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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0호

학교는 지금! 서울 동작고

<모래톱 이야기> 속 ‘조마이섬’으로 떠난 교육 여행
QR코드·증강현실로 만난 부산의 문화·역사·예술

지난 10월 서울 동작고 1학년 6반 학생 27명은 부산으로 2박 3일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일제강점기·한국전쟁의 아픔이 묻어 있는 영도다리와 <모래톱 이야기>의 배경인 을숙도를 둘러봤죠. 국제시장과 BIFF 광장도 거닐고요. 얼핏 평범한 교육 여행처럼 보이지만 이 여행이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답니다. 학생들이 직접 여행지를 정하고 일정을 짰을 뿐만 아니라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첨단 독서 캠프를 경험했기 때문이죠. 자, 이제 학생들의 안내에 따라 아주 특별한 부산 여행을 떠나볼까요?

취재 백정은 리포터 bibibibi22@naeil.com 사진·자료 김창규 교감(서울 동작고등학교)


DAY - 1
서울역 출발 - 부산역 도착 - 영도다리 - 감천문화마을 - 해운대 야경 투어


영도다리가 열리길 기다리는 학생들 뒤로 ‘전쟁통에 헤어진 가족을 기다리는 피란민’ 조형물이 보인다.


열린 다리 아래로 지나가는 배를 향해 학생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감천문화마을에서 찍은 사진. 담임 교사 혼자 점프를 하며 익살스럽게 연출한 게 재미나다.



양하영 학생

“TV에서 본 도개 장면을 이번에 직접 보게 돼 너무 좋았어요.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지켜봤답니다. 다리가 올라가는 속도가 느려서 조금 실망했는데 70° 각도까지 높이 올라가는 건 신기했어요. 영도다리는 일제강점기 때 대륙 침략을 위한 보급과 수송로 구축을 위해 건설됐고, 한국전쟁 때는 피란민들이 헤어진 가족을 애타게 기다리던 곳이죠. 영도다리를 보며 우리의 아픈 역사를 잊지 말자고 결심했어요. 신기한 구경거리를 보는 것을 넘어 그 이면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면서 비로소 여행의 참맛을 조금 알게 된 것 같아요.”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것만큼 감동의 크기도 비례한다.” 서울 동작고 김창규 교감이 교육 여행지를 부산으로 정한 학생들에게 건넨 말입니다. 이에 학생들은 부산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예술 혼에 흠뻑 빠져보기로 하고, 소설을 읽고 역사를 공부하며 여행을 준비했다고 하네요. 김 교감은 “<어린왕자>의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처럼 눈에 보이는 부산의 겉모습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부산이라는 커다란 책 속에서 학생들은 부당한 권력에 맞선 섬사람들의 저항 정신을 마음에 새기거나, 전쟁으로 인한 이향과 실향의 아픈 역사를 반복해선 안 되겠다는 각오를 다지거나, 수십 년 후 새로워질 미래를 상상해 읽을 수 있다”고 여행의 의미를 설명합니다. 마지막 날 저녁을 오락 시간이 아닌, 여행지에서의 여러 경험들을 주제로 한 독서 캠프로 진행한 것도 색다르네요. 요즘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QR코드’ ‘증강현실’ 등을 활용한 점도 돋보입니다. 김 교감은 “앞으로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테마로, 학생들 스스로 교육 여행 계획을 짜도록 할 방침”이라고 하니 다음 여행도 기대됩니다.



DAY - 2
을숙도 - 오륙도 스카이워크 - 태종대·해양박물관 - 해운대의 티엔북스 카페


이지현 학생

“‘낙동강하구에코센터’에서 전시해설을 담당하신 분이 을숙도의 철새, 습지, 갈대밭 등에 대해 <모래톱 이야기>에 나오는 ‘조마이섬’과 연결지어 자세하게 설명해주셨어요. 책을 미리 읽었기 때문에 설명이 귀에 쏙쏙 들어왔어요. 이른 아침이었지만 친구들 모두 피곤한 기색 없이 귀 기울이는 모습이었죠. 밖으로 나오니 아름다운 분홍빛 갈대, 핑크뮬리가 펼쳐져 있었어요. 경치를 감상하며 잠시 자유 시간을 가졌답니다. 중간 중간에 증강현실 프로그램으로 숨은 그림을 찾듯 미션을 수행한 것도 재미를 더했죠.”


한 학생이 스마트폰의 ‘증강현실’ 프로그램으로 ‘낙동강하구에코센터’ 푯말 옆에 뜬 영화 <국제시장>의 포스터를 보고 있다.


티엔북스 카페에서 스마트폰의 QR코드와 증강현실 프로그램을 활용해 독서 미션을 수행하고 있는 학생들.



조유민 학생

“소설을 읽고 여행지를 부산으로 정한 건 우리였지만 솔직히 독서 캠프까지 해야 하나 싶었어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 QR코드와 증강현실 프로그램으로 문제를 푸는 게 재미있어서 모두가 진지하게, 적극적으로 독서 미션을 수행했답니다. 퀴즈는 주로 <모래톱 이야기>와 관련된 것이었고, 부산을 소재로 한 간단한 수학 문제 풀기나 책 속에서 담임 선생님 찾기와 같이 부담이 적고 재미있는 미션이 많았어요. 책에서 읽은 내용을 확인하고, 조금 더 깊게 생각해보면서 사고력이 자라는 것 같았어요. 무엇보다 책과 ‘절친’이 된 듯해 뿌듯했어요.”


DAY - 3
해운대 해수욕장 - 아쿠아리움 - BIFF광장 - 부산역 출발 - 서울도착


강윤서 학생

“마지막 날, 피로가 쌓인 탓에 버스에서 자느라고 다들 정신이 없었어요. 졸면서도 국제시장, 깡통시장, BIFF 광장 등에서 자유 시간을 갖는다는 기대감에 부풀었죠. 국제시장에 도착하자마자 언제 졸았냐는 듯 모두가 활기차게 돌아다녔답니다. 국제 시장은 8.15 해방 당시 떠나는 일본인과 돌아오는 한국인이 교차하는 지점이었는데 침체된 경제를 살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해요. 영화 <국제시장>에 나왔던 ‘꽃분이네 가게’에도 가고, 맛있는 부산 어묵도 사먹었어요. 역사적 현장에서 그 시대의 상황을 상상 해보며 역사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는 걸 느꼈습니다.”


김 교감과 학생들이 깡통시장에서 부산 아지매와 함께 찍은 기념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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