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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3호

교과서로 세상 읽기 10 시민의 권리와 의무

유승준이 택한 스티브 유 의무는 저버리고 권리만 탐하다

이름을 대면 알 만한 배우나 아이돌의 군 입대와 제대 소식이 흔한 요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스티브 유의 소식이 뉴스면을 장식하고 있다. 청소년들에겐 낯설지만, 2000년대 초반 앨범마다 히트곡을 냈고, 쇼 프로를 종횡무진했던 만능 엔터테이너이자 예의 바른 모습으로 전 국민의 사랑을 받은 스타, 유승준이 바로 그다. 그는 시민의 의무를 저버리고 스티브 유를 택하면서 아름다운 청년이 아닌 ‘병역 비리의 아이콘’이자 ‘국민을 기만한 배신자’가 돼버렸다. 17년이 지난 지금, 스티브 유는 대한민국이 자신에게 너무 가혹하다며 이제 그만 입국을 허락해달라고 법적 싸움을 하고 있다. 의무 이행을 등한시하고 입국의 권리만을 주장하고 있는 ‘스티브 유’ 사건을 만나보자.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사진 연합




TV와 신문기사로 본 세상





“병역 기피로 국민적 지탄을 받는 유 씨의 입국 길이 열렸다는 톤의 보도가 이어지자 유 씨 관련 여론은 싸늘해졌다. … (중 략) … 하지만 ‘법원이 유 씨의 입국을 사실상 허가했다’는 주장은 엄밀히 말해 사실과 다른 것으로 파악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원은 유 씨에게 비자를 발급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한 바 없다’며 ‘비자 발급을 거부하는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아 위법하다는 취지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_<연합뉴스> 법원이 유승준 입국 허가? ‘법무부 관문’ 남았다 2019. 11. 19 기사 중




교과서로 뉴스 이해하기







바람직한 시민의 자질 ‘올바른 권리 추구와 의무 이행’



자, 친구! 수업 시간에 배운 ‘시민의 기본 5대 의무’를 크게 외쳐볼까? 납세의 의무·국방의 의무·교육의 의무·근로의 의무·환경 보전의 의무! 오~ 역시 똘똘하군. 이 중 오늘은 대한민국의 건강한 젊은 남자라면 피할 수 없는 ‘국 방의 의무’를 깊게 살필거야. 벌써 괴로움에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는군. 대한 민국 헌법 제39조 제1항,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 왜 너의 동의도 없이 국가 마음대로 이런 법률을 정했는지 궁금 하다면 교과서를 펼쳐보자.


중학교 <도덕Ⅱ> 2단원의 ‘시민이 갖추어야 할 자질’ 편과 고등학교 <생활과 윤리> 3단원의 ‘국가와 시민의 윤리’ 편을 보면 머리로는 이해가 갈 거야.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한 국가의 구성원인 시민으로 살아가게 돼. 단순 거주자가 아닌 공동의 이익과 정의를 지향하는 국가에서 살아가려는 특정인의 집합을 시민이라고 하지. 따라서 ‘시민이 된다는 것’은 도덕적인 의미도 가져. 국가로부터 생명과 재산을 보호받고 다양한 물질적·비물질적 혜택을 받으며 살아가고, 동시에 국가 유지를 위한 시민의 의무가 뒷받침돼야 하니까. 즉 시민 없는 국가나 국가 없는 시민은 존재 불가능할 정도로 둘은 상호 의존적 관계야.


그럼에도 국방의 의무는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너를 위해 90년대 최고의 인기 스타였지만 지금은 사회면에서나 만나 볼 수 있는 ‘병역 기피’ 의 대명사, ‘스티브 유’의 사례를 설명해줄게.



다시 읽는 시민의 기본 의무





국가의 질서와 평화 보존을 위한 국방의 의무


국방의 의무는 외국의 침략으로부터 국가 독립을 유지하고 영토를 보존하기 위한 국토 방위의 의무를 뜻해. 고대 그리스와 로마, 중세 봉건시대까지 오직 귀족 계급만이 국토 방위의 의무를 가졌었지. 예전부터 나라를 지킨다는 건 영광스러운 일이었거든. 신라시대 ‘화랑’을 떠올리면 이해가 갈 거야. 귀족의 자제만으로 구성됐던, ‘관창’으로 대표되는 용감무쌍한 청년 집단. 삼국통일의 주역인 김유신도 화랑 출신이었고 말이야. 소수 특권 계급만 누릴 수 있던 의무였던 셈이야.


한데 근대에 들어와 그 범위가 크게 확장 됐어. 중세를 넘어 근대국가에 이르러 귀족 계급과 용병 제도(보수를 받고 복무하는 외국군인)는 역사에서 자취를 감추게 됐지. 산업의 발달로 인구가 크게 늘었고, 무형의 지적 재산권이나 기술을 두고 갈등을 빚거나 인접 국가를 넘어 전 세계를 무대로 전쟁이 발생하는 등 국가적 차원에서 보호해 야 할 방위 대상이 크게 넓어졌거든. 이로 인해 전 국민이 병역의 의무를 지는 나라 들이 생겨났어. 분명 헌법에는 ‘모든 국민이 국방의 의무가 있다’고 해놓고 왜 남자만 군대에 가느냐고 분기탱천한 너에게 한 가지 더 알려주자면, 대한민국은 국방의 의무에 대한 실질적 이행을 위해 ‘병역의 의무’를 제정한 ‘병역법’을 시행하고 있어. 병역법에 따르면 대한민국 남성은 병역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야 해. 즉 징병이 된다는 뜻이야. 여성은 지원할 시에만 복무를 할 수 있지. 이건 엄연한 성차별 아니냐고? 그 문제는 또 다뤄야 할 내용이 상당해지니 다음 기회에 다시 논하도록 할게.


국방의 의무를 저버린 스티브 유, 그의 선택이 초래한 것들




1997년 미국에서 건너와 21살의 나이로 화 려하게 데뷔한 유승준, 아니 스티브 유는 가위춤으로 유명한 <가위>가 실린 첫 앨범 을 60여만 장이나 팔아치우며 혜성처럼 등장했어. 그는 2~3집도 연달아 히트시키며 스타덤에 올랐지. 네가 태어나기도 전의 인기 가수를 왜 굳이 알아야 하냐고? 배경을 알아야 1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의 입국을 반대하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야.


당시 스티브 유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에 건강한 청년 이미지로 ‘국민 가수’ 반열에 오를 정도였어. 건강하고 탄탄한 몸매에 파워풀 넘치는 춤으로 뭇여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그의 군 복무 여부는 당시 팬들과 언론의 최대 관심사였지. 미국 영주권자였던 그는 TV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남자는 때가 되면 (군대에) 다 가게 돼 있다” “(징병검사에서) 결정된 사항은 따르려 한다” 등의 발언을 하며 ‘아름다운 청년’이라는 이미지를 수많은 팬들에게 각인시켰던 거야. 하지만 2002년 1월 스티브 유는 군 입대를 석 달 남기고 콘서트 명목으로 병무청의 국외 여행 허가를 받아 미국으로 출국하더니 곧바로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어. 팬들은 그야말로 믿는 도끼, 그것도 엄청 큰 도끼에 제대로 발등 찍 힌 거지. 그 배신감이란…. 비난이 커지면서 예정된 활동이 줄줄이 취소됐고, 병무청에는 한국 재입국을 반대하는 민원이 폭주했지.


이에 병무청은 “유승준이 인기 연예인인 만큼 병역 예정자인 젊은 층에게 그 의 결정이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법무부 출입국관리국에 입국 금지를 요청하게 돼. 법무부는 이를 받아들였고, 2002년 2월 2일 인천국 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려던 스티브 유는 입국을 거절당한 채 그대로 미국으로 돌아가게 돼. 이후 방송사 인터뷰에서 “2년 전 이미 미국 시민권을 신청해놨다. 원래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려고 했으나 2002년 가족과 인사를 하러 LA에 갔다가 상의 끝에 시민권 취득을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식어버 린 여론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어. 최고의 스타가 한순간에 희대의 배신자이자 사기꾼으로 낙인찍히게 된 거지.



한걸음 더 생각하기



스티브 유가 몰고 온 나비효과






스티브 유 사태 이전에는 입대는 곧 연예계 생명의 끝이라는 의식이 팽배했었어. 인기 연예인일수록 무슨 수를 써서 든 병역을 면제받고자 애쓰는 경우가 많았지. 국민들 역시 이런 연예인들의 행태를 탐탁지 않게 여기기는 했지만 크게 문제 삼지는 않았어. 인기를 구가하던 연예인이 군대에 갔다가 전역 후 잊힌 사례가 적잖았기 때문이야. 하지만 스티브 유처럼 그를 믿고 귀국 보증 제도(입영 날짜 가 확정된 남성이 나라의 보증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올 수 있는 제도)까지 써가며 해외 출장을 허가해준 병무청과의 약속, 즉 국가를 배신한 사례는 없었어. 스티브 유 사태 이 후 병역 문제가 수면으로 떠오르면서 국민들 사이에선 병역 기피는 지탄받아 마땅할 부도덕한 행위로 간주됐어. 대중들은 군 입대를 미루고 있는 스타 혹은 국내에서 막대한 인기를 누리며 수익을 거둬들이면서 군 복무는 하지 않는 타국의 영주권·시민권을 보유한 스타들에게 차가운 눈초리를 보냈지. 뿐만 아니라 화보나 쇼프로에서 건강미를 뽐냈으면서 입대를 면제받거나 공익 근무를 한 연예인들의 이유도 궁금해하기 시작했어. 반면 제대로 군 복무를 한 연예인에겐 관심과 호감을 표시했지. 이에 연예계 에서도 톱스타라도 병역을 회피하면 대중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됐고, 남자 연예인들은 앞다퉈 현역 입대를 자원하기 시작했어. 몸이 불편한 경우 공익으로라도 가려는 풍조가 생겨났지. 군 복무를 마치고 더 늠름 해진 모습으로 돌아온 스타들, 머릿속에 막 떠오르지?


의무 이행하지 않는 권리 요구 정당한가?




시민권 취득 이후, 스티브 유는 딱 한 번 한국에 들어왔어. 장인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2003년 한 차례 일시 귀국 허가를 받았거든. 그 외에는 한국 땅을 밟 지 못한 그는 중국에서 연예계 활동을 이어갔어.


그러다 2015년 9월, 그는 LA 총영사관에 재외동포 비자(F4)를 신청했고 거절당하자 입국 금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어. 2016년 1심과 다 음해 2심을 거치는 동안 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을 냈어. 하지만 지난 8월 대법원은 판결을 뒤집으며 법무부의 입국 금지 조치가 부당했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어. LA총영사관 이 2015년 ‘입국 금지가 돼 있다’는 이유로 그의 체류 자격 비자 발급을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는 것이 판결이었지. 물론 이번 판결로 스티브 유가 곧바로 한국에 입국할 수 있게 된 건 아니야. LA 총영사관이 파기 환송심 판결에 불복해 재상고하면 대법원이 다시 한 번 판단해야 하거든.


무엇보다 스티브 유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법원 판단이 아닌 싸늘한 여론일거야. 그는 자신의 뿌리는 대한민국이며 자신의 아이들에게 떳떳한 아버지가 되고 싶어 이제는 당당히 한국 땅을 밟고 싶다고 밝혔 지만 그가 순수 방문 목적의 비자가 아닌 F4 비자를 신청해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거든. F4 비자는 가수를 포함한 모든 경제활동이 가능한 비자야. 스티브 유의 주장대로 한국 방문 목적이 그저 뿌리 찾기 라면 관광 비자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게 현재 LA 총영사관의 입장이지.


국방의 의무를 피하고자 유승준을 포기하고 스티브 유를 택한 그는 17년간 자신의 입국을 불허한 대한민국이 너무 가혹하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하지만 이 사건의 본 질은 병역을 기피한 한 연예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병역의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 해온 대다수 대한민국 남성들의 헌신과 자긍심이 걸린 문제라는 거야. 한 나라의 시민으로서 국가 수호의 의무를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는 국군장병들과 나라를 믿고 소중한 아들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 그 숭고 한 시민으로서의 의무를 발로 차버린 그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는 모습이 곱지 않게 보이는 이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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