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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2호

별별 Talk Talk

야단법석 폭소 배틀

취재·사진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안 뽑을 수 없는 ‘쎈 한 방’

“엄마! 나 내일 회장 선거에 출마하기로 했어. 선생님이 후보들은 오늘 저녁까지 학급 밴드에 유세 영상 올리라고 하셨어~ 최소 3개씩 공약을 넣어야 한다는 데 뭘 넣지?” 이제 중1이 된 딸아이가 현관문을 열자마자 소리 지르듯 쏟아낸 말입니다. 비말 문제로 인해 학교에서 영상으로 후보들의 유세를 보고 투표를 한다나요?

아이는 몇 시간째 공약이 떠오르지 않는다며 괴로워하더니 급기야 오후 학원 스케줄을 ‘자기 주도적’으로 취소했습니다. 영어 학원에 전화를 걸어 “부득이한 사정으로 오늘 못 간다”고 자못 심각하게 통화를 하는 아이의 모습에 기가 막히면서도 웃음이 나더군요.

드디어 공약 완성. 야심차게 준비한 공약은 아무리 좋게 봐주려 해도 너무 평범했죠. “후보가 몇 명이야?” “8명.” “그럼 이걸로는 어림없어.” “엄마 나빠! 왜 나 힘 빠지게 해!?” “뭔가 ‘쎈 한 방’이 있어야지~ 네가 하도 당선되고 싶다니까 냉정하게 조언해준 거야.” “쳇! 내가 못할까 봐?”

저녁 시간, 혼자 영상을 찍을 테니 절대로 방에 들어오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습니다. 드디어 결전의 날, “어~엄~마! 나 회장 됐어!” “진짜? 그 공약으로?” “엄마가 세게 하라 그래서 세게 했더니 진짜 효과가 있었어!” “(뭔가 싸한 느낌) 뭐…라고 했는데?” “응, 나 안 뽑아준 친구들한테 저주를 내릴 거라고 했어!” “….”



저출산 해결법

“사랑하는 어머니~ 저출산을 해결할 고견을 하나 던져주시지요.” “사랑하는 아들아, 고1이면 네 숙제는 네가 해라.” “아 엄마! 내일 발표란 말야!” “저출산은 막을 수 없어.” “왜!?” “들어가서 거울 봐봐. 거기 답이 있어.”

엄마의 답에 황당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아들은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집 한 채 주면 낳을까?” “아니, 절대.” “엄만 우리나라가 걱정되지도 않아? 저출산으로 인구가 계속 줄면 대한민국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도 있어.” “그럼 ‘위 아 더 월드’네.”

“아우, 진짜 엄마랑은 말이 안 통해! (누워서 휴대폰 삼매경에 빠져 있던 아빠 급 소환) 아빠! 아빠는 어떻게 엄마랑 사는 거야!?” “다 방법이 있다 아들아~ 아빠는 진즉 귀를 아가미화했지! 귀를 열고 닫는 신공(神功)을 익혔단 뜻이야. 엄마를 이기려 하지 마라~ 그것이 네가 평안을 얻는 길이다.”




클릭 한 번 늦었다 대참사

“엄마! 오늘 3시야! 다른 거 누르면 안돼!” “알았어, 걱정 말고 학원에서 열심히 공부해~” 아이가 중1이면 엄마도 중1이라더니 자유학기 선택 과목 수강 신청을 앞두고 두 모자는 초절정 긴장 모드에 돌입했습니다.

‘3시에 잊지 말고 꼭 농구랑 세계문화탐방 클릭하기! 2시 57분, 아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1시간 전부터 수강 신청 사이트를 켜놓고 새로 고침 버튼을 누르며 초조하게 대기 중이었죠. 그때 걸려온 전화 한 통 “네? 아, 급하신 건 알겠는데 제가 지금 중요한 일을 처리해야… 악!” 3시 2분. 모두 마감. 남은 건 ‘방송댄스’와 ‘종이접기’뿐.

신나게 집에 온 아이와 그런 아이를 볼 낯이 없는 엄마. “내가 제대로 하라고 했잖아 엉엉~ 방송댄스가 뭐야~ 나 춤 제일 싫어하는 거 엄마 알잖아 엉엉~ 종이접기는 또 뭐고!” 미안하고 짠한 마음에 용기를 내 학교 교무실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사정을 말씀하면 혹시라도 강좌를 바꿀 수 있을까 하는 아주 작은 소망을 품고요.

“어머니, 죄송하지만 지금 대성통곡하고 있는 아이들의 수를 헤아리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아드님께는 다음 학기를 기약하자고 전해주세요.” 흐흐흑….






학교나 가정에서 일어나는 학생,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다채롭게 담는 코너 입니다. 재밌거나 의미 있어 공유하고 싶은 사연이 있다면 이메일(lena@naeil.com)로 제보해주세요. _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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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별 Talk Talk (2021년 03월 17일 9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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