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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

902호

우리 마음속 인생의 물음표를 심어준

다이내믹 국어 수업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소설을 읽는다면? 학생들이 단편소설과 시, 에세이, 8천 자서평을 쓰고 이를 책으로 엮어낸다면? ‘그럼 공부는 언제 하고 대학은 어떻게 가?’란 의문이 슬며시 떠오를 터. 부산 만덕고의 국어 수업에서는 이런 걱정은 접어도 좋다.
문학을 통해 행복하고 굳세고 넉넉하며 아름답고 따듯하게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었던 선생님과 문학의 힘과 맛을 배운 학생들은 이 멋진 일들을 해냈다. 선생님은 오늘도 국어 시간에 신입생들과 진로로 시를 쓰며 문학의 힘을 나눈다.
취재 김지민 리포터 sally0602@naeil.com 사진·자료 조향미 교사(부산 만덕고등학교) <우리의 문학수업><작전명 진돗개>









▶▶오래된 미래
컴퓨터로 작업하고 인터넷을 활용해 업로드하는 과정이 익숙한 아이들에게는 ‘인터넷 선사시대’일 그때. 12색 사인펜과 색연필, 오려 붙인 사진으로 만든 멋진 작품집이 있었죠. 레이저 프린터로 출력한 A4 용지의 매끈함은 없지만 눌러 쓴 글과 풀 붙인 자국으로 두터워진 공책은 멋진 문집으로 남았답니다. 100% 아날로그인 정겨운 문집들은 지금 디지털로 ‘문학’을 즐기는 아이들의 오래된 미래입니다.




▶▶오래된 미래는 현재가 되고
고2부터 고3, 입시가 끝나기까지의 국어 교과 수업이 책으로 묶여 나왔습니다. 수업에 참여했던 친구들은 대학으로 혹은 일터로 자신의 꿈을 찾아 길을 떠났다지요. 교사라는 직업을 의심 없이 ‘꿈’이라 생각했던 친구, 대학 진학 계획이 없어 마지막 ‘학교 생활’을 의미 있게 하고 싶었던 친구, 원치 않는 고등학교 진학으로 힘들었던 친구, 학교를 왔다 가는 공간으로만 여겼던 친구들이 선생님과 함께 책을 읽고 생각하고 글을 썼습니다. 그 아이들의 성장 이야기와 작품이 오롯이 이 책에 담겼습니다.




▶▶수업은 계속된다
이제 고등학교에서 첫 학기를 보내는 학생들이지만 국어 시간에서만큼은 이미 시인입니다. ‘진로’라는 딱딱한 주제. 아이들은 기다림과 의지, 시간보다 중요한 과정을 시(詩)의 마음으로 녹여냈네요. 수업 시간에 ‘한 학기 한 권 읽기’ 를 하는 학생들. 자율학습 시간에 소설책을 읽으면 선생님한테 혼나는 시절도 있었다는 것을 짐작이나 할까요? 아이들은 앞으로의 국어 시간에도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을 읽으며 느낀 점을 나누고 소설·시·서평을 쓰고 영상을 만들고 작품을 공유할 것입니다. ‘그럼 공부는 언제 하고 대학은 어떻게 가?’라는 의문이 아직 안 풀렸다고요?
부산 만덕고 조향미 교사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답이 될 것 같습니다.
“글쓰기를 하면서 생각하는 힘이 커졌고 자기 삶에 대한 주체성이 강해졌어요. 3학년이 되어서도 계속된 글쓰기는 입시 현실에도 유용하게 쓰였지요. 많은 학생들이 자기소개서를 훨씬 수월하게 쓸 수 있었고 그동안의 치열한 글쓰기 활동이 어떻게 자신을 성장시켜주었는지를 글감으로 활용했답니다. 면접에서도 자신감 있게 응했고요. 전공과 진로를 선택할 때도 점수에 맞추기보다 최대한 자신의 관심과 꿈을 살리더군요.”



선배가 들려주는 국어 수업_직업이 아닌 꿈을 선택하는 용기와 세상을 넓게 보는 힘을 키워준 수업



지환씨의 국어 수업이 궁금합니다.
고1 때 <강아지똥>을 함께 읽으며 조향미 선생님이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세상에 이런 수업이!’라며 감탄했죠.
<경이로움>이라는 시를 들려주시며 “한 사람의 크기는 그 사람이 던지는 질문의 크기”라고 하셨고요. 문학과 관련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셨어요.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들려주시는 얘기를 통해 내 자신이 얼마나 소중하고 대단한 사람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적극적으로 학교생활도 할 수 있었고요. 그렇게 자존감이 생기니까 공부를 포함한 다른 학교생활도 더 열심히 적극적으로, 잘하게 되더라고요. 결과는 지원한 학과의 최초 합격? 하하.

국어 수업이 지환씨에게 준 변화가 있다면?
세상에 별 관심이 없는 아이였어요. 대통령 이름도 겨우 알고, 국회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관심이 없었으니까요. 꿈이라고 생각했던 ‘교사’는 직업이지 진로가 아니라는 것을 몰랐을 만큼이요. 어쩌면 고민 없이 교사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국어 시간의 책 읽기와 글쓰기, 다양한 표현하기를 통해 마음속에 ‘물음표’를 심었던 것 같아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은 무엇 일까?’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같은 물음이죠. 경주마처럼 달려야 할 고3 때 이 고민을 깊이 했고 ‘글쓰는 사람’이 되겠다는 결심과 함께 학과 선택으로까지 이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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