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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호

별별 Talk Talk

대학생 선배들의 폰 탈출기

취재·사진 이지영 리포터 easygoing@naeil.com



2G로 찾은 또 다른 자유

중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안 된 어느 날, 학교 방송국에서 신입 부원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저는 면접을 보러 방송실로 갔습니다. 동네에서 알고 지내던 언니가 면접관으로 앉아 있더라고요. 반가워 얘기를 나누던 중 그 언니가 전교 1등이란 걸 알았고, 스마트폰이 공부에 방해돼 2G폰을 쓴다는 것도 알게 됐죠.

하굣길 내내 언니의 폰이 떠올랐어요. 집에 오자마자 엄마에게 말했죠. “엄마, 나도 2G폰으로 바꿀까? 공부 잘하는 선배들은 2G폰 쓰더라.” 엄마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곧바로 2G폰을 사주셨어요.

저는 곧 시간을 돌리고 싶었어요. 친구들 다 스마트폰 쓰는데 혼자 2G폰을 쓰려니 갑갑했죠. 그래서 저는 데이터 없는 스마트폰, 즉 공기계를 갖고 다녔죠. 주머니 왼쪽엔 공기계, 오른쪽엔 2G폰을 넣고!

그러나 결국 엄마에게 들키고 말았습니다. 사춘기 절정인 저와 갱년기 초기인 엄마와의 살벌한 전쟁이 시작됐어요! 말다툼 끝에 분노 게이지 극한에 다다른 엄마가… 스마트폰을 냅다 던지셨고, 와장창 박살이 났어요. 저는 엉엉 울었죠. ㅠㅠ

그 이후 저는 2G폰을 6년이나 사용했답니다. 폰에 집착하지 않으니 공부에 더 집중할 수 있었어요. 중1 여름밤의 난동이 오히려 약이 된거죠. 저는 과감히 2G폰을 추천합니다! 문자와 통화만으로도 충분해요. 대학에 합격하면, 저처럼 최신 기종의 스마트폰을 마음껏 쓸 수 있을 거예요.^^
_이제는 스마트폰 유저인 대학생




SNS만 끊어도 성공!

게임과 인터넷이 차단된 공신폰을 권하는 부모님 말씀에도 아랑곳않고 계속 스마트폰을 사용했어요. 학교에 등교하면 반납해야 하지만, 잠들기 전까지 내내 스마트폰을 끼고 지냈죠.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자책감이 들었어요. ‘폰을 왜 이렇게 자주 볼까? 폰 중독일까?’

공부 중에도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제 자신에게 ‘현타’가 왔어요. 저는 게임이나 유튜브보다는 SNS에 집착했어요. 수시로 울리는 카톡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알림 소리를 모두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더라고요. 공부할 게 태산인 고등학생이 의미 없는 기계의 알림에 의존한 거죠.

독서실에서 돌아온 늦은 밤, 결심했어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앱을 삭제했고, 카톡 알림을 껐습니다. 스마트폰은 하굣길이나 학원 이동 중에만 사용했고, 독서실 갈 때는 아예 집에 두었어요. SNS를 멀리하니 서서히 관심이 사라졌고, 당연히 공부에 몰입할 수 있었어요. 스마트폰이 없어도 허전하지 않더라고요.ㅎㅎ

후배님들, SNS를 안 하면 세상과 단절될 거 같아 불안하죠? 경험자로서 말씀드립니다. Never Never!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일단 SNS 앱 삭제부터 행동 개시!
_이제는 당당히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대학생




앱으로 폰 관리를 한다?

중학생 때도 스마트폰을 사용했지만 별로 집착을 하진 않았어요. 틈만 나면 친구들과 축구하기 바빴거든요. 그런데 남녀공학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상황이 좀 바뀌었습니다. 학급과 동아리 모두 단톡방을 만들어 공지하다 보니 스마트폰이 필수가 됐어요. 실은 친목 도모가 가장 큰 이유였죠.^^;;

가끔씩 관심 있는 여학생과 썸을 탈 땐, 새벽 3~4시까지 페이스북 메시지를 하기도 했어요. 밤새 스마트폰을 붙들고 있는 저 때문에 부모님께서 많이 속상해하셨죠. “공부 잘하는 애들 봐봐. 누가 너처럼 스마트폰 쓰나!” 아버지는 스마트폰을 아예 없애라고 하셨어요.

“폰이 없으면 엄마도 답답하다. 아들이랑 연락 안 돼서. 대신 잠잘 때라도 엄마한테 맡기는 게 어때?” 어머니는 밤 12시에 폰을 반납하라고 하셨고요. 결국 밤마다 스마트폰을 안방 서랍장 위 바구니에 넣어두었죠. 새벽 스마트폰을 끊으니 눈이 확실히 덜 피곤하고 개운했어요.

고2가 되면서 친구들이 하나둘씩 공신폰이나 2G폰으로 바꾸더라고요. 저도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스마트폰 관리 앱을 사용하기로 했어요. 지정한 앱만 잠글 수도 있고 폰 전체를 잠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앱이죠. 전화나 문자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니 큰 불편이 없었어요.

스마트폰이 방해된다면, 저처럼 해보세요. 자정에 전원 끄기 + 관리 앱 사용하기!
_나름 폰 관리의 신이었던 대학생





학교나 가정에서 일어나는 학생,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다채롭게 담는 코너 입니다. 재밌거나 의미 있어 공유하고 싶은 사연이 있다면 이메일(lena@naeil.com)로 제보해주세요. _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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