표기돼 대략 자신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었지만, 6월 성적표는 수능 성적표와 같이 영역별 등급, 표준점수, 백분위만 적혀 있어 자신의 위치도 가늠할 수 없었다. 수학 통합 산출로 동일 계열에서의 위치를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2022 정시는 대혼란이 예상된다.
현재 고3이 할 수 있는 건 수능에 집중해 원점수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특히 재학생의 경우 3학년 1학기 기말고사가 마무리되면 수시에서의 지원 대학 선, 합격 가능성, 그리고 3월, 4월, 6월 모의고사 성적을 토대로 정시 지원이 가능한 대학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최저 기준 충족을 위해 수능에 전략적으로 접근할 것인지, 전력을 다해 집중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허 교사는 “기존에는 고2 2학기가 끝날 때까지는 수시를 챙기자는 생각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그 판단이 빨라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막연히 끝까지 수시를 해보자거나 두 가지를 어설프게 쥐고 있기보다는 현 학생부 성적으로 목표 대학이 어렵다면 일찍 수능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 정시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자신을 믿고 치열하게 수능 공부를 하는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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