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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972호

COLUMN | 2020 우당탕탕 쌤 말싸미 ⑧

사라진 반쪽 얼굴


글 백원석 교사(경기 시흥중학교)

근 교사, 특히 중학교 교사는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어려운 현실에 처해 있습니다. 올해 학교까지 옮겨 공간마저 낯설고 어색합니다. 그래도 낯섦 또한 교사를 성장시키는 것이라 생각하며 이제 즐겨보려 합니다. 21년 차 교사의 교실, 교사만큼 달라짐을 요구받는 학교, 새로운 학교 문화에 적응해야 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위해 줌에 수업(회의)을 개설한다. 복사한 주소를 각 반에 안내하고 학생들이 시간에 맞춰 들어오기를 기다린다. 앞 시간 수업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들여보내 달라고 졸라대는 아이부터 수업 시작 후 15분이 지나서도 안 들어와 담임 교사를 통해 상황을 파악해야 하는 학생까지 수업 끝나는 시간은 같은데 들어오는 시간은 제각각이다.

수업 시간에 학생이 모두 들어온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비디오를 켜고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학생, 본인인지 확인할 수 있게 비디오를 켜라고 여러 차례 부탁(?)해야만 못 이기는 척 따르는 학생까지 다양하다. 게다가 비디오를 켜도 자신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학생을 찾기 어렵다. 여러 번 요청해야 겨우 화면 귀퉁이에 자신의 머리카락 일부를 살짝 비치는 것으로 수업 참여 인증을 대신하는 학생이 상당수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2학기가 시작되며 교육부는 ‘조회, 종례는 실시간으로, 주 1회 이상 쌍방향 수업을 시행하라’는 지침을 발표했다. 1학기부터 전면적으로 줌 등을 통해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해온 몇 안 되는 학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갑작스럽게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하게 됐다.

수업 관련 세부 사항에 대해 학생, 교사, 학부모가 충분히 논의할 필요가 있는데, 이는 건너뛴 채, 지침에 맞춰 2학기 교육과정을 진행하게 됐다. 그렇다 보니 좌충우돌하는 상황이 또 발생하고 있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통해 학습 격차를 해소하는 것보다, 학생 얼굴의 어느 부분까지 보여야만 출석으로 인정할 것인가를 긴급 논의하는 웃지 못할 일이 학교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교육과정과 관련한 지침은 교육부나 교육청이 제시한다. 하지만 출결 처리 기준은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결정한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 시작 5분 이내에 접속하지 않는 경우, 캠으로 얼굴 확인이 안 되는 경우, 수업 중간 내용을 제대로 듣는지 확인하는 문제나 질문에 대답이 곧바로 돌아오지 않을 경우 등 다양한 기준을 정하고 결과로 처리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고등학교에 다니는 언니와 중학교에 다니는 여동생이 같은 공간에서 같은 형태의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받더라도 학교의 기준에 따라 누구는 출석으로, 누구는 결과로 처리될 수 있다.


민낯이 무서운(?) 학생들

특히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여학생들은 자신의 민낯을 화면에 내보이는 것에 대해 어른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거부감이 심하다. 등교 수업 때엔 아침을 굶는 한이 있어도 화장을 하고 등교할 정도다. 이런 아이들에게 민낯, 그것도 온라인 공간에서 누군가를 상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수업을 들어야 하는 지금, 부모의 눈치를 보느라 이전처럼 화장하긴 어렵다. 그렇다 보니 수업에 참여하는 것이 곤욕인 학생들이 생겨났다. 때론 마스크를 쓰고 수업에 참여하기도 하나, 집에서까지 마스크를 쓰는 것이 답답해서 그런지 어느 순간부터 아이들은 자신이 실시간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머리카락 일부를 살짝 비치는 것으로 대신한다.

교실이 아니라 오롯이 수업에 집중하기도 쉽지 않을 텐데, 불편한 마음과 태도로 참여하니 수업 내용을 제대로 들을 수 있을까 걱정이다. 대개 여학생들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화장을 시작한다고 한다. 이제 화장은 중·고등학교 여학생들의 굳건한 또래 문화가 되었기에 외모에 민감한 사춘기 학생들에게 마냥 화장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문제들도 학생들과 앞서 논의해 해법을 모색해보는 과정을 거쳤다면 어땠을까?

코로나19가 학교, 수업을 많이 바꿔놓았고, 사람들의 삶이나 마음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위권이 사라지는’ 학력 격차 문제, 학교라는 공간이 사라지면서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들과 같은 ‘큰’ 이슈들이 매일매일 뉴스에 등장한다.

이는 돌고 돌아 교육 당국의 정책이나 지침에 반영된다. 학력 격차와 생활 습관이 문제가 되니 출결 기준을 더 빡빡하게 조정하고, 조·종례의 실시간 점검이 반영된 가이드라인, 실시간 쌍방향 수업의 확대와 이를 위한 환경 구축 지원 정책을 제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교육 당국의 정책이 인터넷 환경이나 학생 통제(?) 방법에 집중되면서 실제 학교 현장의 목소리는 배제되고, 학생을 포함한 학교 구성원들의 심리적 요소는 ‘덜 시급한’ 문제로 밀려나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2학기 개학을 하고 3주 만에 우리 반 학생들이 등교했다. 그동안 온라인 실시간 수업에서 만났을 때의 침울하고 딱딱한 모습은 간데없다. 코로나19 이전에 만났던 여느 중학생들과 다를 게 없다. 아이들은 아이들이다.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얼굴 가득한 웃음과 쉴 새 없이 발동하는 장난기로 인해 금세 교실에 에너지가 넘친다.

그런데 일주일 후 온라인 실시간 수업에서 이 아이들을 다시 만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가려진 반쪽의 얼굴로 어두침침한 세계에 머물러 있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어느 방역 전문가가 방송에서 “이런 상황이 최소 3년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에서건 화면에서건 코로나19가 앗아간 우리 아이들의 나머지 반쪽 얼굴을 빨리 되찾고 싶다.



중학교는 지난 몇 년간 공교육에서 가장 많이 바뀐 곳입니다. 빠른 변화에 대한 평가도 엇갈리죠. 21년째 학기중이면 매일 중학생들과 부대끼는 백원석 교사가 지금의 학교와 교실, 학생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학부모들에겐 그저 낯설고, 불안한 ‘달라진 중학교’. 교사의 눈을 따라 놓칠 뻔한 우리 아이들의 지금을 함께 지켜봤으면 합니다. _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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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LUMN 특별기고 (2020년 10월 14일 9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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