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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1호

학교는 지금! 경기 고양국제고

지식 탐구의 기쁨 나눈 '2019 인문학 어울림' 학생에 의한, 학생을 위한 인문학 강의

지난 10월 23일 고양국제고에서는 ‘2019 인문학 어울림’이 열렸습니다. 인문학 강의를 진행한 건 다름 아닌 고양국제고 2학년 학생들이었죠. 교내 공모를 통해 선발된 5개 팀의 학생 강사들이 인근 중학교 3학년 학생 94명에게 법·심리·정치·도시·언어 등 5개의 주제로 인문학 강의를 펼쳤습니다. 자신들이 탐구한 지식을 중학생 눈높이에 맞춰 쉽고 재미있게 전달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고 해요. 최근 부는 인문학 열풍에 견인 역할을 톡톡히 해낸 셈이죠. 열띤 인문학 강의 현장을 한 번 둘러볼까요?

취재 백정은 리포터 bibibibi22@naeil.com 사진·자료 이석현 교사(경기 고양국제고등학교)


1강 문명과 야만-19세기 동아시아의 국제 정치 패러다임


격동에 휩싸인 19세기 동아시아 국제 정세에 대해 설명하는 PPT, 강의포스터

강의에서는 19세기와 21세기의 동아시아를 바라봤다. 19세 기는 새로운 문물과 사상이 전래되면서 전통적인 조공질서가 해체되고, 제국주의가 등장한 시기다. 당시 동아시아의 국제 질서에 대해 알아보고, 전에 없이 다각적이고 빠르게 변화하는 오늘날의 동아시아 상황과 견주어 생각해보도록 이끌었다. 강의를 맡은 박관영 학생은 “19세기와 같이 ‘전환의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삶의 궤적을 좇는 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큰 의미가 있다”며 지금의 국제 상황을 어떤 태도로 대해야 하는지 고민해보길 권했다.



“수업 시간에는 한 분야만 파기가 어려운데 평소 관심 분야인 근현대사와 국제 정치에 대해 깊게 공부할 수 있어 의미가 컸어요. 논문과 책을 찾아 읽고 강의안을 짜면서 스스로 탐구하는 방법을 배웠죠. 행사를 계기로 나름 성장한 것 같아 뿌듯합니다. 조금 어려웠을 수도 있는데 진지 하게 잘 들어준 중학생들에게 고마웠어요.”


2강 디케의 눈-우리의 삶 속에서 법이란 무엇인가?


정의의 여신 디케가 한 손에는 저울, 다른 한 손에는 칼을 들고, 눈을 가리고 있는 이유를 설명한 강의 PPT, 강의 포스터.

강의를 진행한 김현주·배도현 학생은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부분에 법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는 법에 이미 통달했 다고 봐야 한다며 법이 딱딱하거나 어렵지만은 않다는 걸알리는 데 주력했다. 일상 속 사례와 ‘판결문 작성해보기’와 같은 체험 활동을 중심으로 강의안을 마련했다. 현주 학생은 “중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발표하고, 토론에 참여해서 놀랐다. 공통 관심사인 법에 관해 후배들과 생각을 나눌 수있어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현주와 저, 둘 다 법 분야 진로를 염두에 두고 있어서 잡은 주제였어요. <몽테스키외 법의 정신> <디케의 눈> 등의 책을 비롯해 논문까지 두루 접하면서 평소보다 훨씬 더 깊고 폭넓게 공부한, 값진 경험을 했습니다. 강의 중 한 중학생이 ‘법과 정의가 다르게 적용되는 사례가 궁금하다’고 물었어요. ‘법과 정의가 충돌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법은 정의를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답했죠.”


3강 도시-역사의 거울이 되다


조선 초기 대도시의 위계 구조에 관해 설명한 PPT, 강의 포스터.

도시의 과거·현재·미래를 역사·지리·경제 등 다양한 사회적 관점에서 분석한 강의. ‘사람들은 왜 서울에 살기를 집 착하는지, 비수도권은 지역 소멸의 위기에 직면한 반면 수 도권의 인구는 왜 늘어만 가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해 도시의 성장과 몰락의 원인을 역사 속에서 찾아봤다. 조선 시대와 지금의 행정구역 제도를 뜯어보고, 달라진 도시 간 위계질서를 짚어보기도 했다. 이어 도시를 어떤 모습으로 바꾸고 싶은지도 생각해보도록 이끌었다.




“제가 좋아하는 ‘도시학’에 관한 책과 논문에 흠뻑 빠져 행복한 시간을 보냈어요. 도시학과 관련해서는 교과와 연계된 게 거의 없어서 스스로 탐구한 것으로 강의를 준비하고, 그렇게 얻은 지식을 공유하며 큰 보람을 느꼈죠.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중학생들과의 만남도 반가웠고요. 이런 행사가 좀 더 자주 열려서 관심 분야에 대해 자발적으로 탐구하고 지식을 공유하는 기회가 더 많은 학생들에게 주어졌으면 해요.”


‘인문학 어울림’, 학교-지역 사회 잇는 소통의 구심점

올해로 3회째를 맞은 ‘인문학 어울림’은 고등학생이 스스로 탐구한 지식을 중학생 후배들과 나누는 뜻깊은 행사입니다. 학교와 지역 사회 간소통에 학생이 구심점이 된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큽니다. 행사를 주관한 경기 고양국제고의 김희년 교장은 “공통의 관심사와 진로를 가진, 다양한 학교의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인문학을 탐구하는 자리를 가졌다. 지역 사회의 교류와 소통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 소중한 시간”이라고 취지를 밝혔습니다. 위에서 소개한 것 외에 ‘햄릿증후군을 통해 바라본 대중심리’와 ‘우리가 몰랐던 신비한 언어 이야기’까지 모두 5개의 강의가 진행됐어요. 학술·자율·정규 동아리와 독서 활동을 통해 얻은 지식을 학생들 스스로 심화·체계화해서 주제를 정하고 강의안을 마련했다고 하니 놀랍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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