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교육

뒤로

생활&문화

1028호

별별 Talk Talk

집콕 크리스마스

취재·사진 백정은 리포터 bibibibi22@naeil.com



빨간 리본과 크리스마스의 악몽

코로나19로 실종된 연말 기분을 살리기 위해 온 가족이 모여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몄어요. 눈이 소복하게 쌓인 하얀색의 아름다운 트리가 완성되는 순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찬물을 확 끼얹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남편이 어울리지도 않는 커다란 빨간 리본을 떡하니 트리 꼭대기에 올려놓더니 좋다고 박수를 치는 거예요. 아무리 봐도 색도 크기도 너무 안 어울리는데 말이죠. 리본을 떼라 마라 서로 옥신각신하다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말았습니다.

“안목이 그거밖에 안돼? 누가 봐도 이상하다”는 제 말에 남편은 “인정할게. 이 안목으로 고른 게 바로 당신이니까!”라고 응수하더군요. 저는 리본을 떼어내 힘차게 딱지치기(?)를 했고, 두 아이는 갑자기 숙제가 생각났다며 빛의 속도로 방으로 들어갔죠. 남편은 어찌 됐냐고요? 상상에 맡길게요.ㅋㅋ





어쩌다 홈 쿠킹, 웃음 뒤에 감춰진 진실은?

크리스마스이브에는 가족과 배달 음식으로 홈 파티를 할 계획이었어요. 평소엔 집밥을 밝히는 두 남자 때문에 주방에서 살다시피 하는데 모처럼 시켜 먹는다고 생각하니 신나더라고요. ‘기쁘다~ 구주… 아니 배달 음식 오셨네’ 노래가 절로 나왔어요. 아들은 치킨, 남편과 저는 중국 요리를 주문하려는데 치킨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아들이 속이 안 좋다면서 주문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어휴, 아프다는데 우리끼리만 먹을 수가 없어서 주문을 포기하고 어쩔 수 없이 주방으로 들어갔어요. 냉장고를 뒤져서 찾아낸 재료로, 부드러운 식감의 샐러드와 소화가 잘되는 닭 안심 리소토를 만들어서 먹였죠.

아들이 “엄마 요리가 제일 맛있다”며 엄지 척을 해주네요. “그래. 네가 맛있다니 엄마도 기쁘구나. 허허(허허는 ‘배가 아프다더니 접시는 싹싹 비웠구나. 양장피는 내년 크리스마스 때 시켜 먹으면 되지 뭐’의 줄임말).”





너희들이 재밌으면 난 괜찮다, 멍멍!

친구들과 크리스마스 때 만나려고 유명한 맛집에 어렵사리 예약을 했어요. 그런데 반려견을 키우는 친구가 부모님이 갑자기 집을 비우시게 됐다면서 그냥 자기네 집에서 놀자는 거예요. 꼭 가보고 싶었던 맛집이었고, 아무래도 집에서는 크리스마스 기분이 안 날 것 같아서 내키지 않았어요. 하지만 애지중지하는 반려견을 혼자 둘 수 없다는 친구를 모른 척할 수도 없었죠. 하는 수 없이 예약을 취소하고, 다른 친구들과 함께 터덜터덜 친구 집으로 향했어요.

벨을 눌렀는데 갑자기 산타 옷을 입은 친구가 ‘짠’ 하면서 문을 열어줘서 깜짝 놀랐습니다. 실망한 저희를 위해 작은 이벤트를 준비한 거였어요. 집 안 곳곳도 파티 용품으로 예쁘게 꾸며 있었죠. 파티 기분 제대로 내면서 정말 재미있게 놀다 왔네요.

참, 그 집 반려견도 루돌프 그림이 새겨진 니트를 착용한 모습으로 저희를 맞아주었답니다. 그런데 옷이 마음에 안 드는지 표정이 그리 밝지는 않았어요. 마치 ‘좋니? 너희들이 재밌으면 난 괜찮다. 썰매 끌라고는 하지 마라, 멍멍’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ㅋ






학교나 가정에서 일어나는 학생,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다채롭게 담는 코너 입니다. 재밌거나 의미 있어 공유하고 싶은 사연이 있다면 이메일(lena@naeil.com)로 제보해주세요. _ 편집자






[© (주)내일교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0

댓글쓰기
240318 숭실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