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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호

별별 Talk Talk

수능 끝난 후

취재·사진 이지영 리포터 easygoing@naeil.com



망가진 외모 안녕!
이젠 여신강림!

고무줄 트레이닝복을 교복처럼 입고 다니고 공부 시간 내내 간식을 흡입했더니, 고3 때 체중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어요. 거울을 보니 큰~ 불곰 한 마리가 보였죠. 패스트푸드 불문, 닥치는 대로 먹으니 여드름도 심해졌고요. 엄마는 “대학 가면 다 빠진다”고 하셨지만 은근 걱정이 됐답니다. 수능만 끝나면 싹 변신할 거라고 다짐했어요. 하지만 마음이 편해져서인지 식욕이 더 폭발하더라고요! “면접도 있으니 이제 신경 좀 쓰자”는 엄마의 말씀도 귓등으로 흘렸죠.

그런데 친구들이 하나둘 다이어트에 돌입하기 시작하면서 급 ‘현타’가 오더라고요. 대학 입학 전에 미모를 되찾겠다는 각오로 PT, 다이어트 식단, 피부 레이저 시술을 했어요. 무슨 아이돌 연습생처럼요.ㅋㅋ 실은 앞트임도 하고 콧대도 높이고 콧볼 축소도 하고 싶었지만, 그건 부모님 반대가 너무 심해 포기.

저는 2월 말까지 자그마치 8kg을 감량했고, 뽀얘진 피부로 입학 준비를 마쳤답니다! 그러나 불운의 코로나 20학번. 저는 강의실 썸도 못 타보고 1년 반째 온라인 수업 중이네요. ㅠㅠ
_여신강림 임주경이 되어 이수호 같은 남친을 만들고픈 대학생




공부 말고 딴거!
운전도 배우고 기타도 배우고

수능 끝난 직후엔 논술 시험을 보러 다니느라 수험생 모드에서 탈피를 못했어요. 수시 합격자 발표 전까지는 그냥 원 없이 잠만 자고, 종일 스마트폰 끼고 유튜브와 넷플릭스만 봤던 것 같아요.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맘껏 누리던 중, 좀 더 의미 있는 걸 하고 싶어 친구랑 같이 운전면허 학원에 등록했어요. 우여곡절 끝에 당당히 면허증도 땄죠.

최애 뮤지션인 NelI의 음악을 직접 연주하고 싶은 마음에 기타 레슨도 시작했고요. 아빠가 합격 선물로 사주신 일렉 기타를 열심히 연습, 이제 제법 폼나게 연주하게 됐네요.ㅎㅎ 덕분에 밴드 동아리에도 가입했고요.
_취미 부자가 되고 싶은 대학생





이제는 남편을 챙길 시간

두 아들 입시를 치르면서 확 늙어버린 것 같아요. 공부는 물론 본인이 하는 거지만 환경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어릴 적부터 나름 신경을 많이 썼어요, 거실 TV를 없애고 도서관처럼 꾸며 공부하는 분위기를 만들었고, 모든 집안 행사도 애들 시험 일정에 맞춰 계획했어요.

빠듯한 생활비였지만 교육비만큼은 아낌없이 썼고요. 그렇게 두 아들 무사히 대학 보내고 나니 비로소 남편이 보이더라고요.ㅎㅎ ‘인간 CD기’처럼 처자식 위해 묵묵히 일만 하는, 아들들보다 뒷전이었던 남편과 많은 시간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주말마다 인스타 핫플 다니기! 예쁘고 젊은 20대 커플 가득한 압구정 카페에서 50대 남편은 무지 쑥스러워하더군요.
그럴수록 마치 도장 깨기하듯 열심히 데리고 다녔죠.

정말 오랜만에 부부 여행도 갔어요. 강릉, 단양, 여수… 둘만의 여행은 아마 20년 만인 듯?

이제 아이들은 세상으로 나가 홀로서기를 할 테죠. 저는 어느새 늙어버린 정든 이 남자와 의지하며 티격티격하며 그렇게 잘 살아보렵니다.^^
_빈 둥지를 남편으로 채우려는 엄마






학교나 가정에서 일어나는 학생,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다채롭게 담는 코너 입니다. 재밌거나 의미 있어 공유하고 싶은 사연이 있다면 이메일(lena@naeil.com)로 제보해주세요. _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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