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교육

뒤로

고등

919호

학교는 지금! 경기 백영고

내 꿈을 들여다보는 시간 동네책방 투어 동아리 ‘소소한 책방’

‘소소한 책방’은 ‘동네책방 투어’라는 슬로건답게 서울의 동네책방을 둘러보는 경기 백영고의 동아리입니다. 다만 둘러보는 책방이 좀 특이해요. 베스트셀러가 즐비한 책방이 아니고요, 책방지기 마음대로 공간을 꾸며놓고 취향대로 책을 가져다놓은 독립책방입니다. 그런 책방에는 뭐 하러 가냐고요? 왜 책 읽으러 그 먼 데까지 가냐고요? 물론 책도 읽습니다. 하지만 주로 하는 것은 말 그대로 투어! 둘러보기입니다. 책방지기도 만나보고 그곳에 진열된 책들도 보면서 내 꿈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 내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지 들여다보는 것. 동아리를 만든 김태현 교사는 ‘소소한 책방’을 책 읽는 동아리가 아니라 학생들 자신의 삶에 대한 성찰, 진로에 대한 탐색이 이루어지는 문화콘텐츠 기획 동아리라고 정의합니다.
취재 김지영 리포터 janekim@naeil.com 사진·자료 김태현 교사(경기 백영고등학교)



▶▶독립책방을 둘.러.보.다.
‘소소한 책방’ 학생들은 2주에 한 번, 금요일 오후에 동아리 수업을 하러 학교 밖을 나섭니다. 서울의 작은 독립책방으로 투어를 떠나는 것입니다. 진행되는 수업 방식은 간단합니다. 다양한 독립책방을 둘러보는 것입니다. 높은 천장에 복층으로 이어지는, 계단까지 너무나 럭셔리한 역삼동의 한 독립 책방부터 망원동, 봉천동에 모여 있는 작은 규모의 책방까지 투어를 합니다. 그곳에서 학생들은 책방 지기(독립책방 주인)의 개성이 묻어나는 공간을 구경하고 책방지기의 전문성이나 선호도대로 선택된 북 컬렉션을 둘러봅니다. 책방지기가 살아온 이야기를 듣기도 합니다. 손이 가는 대로 자유롭게 책을 골라 편안하게 읽으며 새로운 분야의 책을 경험하는 시간도 가집니다. 토론이나 글쓰기 수업 같은 독후 활동은 따로 진행하지 않습니다.

▶▶창의적 발상과 기획의 살아있는 교육 현장
하지만 수업은 생각 이상으로 다양하게 이루어집니다. 우선 독립책방 책방지기들의 파란만장한(?) 인생 스토리를 듣습니다. 책방지기들은 대부분 직장생활을 하다가 ‘내가 진짜 원하는 일을 하고 싶다’ ‘더 이상 소진되기만 하는 삶을 살고 싶지는 않다’는 열망을 안고 위험을 감수하면서 작은 가게를 차린 사람들입니다. 그런 책방지기들로부터 진로를 선택하게 된 이야기, 예기치 않게 진로의 변곡 점을 맞이한 이야기, 그 과정에서 결단하고 행동한 이야기를 직접 듣습니다. 그러면서 학생들은 ‘나도 내 인생을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살아야겠다’ 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책방지기들이 진열한 책을 둘러보는 것도 창의적인 발상을 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독립책방에 있는 책들은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와는 결을 달리합니다.
책방지기의 취향이나 책방이 표방하는 방향성에 맞춰 골라 진열해놓은 책을 통해 베스트셀러로만 집계해 줄을 세우는 고정 방식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발상을 바탕으로 한 북 크리에이션이라는 사고의 전환을 하게 됩니다. 다른 서점과는 차별성을 가져야 하고 책을 잘 팔아야 가게가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독립책방이 직접 다양한 일을 벌이기도 하는데 그것도 학생들에게는 느낌표로 다가옵니다. 저자와 만나는 시간을 마련하고 독서 토론회나 낭독회를 개최하는 일, 책의 명문장을 포스트잇에 붙여 시선을 끄는 장치를 만드는 일을 비롯 캘리그래피로 마음에 드는 책 구절 따라 써보기 등 유행에 맞는 강좌도 준비합니다. 창의적인 발상과 기획의 살아있는 교육 현장이죠. 독립책방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인문학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에게 내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와 직접 꾸민 책장

MINI INTERVIEW


동아리 선생님의 말솜씨와 재치에 반해 관심을 갖다가 책을 좋아해서 가입하게 되었다. 책과 함께 책방이라는 개성 가득한 공간을 살펴보는 것이 재미있었다. 작은 책 방 안에 책방지기의 성향, 담고자 하는 것이 표현되어 있어 신기한 마음에 계속 살펴보게 되었다. 책방지기들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해하는 것을 보며 나도 나중에 저렇게 꿈을 찾아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방지기들이 직장을 다니다 그만둔 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책방을 차린 것을 보며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책을 좋아하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 읽고 있었다. 한데 유명하지 않은 책을 차분히 읽을 수 있어 새롭고 더 좋았다. 독립서점마다 개성이 강해 나랑 취향이 잘 맞는 곳이면 재밌게 다가오고 공감할 수 있었다.

▶▶우리 학교 도서관도 바꿔볼까?
학생들이 기획한 발상을 학교도서관에 직접 응용하기도 합니다. 번호순으로 나열되어 있는 도서관 책들을 뒤집어 기획 의도에 맞게 북 큐레이션을 해보는 식입니다. 시험 기간라면 ‘시험 기간에 시간 날 때마다 읽으면 좋은 책’으로 주제를 정하고 책 장의 한쪽 면에 그런 책들을 배치하거나 추천 도서 열람을 늘리기 위한 이벤트를 마련하는 등 창의적인 시도를 해보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앎’에서 출발하여 실제로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는 것, 즉 ‘총체적 능력’을 키워보는 경험의 장을 마련해주는 것이 동아리를 만든 김태현 교사의 의도입니다.
[© (주)내일교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0

댓글쓰기
240318 숭실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