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교육

뒤로

중등

862호

'결과→과정' 무게추 옮긴 중학 수학

듣고 풀기보다 설명하고 적용하라

중학 수업·평가의 변화는 수학이라고 다를 바 없다. 문제는 공부법.
교육 환경이 달라졌음은 알겠지만,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는 모르겠다는 호소다. 특히 초등에서 갓 넘어온 중학생의 불안감을 악용, ‘양치기’와 ‘선행 학습’을 유도하는 곳이 여전히 많아 고민이라고.
학교 교사와 학습 전문가들의 우려도 크다. 학생이 참여하는 수업, 과정을 보는 평가가 늘어난 지금에는 남을 좇아 결과를 내는 공부보다 스스로 수학을 소화하는 학습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지금 중학교에서 필요한 수학 공부법은 무엇인지 들여다봤다.
취재 정나래 기자 lena@nail.com 도움말 이구섭 소장(올림피아드교육 수학연구소)·임은주 원장(유투엠 방이캠퍼스) 참고 <자유학기제 교과별 수업 평가 자료집>


지금 유효한 수학 공부법? 수업 변화부터 읽어야!
중학교 공부의 기반은 내신, 즉 학교에 있다. 학교에서 어떤 수업을 받고, 어떻게 평가받느냐에 따라 학습 방법이나 방향이 바뀐다. 현재 중학교에서 수업·평가 변화는 확산되는 추세이며, 특히 수학은 변화의 폭이 큰 교과로 손꼽힌다.
예를 들어 중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도형 단원을 배울 때, 공식을 외우기보다 그림을 그리거나 만들며 개념을 익히는 학교가 늘었다. 예를 들어 지난해 경북 경주여중 1학년들은 <유클리드가 들려주는 원론 이야기>를 읽고, 색종이를 오려 ‘맞꼭지각의 크기가 서로 같음’을 증명해보며 도형의 기초를 배웠다. 일상에서 만나는 맨홀 뚜껑이 왜 둥근 모양인지, 육상 트랙의 출발선이 동일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처럼 일상에서 도형을 활용한 사례를 찾아 성질을 이해하는 탐구 활동도 했다. 도형의 공식을 외우기보다 실제 손으로 만져보고, 일상 속 쓰임을 파악하는 것이 학습에 더 도움된다는 교사들의 판단이 반영됐다.
수업 중 학생의 활동이 늘자 교사의 강의나 판서는 대폭 줄었다. 시험도 달라졌다. 수행 평가의 비중이 높아졌고, 정기고사 자체도 객관식 외 서술형 문제가 다수 출제된다. 객관식의 ‘답’ 을 잘 골라냈더라도 수행 평가에서 과제 수행이나 참여도가 미흡했거나 서술형 문제에서 풀이 과정에 오류를 범해 낮은 점수를 받는 학생이 많아졌다.
중학 수학 교사들은 “결과와 경험에 매몰됐던 중학 수학이 과정과 활동 중심으로 정상화되고 있다. 올해 1학년부터는 새 교과서에서 다양한 활동을 지시하고 있어 수업·평가 변화가 더 확산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진도보다 깊이, 말하며 능동적 공부할 때
문제는 이 경우 기존의 선행 중심 수학 공부는 효용성이 크게 낮아진다는 데 있다.
사교육에서의 선행 학습은 대체로 많은 양의 문제풀이를 반복, 답을 구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 주력한다. 특히 중학 단계에서는 높은 점수가 나오는 교재만 반복해 안주하거나, 상위 학년의 교재로 진도만 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전자는 학업 역량이 정체되고, 후자는 개념 누수를 부른다. 학습 시간이 길어 피로도만 높아질 뿐 효용성은 거의 없다. 학생의 적극적 참여를 중시하는 학교 수업이나 심화 과정을 강조하는 입시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올림피아드교육 수학연구소 이구섭 소장은 “최근 중학교 수학 시험을 보면 모둠 활동 중심의 수행평가나 긴 지문에 수학 문제가 딸린 객관식·서술형 문항의 배점이 높다. 과고나 영재학교 입시에서도 풀이 과정을 제대로 표현하는 것을 중시한다.
문제가 무엇을 묻고 있는지 해석하는 능력과 개념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는 지로 무게 중심이 옮겨왔다고 볼 수 있다. 이런 평가가 요구하는 답을 쓰려면 배운 것을 단계적으로 내 것으로 소화해야 한다. 듣거나 손으로 쓰는 일방향의 수동적 학습보다 말하고 설명하는 쌍방향의 능동적인 공부가 적합하다”고 말한다.


또래 언어로 ‘서로 가르쳐주기’ 효과 높아
단, 단순한 떠들기는 학습에 도움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공부를 위한 것이니 만큼 체계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특히 수업 시간 내 간단 문답이나 토론·발표에 그치지 않고, 친구끼리 모르는 것을 서로 가르쳐주거나 교사 또는 부모 앞에서 설명하는 단계를 거쳐야 말하는 학습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이 소장은 “가르치거나 설명하려면 본인이 개념을 정리해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단순한 답변이나 발표는 배운 내용을 ‘정리’하는 것에 그치기 쉽다. 수학 개념을 익히고 적용하기 위해서는 한 단계 더 들어가야 한다. 특히 친구들끼리 서로 모르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은 또래 언어로 수학을 배운다는 점에서 효과가 높다”고 설명한다.
학기 초 공지하는 교과 학습 계획을 살펴보며 수업 진행 흐름을 파악해두면 대비가 수월하다. 사교육도 활용할 수 있다. 비상교육의 수박씨닷컴, 천재교육의 밀크T중학 등 교과서를 출간하는 모회사가 운영하는 중학생 인강 사이트에서는 새 교과서에 맞춰 실생활과 연계한 개념·활동 수업을 찾아볼 수 있다. 유투엠은 플립러닝(거꾸로 교실) 기반의 커리큘럼을 제공한다.
유투엠 방이캠퍼스 임은주 원장은 “본 수업에선 말하기가 중심인 만큼, 수업 전후 자기 공부가 중요하다. 예습이나 디딤 학습을 통해 개념을 익히고, 수업 후 보습이나 과제를 할 때 교사·강사의 조언이나 온라인 강의를 활용해 부족한 점을 채우는 것이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학부모가 관리한다면 이런 흐름을 염두에 두고 학습 계획을 세우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학원의 도움을 받고 싶다면 이 같은 커리큘럼이 구축돼 있는지, 성취도에 따른 난도 조정이 가능한지 여부와 온라인 강의 업데이트 주기, 실제 학생들의 활용도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선택하면 좋다”라고 조언한다.


TIP



“수학을 어려워하는 친구들은 개념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요. 특히 도형을 어려워하는데, 공식만 외우지 말고 증명 과정까지 소리 내 읽어보면 좋겠어요. 길어도 몇 번 말하고, 손으로도 써보는 거예요. 기억에도 오래 남고, 무엇보다 논리를 알 수 있어서 이해하기 쉬워져요, 문제도 더 잘 풀 수 있어요. 숫자나 기호가 아니라 글로 개념을 풀어 출제하는 문제들을 좀더 빨리 이해할 수 있거든요.”

[© (주)내일교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내일교육
  • 정나래 기자 lena@nail.com
  • 중등 (2018년 06월 06일 862호)

댓글 0

댓글쓰기
240318 숭실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