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방학이다. 여러 계획을 세웠겠지만 가족 여행은 어떨까? 청소년기의 경험은 바위에 새기는 것과 같다는 말처럼, 그만큼 많은 것을 보고 받아들이며 성장할 최적기의 나이다. 대입이라는 커다란 관문을 지난 고3부터 중학교 입학을 목전에 둔 예비 중등까지, 학부모와 자녀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국내외 여행지를 엄선해봤다.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사진 하나투어·전등사
#1. 문발리헌책방골목 블루박스
사각사각 고서(古書) 넘기는 소리가 가득
파주 출판단지에 위치한 문발리헌책방골목 블루박스. 큰 길에서 살짝 벗어나 한적한 도로를 걷다 보면 아담하고 정겨운 파란 문이 보인다. 이 문을 열고 들어서면 또 하나의 골목이 펼쳐진다. 진짜 골목길은 아니지만, 골목 양쪽을 따라 책들이 빽빽하게 꽂혀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책으로 꾸며진 세상에 초대받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곳이다. 벽면의 작은 문 너머에는 책장으로 둘러싸인 아담한 방이 있으며 책장 아래 구석에는 의자가 있는 작은 테이블과 소파도 보인다.
주소 경기도 파주시 문발로 240-21 문의 031-955-7440
매력 포인트!
수고로움으로 추억 쌓기 원하는 책의 위치를 알려주는 검색대가 없다. 불편할 법하지만, 오히려 온가족이 함께 찬찬히 시간을 들여 원하는 책을 찾아보거나 골라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서점의 최대 매력이다! 부모가 10대 시절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을 발견한다면 아이에게 건네며 추억을 더할 수도 있다. 책장 사이 깊숙이 자리한 편안한 소파를 찾아, 따뜻한 커피나 차를 주문해 곁들이며 독서 삼매경에 빠진 다면 더할 나위 없이 뿌듯하고 알찬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이럴 때 추천!
+ 평소 책과 담 쌓은 자녀에게 책의 매력을 알려주고 싶다.
+ 색다른 여행지를 다녀오고 싶지만 아이 학원 스케줄과 바쁜 일정으로 인해 엄두가 나지 않는다.
+ 가족이 모두 액티브한 활동보다는 정적이고 차분한 활동을 선호한다.
#2. 전등사
역사가 숨 쉬는 곳에서 템플스테이
전등사는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절이다. 고구려 소수림 왕 11년에 창건됐지만 몇 차례의 화재로 인해 모두 소실되고 현재의 건 물은 조선 광해군 때인 1621년에 재건했다. 대웅보전을 비롯해 약사전 과 범종 등 보물 6종을 간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전등사 홈페이지를 통해 체험형과 휴식형 중 원하는 프로그램과 날짜를 선택해 방문하면 된다. 방을 배정받고 생활 한복으로 갈아입은 뒤 사찰예절을 배운다.
주소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전등사로 37-41 문의 032-937-0152
매력 포인트!
하이라이트는 발우공양이다. 발우는 절에서 스님들이 사용하는 밥그릇 인데 여기에 먹을 만큼 적당한 양의 밥을 담아 한 톨도 남기지 않고 깨끗 하게 비우며 무소유와 깨달음의 지혜를 얻는 값진 경험을 할 수 있다. 남기면 안 된다는 압박감에 음식을 너무 적게 담으면 다음 식사 때까지 괴로울 수 있으니 참고하자. 다음날 새벽 4시 30분에 예불을 올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 한다. 한 번의 템플스테이로 큰 깨달음을 얻기는 어렵겠지만 가족 모두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의 풍광을 즐기고 작은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 될 것이다.
이럴 때 추천!
+ 아침마다 아이를 깨우느라 진이 빠진다.
+ 정리정돈 문제로 아이와 자주 전쟁을 치른다.
+ 쉽게 사고 쉽게 버리며 돈의 귀중함을 모르는 자녀에게 올바른 소비관을 심어주고 싶다.
입시 끝! 지금이 기회다_ 해외 편
#3. 트레티야코프·푸시킨·멀티미디어아트
예술의 나라 러시아의 보물, 3대 미술관
말이 필요 없는 대문호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 삶이 그대를 속일지 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는 시인 푸시킨의 조국이자 세계적 수준의 발레와 오페라를 보유한 ‘예술의 나라’ 러시아. 그러나 러시아가 미술 작품으로도 빼어난 나라임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수도 모스크 바에는 러시아가 자랑하는 3대 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다. 트레티야코프·푸시킨 미술관과 멀티미디어아트 뮤지엄이 그 주인공이다.
매력 포인트!
동화 속 궁전 같은 아름다운 외관을 자랑하는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러시아 국립미술관이기도 한 이 곳은 가장 많은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어 러시아 미술의 보고(寶庫)라 불린다. 이반 크람스코이·일리야 레핀·미하일 브루벨 등 러시아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푸시킨 미술관은 이집트 미술부터 피카소까지 외국 여러 나라의 고(古)미술품 을 많이 소장하고 있어 세계 미술사의 흐름을 한눈에 알 수 있는 곳이다. 르누아르의 대표작 중 하나인 <잔느 사마리의 초상> 원화도 감상할 수 있다. 러시아 현대미술이 궁금하다면 멀티미디어아트 뮤지엄으로 가야 한다. 자녀가 평소 그림과 디자인에 관심이 많다면 더할 나위 없는 선택지다.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멀티미디어아트 뮤지엄
More info
모스크바는 화려한 건축물을 자랑하는 도시인 만큼 지하철조차도 화려함과 독특한 위용을 뽐내며 ‘지하궁전’으로 불린다. 천편일률적인 지하철역과 달리 모스크바는 각 역마다 분위기와 인테리어, 설치작품이 다르기 때문에 그 자체로 하나의 풍성한 볼거리가 된다. 또한 발레·오페라의 성지라 불리는 모스크바에서는 내한 공연의 절반 가격으로 공연 관람이 가능하니 놓치면 손해다. 힘겨웠던 입시 레이스를 끝낸 부모와 자녀가 함께 러시아의 하얀 겨울을 만끽하며 평생 기억에 남을 미술 작품과 발레·오페라의 감동을 느껴보면 어떨까.
#4. 아야 소피아(성소피아 대성당)
서양과 동양, 이슬람과 기독교가 공존하는 곳
고대 그리스는 이곳을 ‘비잔티움’으로 칭했고, 로마는 ‘콘스탄티노플’ 이라 불렀다. 서양과 동양이 만나 두 문화의 용광로가 된 이스탄불. 종교적으로도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가 수차례 부딪힌 곳이기도 하다. 1985년부터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이스탄불에는 그 모든 역사와 이야기를 담고 있는 1천500년 된 건축물이 있다. 이스탄불이 콘스탄티노플이라 불릴 당시 그리스도교의 대성당으로 지어졌고, 터키 지배 때에는 이슬람의 모스크가 됐으며, 현 재는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는 아야 소피아, 성소피아 대성당이 바로 그것이다.
매력 포인트!
아야 소피아를 설계한 두 사람은 특이하게도 건축학자가 아닌 수학자와 물리학자였다. 이들은 당시 구조상의 표준을 깬 기하학을 적용해 건물을 설계했으며 이때 세워진 거대한 중앙부의 지름 32.6m의 돔은 비잔틴 건축의 전형으로 여겨지며 ‘건축의 역사를 바꾸었다’는 찬사를 듣고 있다. 건축, 역사에 관심 있는 자녀를 뒀다면 꼭 한 번 들러봐야 할 이유다. 아야 소피아를 충분히 만끽했다면 이스탄불의 교통·상업·관광 중심지인 ‘탁심광장’을 방문해 보자. 또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타벅스가 위치해 있다는 ‘베백’의 보스포 러스 해협에 서서 유럽 대륙을 딛고 아시아 대륙을 바라보자. 이스탄불이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매력이다.
동서양이 만나는 이스탄불은 유구한 역사와 다양한 문화만큼이나 다채롭고 풍성한 식문화를 자랑하는 도시다. 수백 가지에 달한다는 케밥은 고기 없이는 밥 을 먹지 못하는 자녀의 행복 지수를 한껏 올려줄 것이다. 고기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신선한 해산물과 달콤한 과일, 다양한 유제품이 관광객을 맞이한다. 역사와 재미, 식도락까지 즐길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여행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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