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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951호

COLUMN | 우당탕탕 쌤 말싸미 ③

온라인 수업 숙제 떠안은 학교의 미래

중학교는 지난 몇 년간 공교육에서 가장 많이 바뀐 곳입니다. 빠른 변화에 대한 평가도 엇갈리죠. 21년째 학기중이면 매일 중학생들과 부대끼는 백원석 교사가 지금의 학교와 교실, 학생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학부모들에겐 그저 낯설고, 불안한 ‘달라진 중학교’. 교사의 눈을 따라 놓칠 뻔한 우리 아이들의 지금을 함께 지켜봤으면 합니다. _편집자

2020 우당탕탕 쌤 말싸미 ③
온라인 수업 숙제 떠안은 학교의 미래

백원석 교사(경기 시흥중학교)

최근 교사, 특히 중학교 교사는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어려운 현실에 처해 있습니다. 올해 학교까지 옮겨 공간마저 낯설고 어색합니다. 그래도 낯섦 또한 교사를 성장시키는 것이라 생각하며 이제 즐겨보려 합니다. 21년 차 교사의 교실, 교사만큼 달라짐을 요구받는 학교, 새로운 학교 문화에 적응해야 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5월이 코앞인데 아이들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하지만 담임으로서 매일 소통은 하고 있다. 오늘의 출석 체크는 ‘나는 우리 반이 ( )하고 ( )한 반이었으면 좋겠다’의 빈칸을 채워서 보내는 것으로 했다. 가장 많은 답이 ‘편안하면서도 활기찬 반’이었다. 하루 빨리 우리 반 아이들이 바라는 교실 속에서 재잘거리는 웃음소리와 함께 생활하고 싶다.

그런데 오늘도 오전 10시가 넘었는데 출석 체크를 못한 아이가 있다. 아침 일찍 깨워도 부모님 출근 후 다시 잠이 들어 점심 무렵에야 일어나는 학생이다. 10시쯤 전화를 걸었더니 연결이 안된다. 11시가 넘어 한 번 더 시도해봤으나 여전히 연결음만 들린다. 어쩔 수 없이 근무 중인 어머니께 연락드렸다. 당장 아이가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딱히 방법이 없으니 담임으로서는 곤란하기 그지없다. 12시가 다 돼서야 아이가 보낸 메시지가 도착했다.

‘우리 반은 신나고 즐거운 반이었으면 좋겠어요.’

‘반갑다’는 인사와 함께 ‘내일부터는 오늘보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나서 이번 주 금요일에는 9시에 출석 체크해보자’는 답을 보냈다.



교실과 다르지 않은 온라인 속 중1

출석 체크와 동시에 교과 담당 교사의 일도 시작된다. ‘EBS 온라인 클래스’에 먼저 접속해 밤새 학생들이 올려놓은 질문은 없는지 확인한다. 그와 함께 우리 반 학생들에게 오늘 EBS 온라인 클래스의 접속 상태는 괜찮은지, 온라인 교육을 듣다가 어려움은 없는지 등을 채팅창을 통해 확인한다. 아이들은 아주 사소한 것부터 담임이 해결할 수 없는 것까지 다양하게 질문을 던진다. 최대한 자세하게 알려주고, 그 내용을 반 학생 모두 볼 수 있도록 단체대화방에도 올린다. 그런데 조금 있다가 똑같은 질문을 또 다른 학생이 한다.

갑작스레 실시한 온라인 개학이라 나타나는 일은 아니다. 교실에서도 같은 내용을 1시간에 서너 번, 많게는 10번 정도 다른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질문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교직 초년기에는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지 않는가 싶어 혼을 냈는데 여러 해 중학교 아이들과 만나다 보니 ‘원래 그런 나이’ 라는 것을 알게 됐다. 지금은 너그럽게 다시 대답을 해주거나 설명하려 노력하는데, 사람인지라 같은 질문을 한자리에서 서너 번 들을 때 저 아래 눌러 놓은 감정이 치솟는 일이 없지는 않다.



디지털 활용 능력이 교사의 실력일까?

학생들의 모습은 바뀌지 않았지만, 교사들의 일상은 많이 달라졌다. 종전의 수업과 다른 온라인 수업은 그 준비부터 만만찮다.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꼭 필요한 논의도 온라인에서 진행하는데, 최근 여러 학교 교사들이 모인 온라인 회의의 주제는 ‘각 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는 온라인 교육의 형태와 운영의 문제점’이었다. 현재, 학교들의 온라인 교육 형태는 매우 다양하다. 어떤 학교는 출석 체크부터 시작해 시간표대로 전 교과 수업을 실시간 쌍방향으로 하며, 아침 출석 체크와 종례만 쌍방향 화상채팅으로 하고 교과 수업은 단방향으로 하는 학교도 있다. 우리 학교처럼 출석 체크부터 수업까지 단방향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곳도 적지 않다.

그런데 만족도는 교사, 학생 모두 대부분 낮게 나타났다. 교사들은 불충분한 학교의 인터넷 환경, 종일 온라인에 노출되는 학생들에 대한 우려가 컸다. 다수의 교사는 자괴감도 토로했다. 화려한 디지털 기술과 언변으로 만들어진 저경력 교사들의 완성도 높은 수업 예시 자료를 접하면서 ‘나는 따라갈 수 없겠다’며 기가 죽는다는 것. 마치 디지털 활용 능력이 곧 교사의 실력인 시대가 돼버린 것 같다는 하소연이다.

우리 학교 교사들도 온라인 개학 전에 긴급 회의를 했다. 각자 준비 상황을 나누고 가장 큰 고민을 같이 해결하려 만든 자리에서 많은 교사가 “저는 기계치예요”라는 말부터 내뱉었다. 아날로그 감성으로 디지털 시대를 살아온 교사들이 코로나19로 인해 갑작스레 기계와 가까이해야 하고, 디지털 세상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아야 하는 현실에서 드러난 속마음이다.



‘같이’ 공부하는 선생님이 바꿔갈 학교

그런데 이런 현실 속, 자칫 기술에 매몰돼 교육자로서의 역할을 잊어버리거나 소홀할까 걱정이 된다. 오늘 아침 원격 교육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부장교사의 얼굴이 어두워 물어보니, 고등학교 교사인 남편과 주말 내내 원격 교육의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얘기를 나눴는데 답을 찾을 수 없다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래서 “왜 혼자서 고민하냐? 같이 생각하자”고 했다. 그래서 원격 교육 운영에 관한 회의가 열렸다. ‘교사 학습 공동체’가 작동한 것이다.

‘교사 학습 공동체’는 학생 성취 수준 향상이나 학교 공동체 문화 개선 등을 목표로 삼아, 함께 연구하고 실천하며 반성하는 교사들의 학습 조직을 말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초유의 사태가 빚어낸 온라인 개학. 교사들은 개인이 혼자서는 할 수 없고 협력하며 해결해나가는 과정 속에서 집단 지성의 힘과 중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온라인 교육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의 위기를 극복한 뒤에도 예전의 교육 방식으로 전부 되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학교와 학생의 성장을 추구해야 하는 교사에게 온라인 수업은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혼자선 빨리 갈 수 있다. 하지만 함께하면 보다 멀리 갈 수 있다. 학생, 학부모, 동료 교사와 함께하는 학교 교육은 후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난생처음 맞는 교육 환경에선 공부하고 고민하는 교사들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학교는 학생만 배우는 곳이 아니라 교사도 배우고 성장하는 곳이기에 교사들이 함께 배우고 수업에 적용하기까지 조금만 더 기다려주길 부탁하고 싶다. 위기를 뛰어넘을 ‘함께’에는 교사들은 물론, 학생과 학부모 등 사회 구성원들의 참여와 협력, 그리고 이해와 응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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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LUMN 특별기고 (2020년 04월 29일 9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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