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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7호

교과서로 세상 읽기 1 동물 전염병과 글로벌 경제

중국 돼지가 병에 걸렸는데 왜 엄마가 한숨 쉴까?

요즘 세계 각지의 공항은 짐 검사로 몸살을 앓는다. 관광객들이 들고 온 식품, 특히 돼지고기가 들어간 제품을 걸러내기 위해서다. 우리나라도 지난 4월 중국인 관광객이 들여온 피자의 돼지고기 토핑에서 아프리카 돼지 콜레라, 즉 ASF(African Swine Fever: 아프리카 돼지열병) 바이러스 유전자가 나와 폐기 처분됐다. 다행히 아직 우리나라에는 발병 사례가 없다. 한데, 우리 식탁은 이미 들썩이고 있다. 중국 돼지가 아프면 우리 집 저녁 먹을거리가 어떻게 바뀔지 뉴스와 교과서를 함께 보며 아이와 이야기 나눠보자.
취재·사진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도움말 김규태 교사(경기 이목중학교)







TV 뉴스와 신문기사로 본 세상
중국 돼지에 들썩이는 세계
최근 신문기사에 아프리카 돼지열병, 즉 ASF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니? 지금 중국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ASF로 골머리를 앓고 있어. 치사율 100%의 강력한 동물 전염병이거든. 중국에서 폐사하거나 살처분되는 돼지의 규모가 미국과 유럽에서 사육되는 돼지의 수와 맞먹을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니 정말 엄청나지.
그런데 왜 중국 돼지 문제가 우리나라 신문에서 주요 이슈로 거론되는 걸까? 신문뿐만이 아냐. TV를 틀어봐. 딱 뉴스 시간에 맞춰서 말야. 아나운서가 오늘 틀림없이 ASF에 대해 거론한다는 데 500원을 걸겠어.

일단 뉴스로 ASF에 대해 알아볼까?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ASF는 지난해 8월 중국에서 처음 발생한 후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 다른 아시아 국가로 퍼졌어. 왜 빨리 해결하지 못했냐고? 세계지도를 한 번 보렴. 중국은 매우 넓지? 그만큼 돼지 농장들도 각지에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어서 통제하기 어려웠대. 우리와 달리 소형 농가가 많다는 것도 문제였어. 발병 사실을 제때 발견하거나 제대로 된 처치가 이뤄지기 힘든 환경이었던 거야. 무엇보다 ASF 바이러스는 돼지고기를 가공한 제품에서도 살아 있을 수 있어. 병에 걸린 돼지를 없애도 계속 확산될 수 있다는 뜻이야. 왜 우리나라 공항에서 중국에서 오는 여행객들의 짐을 주의 깊게 살피는지 이해되지?

ASF가 계속 확산되면서, 뉴스는 경제적 여파에 주목하고 있단다. 중국 인구가 얼마나 되는지 알고 있니? 본토에 거주하는 인구만 14억 명이야. 게다가 만두, 완자, 탕수육 등등 중국인들의 식탁에서 돼지고기가 빠지는 일은 없어. 소고기보다 더 좋아한다니 유별난 돼지고기 사랑을 알 만하지. 세계 최대 돼지고기 소비국인 중국에서 ASF로 공급량에 차질이 생긴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중학교 <사회> 교과서를 통해 그 답을 찾아보자!


“중국에서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급격히 확산되는 가운데 지방정부의 관리 부실까지 겹쳐 폐사하거나 살처분되는 돼지 규모가 미국과 유럽에서 사육되는 돼지 두수에 맞먹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네덜란드 은행 라보뱅크는 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올해 중국의 돼지 두수가 3분의 1로 줄어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는 최대 2억 마리에 달한다.” _뉴스핌 “중국 아프리카 돼지열병 폐사 규모, 미국+유럽 돼지 총합에 맞먹어”(2019. 5. 15) 중





교과서로 뉴스 이해하기
글로벌 시대, 세계는 하나의 시장
중2 <사회>에서 만나는 ‘다국적 기업과 공간 변화’ 단원은 ‘글로벌 경제’를 알려주고 있지. 글로벌 경제란 나라와 나라 사이의 경제 활동이 자유로워지고 서로 의존도가 높아지는 경제를 의미해. 비행기로 세계 어지간한 나라는 하루 내에 갈 수 있고, 인터넷 네트워크로 지구 반대편 친구와 실시간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술의 발전 덕분이야.
또 자기 나라에서만 나는 자원만으론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을 개발하기도, 눈높이가 높아진 사람들의 생활을 만족시키기도 어려워진 시대라 서로 자원을 사고팔 수밖에 없지. 때문에 세계 각국은 WTO(세계무역기구)를 통해 국제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한-미 FTA처럼 두 나라 사이에 자유무역협정을 맺거나, EU·ASEAN등 인근 지역 국가끼리 연합해 일종의 경제공동체를 결성하는 데 열심이야. ‘경제’에도 국경이 없어지고 있는 셈이지.

1. 경제 활동의 세계화
(1) 글로벌 경제의 특징
① 경제 활동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이루어짐
② 상품·자본·노동·기술·서비스의 국제적 이동 증가
③ 세계적 차원에서 경제 활동의 상호 의존성 확대
(2) 경제 활동의 세계화
① 세계가 하나의 지구촌으로 통합되는 세계화의 과정 속에서 나타남
②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구축  자유무역 확대  글로벌 경제가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
③ 금융 시장의 세계화. 교통·통신의 발달  빠른 속도로 경제 활동의 세계화 진행


청소년의 일상생활도 이미 글로벌 경제 영향권
글로벌 경제를 좀 더 쉽게 알려줄까? 봉지라면을 하나 가져와 봐. 뒷면에 적힌 성분표를 함께 보자. 면·소맥분은 호주와 미국에서, 사골양념분말은 뉴질랜드에서 왔네. 태국산 재료도 보이지. 청소년들의 ‘스테디셀러’ 삼선 운동화는 또 어떻고! 독일 제품으로 알고 있겠지만, 라벨에서 ‘메이드 인 베트남(Made in Vietnam)’이란 문구가 보일 거야. 이렇듯 매일 먹고 입고 쓰는 제품 중 다른 나라와 연관 없는 것은 거의 없을 정도로 세계 경제는 이미 하나가 돼 있어.
이게 무슨 상관이냐고? 우리가 많이 수입하는 원유(석유)나 가스, 광물, 곡물은 어떤 제품을 만들 때 꼭 필요한 ‘원재료’들이야.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면 우리 기업은 비싼 가격에 수입해 물건을 만들어야 하니 제품 값을 인상 할 수밖에 없어. 밀가루 값이 오르면 너희가 슬퍼지는 이유지. 엄마가 과자를 덜 사주실 테니까.
여기까지 잘 따라왔다면 이제 왜 ASF를 언론에서 매일 보도하고 있는지 감이 살짝 올 거야. 중국 정부는 이미 올해 하반기 돼지고기 가격이 사상 최고치로 급등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어. 경제 전문가들은 세계 시장의 돼지고기가 중국의 소비량을 충족시킬 만큼 충분치 않기 때문에, 돼지고기는 물론 다른 육류 가격도 덩달아 비싸질 거라고 보고 있지. 찾는 사람이 많을수록 제품의 가격은 상승하니까! 수요·공급 법칙은 이미 알고 있지? 돼지고기를 원하는 만큼 구할 수 없으니, 닭고기나 양고기 등 다른 육류를 찾을 테고, 그러면 그 육류의 가격이 오르는 일이 반복되는 거야.
이야기를 들려주는 동안 날아든 소식! 홍콩에서도 ASF가 발병해 돼지 6천 마리를 살처분했대. 물론 돼지고기 가격은 거듭 폭등 중이지. 중국과 가까운 우리나라. 정말 조심 또 조심해야 해.





다시 보는 AFS
우리나라, ASF 안전지대 아니야
자 그럼 ASF를 다시 볼까? 이 동물 전염병은 1920년대 아프리카에서 시작돼, 1960년대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창궐했지. 이후 러시아와 터키 사이에 있는 조지아라는 나라에서 2007년 다시 나타나 동유럽 국가에 확산됐어. 지난해 8월 중국에 등장했고 몽골, 베트남, 캄보디아까지 퍼졌어. 중국과 국경을 맞댄 북한도 걱정돼. 바이러스가 압록강을 건너 휴전선 인근 멧돼지를 통해 우리나라에 전파될 수 있다는 전망에 경기도와 강원도가 비상사태라지?
특히 ASF는 고전염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달리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지만, 돼지로 만든 햄이나 육포에 바이러스가 남아 문제야. 가공품을 돼지와 접촉시키면 전염되거든. 백신과 치료제도 없어 병의 확산을 막으려면 감염 된 돼지는 물론, 이와 접촉한 모든 돼지를 살처분하는 수밖에 없지.
불과 2~3년 전, AI와 구제역으로 수많은 닭과 돼지를 살처분했던 가슴 아픈 일, 기억하니? 그때 엄마 아빠들도 꽤 힘들었어. 치킨과 삼겹살이 비싸졌거든. 이번에도 그럴 것 같아. 이미 4월 한 달 새 돼지고기 값이 17%나 올랐대.
사태가 계속되면 우리 식탁에 돼지고기 반찬 대신 닭고기 반찬이 올라오거나 그마저 사라질거야. 우리가 중국의 ASF를 주목하고, 옆 나라는 물론 지구 반대편의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야. 내 밥상에서 고기 반찬이 사라질 수도 있으니 말야. 상상만 해도 눈물날 일 아니야?



한걸음 더 생각하기
돼지가 아픈 이유를 돌아볼 때!
이제 중국은 서유럽이나 중남미에서 돼지고기를 대거 수입할 가능성이 높아. 6월 이후 국제 돼지고기 가격을 주의 깊게 봐야 해. 국제 시장의 ‘큰손’인 중국이 세계 돼지고기를 싹쓸이하면, 정말 우리 식탁에서 고기가 사라질 수 있으니까. 또 ASF가 중국에서 주기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커서, 최소 2~3년간은 세계 육류 시장이 크게 요동칠 수 있어.
또 하나, 봐줬으면 하는 게 있어. ASF와 같은 가축 전염병은 살처분이라는 대책이 뒤따라 수많은 돼지가 죽음을 당해. 단백질 섭취를 위한 생존 수단으로 드물게 먹었던 고기를 지금은 맛으로 먹지. 이를 위해 동물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당하고 도축을 거쳐 밥상에 올라. 이런 환경에선 새로운 병원균이 생겨나기 쉬워.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야. 맛있는 고기를 즐기는 대신, 그 뒤 동물복지나 환경까지 한 번 생각해줘.



선생님이 학부모에게 전하는 조언
“ASF처럼 국제적인 이슈들은, 나와 연결 지어보는 것이 중요해요.
먼 곳에서 발생하는 데다, 전쟁이나 무역 갈등 등의 단어로 표현돼 학생들은 ‘상관없는 일’로 여기기 쉽거든요. 뉴스를 소재로 대화할 때, 자녀들이 일상에서 자주 접하거나 흥미를 보이는 것들에 대입하면 이해하기 쉬워져요. 대화의 물꼬를 어느 정도 텄다면, 학교에서 배운 개념들과 연결해서 원인-과정-결과-대안의 흐름으로 짚어주면 깊이가 더해지겠죠. 처음부터 욕심 내지말고, 뉴스로 이야기하기부터 도전해보세요.” _김규태 교사(경기 이목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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