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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호

별별 Talk Talk

내 생애 첫 시험

취재·사진 송은경 리포터 eksong@naeil.com


맘스터치

중2 아들, 얼마 전 생애 처음으로 중간고사를 치렀습니다. 몇 과목 보진 않았지만 학원만 왔다 갔다 할 뿐, 집에서는 공부하는 모습을 통 볼 수가 없더라고요. 시험 3일 전까지도 틈만 나면 게임에 유튜브를 보고 있는데 울화가 치밀더군요. “너 곧 시험인데 긴장 안 돼?” “엄마, 선생님이 긴장하지 말랬어.” “….”

그렇게 일찍 자라고 노래를 불러도 12시는 꼭 넘겨야 자던 녀석이 시험 기간에는 어찌나 일찍 잠자리에 들던지요. 다시 신생아 때로 돌아간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중간고사가 끝나고 결과가 나왔죠. 어땠냐고요?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하아….

아들은 교과서도 한 번 안 펴보고 시험을 봤더군요. 풀어본 기출문제가 보기만 다르게 해서 시험에 똑같이 나왔는데 살펴보지도 않고 그대로 답을 적어 틀려주는 센스까지…. 너무 기가 막혀서 말을 잇지 못하고 있는데 아들 왈, “엄마, 그래도 공부 안 한 것 치고는 잘 보지 않았어?”

그 순간 이성을 잃고 15년간 지켜왔던 ‘아이는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저의 신념은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리고 말았네요. 맘스‘터치’의 매운맛을 제대로 보여줬어요. 참고로 아들 핸드폰에 엄마는 ‘맘스터치’, 아빠는 ‘파파존스’라고 입력돼 있어요. 그게 친구들 사이의 ‘국룰’이라나요? 어쨌든 아들의 첫 중간고사는 이렇게 끝이 났네요. 벌써부터 기말고사가 걱정입니다. 에휴~





행운의 부적?!

중학생 딸아이 책상에 무슨 쪽지 같은 게 올려져 있더라고요. 이게 뭐냐고 물으니 절친이 준 ‘행운의 부적’이래요. 딸에게는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내온 삼총사가 있거든요. 그중 한 친구가 시험 잘 보라며 친구들에게 이 부적을 줬다나 봐요. 그래서 효과는 좀 봤냐고 물었더니 자기가 찍은 문제가 모두 맞았다나요? 또 다른 친구는 전 과목에서 올백을 맞았다지 뭐예요.

“오~ 정말 효력이 있나 보다. 그럼 부적 준 ○○는? 그 친구도 시험 잘 봤대?” “엄마, 글쎄 ○○가 국어에서 답지를 밀려 썼대.” “뭐? 그럼 어떡해? ○○한테는 이 부적이 효과가 없었나 보다.” “아니 근데 엄마, 내 말 좀 들어봐. 답지를 밀려 썼는데도 45점이 나왔대. 대박이지? 행운의 부적이 맞다니까!”

부적의 영험한 효력에 반한(?) 딸은 기말고사 때도 가지고 다닐 거라며, 책상 한구석에 행운의 부적을 고이 모셔뒀습니다. 과연 행운의 부적은 기말고사 때도 효력을 발휘해줄까요? 부적의 효력은 둘째치고, 사춘기 여자아이들이 나누는 우정이 제 눈에는 마냥 귀엽기만 하네요.




어제보다 노력한 너를 칭찬해

아이도, 엄마도 긴장 속에 치른 첫 중간고사가 무사히 끝났습니다. 아이는 포부도 당당하게 올백을 목표로 했는데 아쉽게 3~4문제를 틀리고 말았어요. 속상해하는 아이에게 “다음에 더 잘하면 되지 뭐”라고 얘기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좀 후회스럽더라고요. 아이가 첫 시험이라고 잘 보고 싶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기에 수고 많았다고, 잘했다고 안아주고 칭찬해줄 걸 싶었거든요.

얼마 전, 인터넷 학부모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읽다 보니 아이에게 더 미안해졌어요. 자신의 아이가 올백도, 1등도 아니지만 꾸준히 노력해 성적이 조금씩 향상되고 있다더군요. 그 어머니는 아이에게 너의 경쟁 상대는 남이 아니라 ‘어제의 너’라고, ‘잘할 수 있어’라는 말 대신 ‘너라면 할 만해’라고 부담은 주지 않으면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이야기한다네요.

물론 모르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현실에선 정말 실천하기가 힘든데, 아이를 그렇게 키우고 있는 그 어머니가 진심으로 존경스러웠어요. 그리고 아이를 그렇게 키우고 있다고 착각한 제 자신도 부끄러웠고요. 어제의 너보다 나아졌으면 됐다고 말해줄 수 있는 엄마, 어제의 나보다 더 나은 엄마가 돼보기로 다짐합니다. 며칠이나 갈지는 알 수 없지만요.



학교나 가정에서 일어나는 학생,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다채롭게 담는 코너 입니다. 재밌거나 의미 있어 공유하고 싶은 사연이 있다면 이메일(lena@naeil.com)로 제보해주세요. _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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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별 Talk Talk (2021년 05월 19일 10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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