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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874호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NO, 말하고 수용하라 강조하는 캐나다 사회



한국에서는 흔히 서구의 교육이 자유로울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로는 어떨까? 아이는 자유로울지 몰라도, 부모는 의무가 막중하다. 게다가 이주민인 부모에겐 어마무시한 문화 충격까지 더해진다.
아이를 혼자 두는 건 ‘부주의’가 아닌 ‘위법’이라 처벌 대상이 된다. 학교에서의 성교육은 한국인 부모로서는 낯 뜨거울 정도로 사실적이다. 특히 제때 ‘NO’라고 말할 것을 강조하는 교육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내 아이와 다른 아이를 지키는 ‘NO’
딸아이가 세 살 때, 캐나다로 이주했다. 영어에 빨리 익숙해졌으면 하는 마음에 ‘프리스쿨’이라는, 한국으로 치면 영유아원의 종일반에 아이를 보냈다. 이때 아이가 가장 먼저 배워야 했던 말은 ‘NO’였다.
아이를 데리러 간 어느 날, 아이의 담임교사는 아이에게 ‘NO’를 외우게 하고 싫으면 단호히 거절하게 하라고 했다. 이유인즉슨, 도시락을 먹는 딸아이 수저를 한 아이가 자꾸 빼앗아가는데도, 아이가 가만히 있는다는 것. 딸은 한국 수저가 신기해서 그러는 것 같다며 크게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나 역시 별 문제가 아닌 듯해 그냥 웃어넘겼다.
하지만 교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다음에 만났을 때 더 강경하게 내게 ‘No’ 교육을 시키라고 말했다. 아이가 기분 나빠 하지도 않고, 그 아이가 물리적인 위해를 가한 것도 아닌데 과한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전했더니, 담임교사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어려도 안 되는 걸 이해해주면 그 아이가 나쁜 길로 간다. 아이에게 거절하는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대의 ‘NO’를 존중하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NO’라고 말할 줄 알아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내 아이와 남의 아이를 함께 지키기 위한 교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캐나다는 부모에게 아이 보호의 의무를 매우 강조한다. 아이가 열두 살 때 일이다.
놀이터에 한 또래 여자아이가 엄마와 있길래 같이 놀라고 하고 차 안에서 잠시 눈을 붙였다. 15분쯤 후 그 아이의 엄마가 우리 아이를 데리고 와 아이를 방치하면 안 된다며 화를 냈다. 또 이러면 신고하겠다며 내 차 번호도 적어갔다. 놀이터에서 아이들끼리 다투면 부모끼리 문제를 해결해야지, 상대 아이를 부모가 없는 곳에서 혼내거나 아이에게 손을 대면 법적인 책임까지 져야 한다.
이쯤 되면 모든 사회 구성원과 법이 부모가 아이를 어떻게 보호하는지 주시한다는 생각이 든다. 옆집 아이의 성적은 알아도, 혼자있는 아이에 대한 관심은 적은 한국과 가장 다른 문화였다.


중학생 땐 피임 교육, 고등학생은 ‘로봇 아기’ 실습
캐나다에서는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성교육을 받고, 중학생이 되면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교육을 받는다. 철저히 구두로 허락한 경우에만 서로 신체 접촉을 하도록 하고, 관계 후 병원에 가 진찰을 받고 사후 처방약도 복용하도록 교육한다. 피임 방법도 구체적으로 실습한다. 필요하면 가져가라고 콘돔까지 나눠주는데, 이는 충격을 넘어서 공포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솔직한 교육 덕분인지 아이들의 성의식은 편견이 없다. 하루는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하루 아침에 억울하게 그만둔 영어 선생님을 위해 교육청에 편지를 써야 한다고 했다. 반에 모델을 지망하는 학생이 있었는데, 영어 교사가 자꾸 쳐다본다는 이야기를 방과 후 학교 봉사자에게 했다는 것. 바로 교육청에 신고가 들어갔고 다음날 교사는 면직됐다. 아이는 이런 사건이 접수되면 진상 규명 전에 피해자·가해자의 분리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선생님이 억울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아이가 한 말에 기함했다. 그 교사는 ‘게이’라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 교사가 미리 말해줘 학생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고 했다. 딸과 내가 사는 곳이 한국이 아닌 캐나다임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고교에 가면 로봇 아기를 통해 부모 체험도 한다. 실제 아기처럼 밤낮으로 우유도 먹여야 하고 기저귀도 갈아줘야 하며 트림까지 시켜줘야 하는데, 실습자는 로봇과 연결된 무선 손목시계를 차고 72시간 동안 돌본다. 특히 밤에 자다가 한손으로 로봇을 끌어당기거나 해 로봇 머리가 일정 각도 이상 넘어가면 사망으로 기록돼 모든 점수를 잃는다. 아이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고 한다.
캐나다는 아이들에게 ‘No’를 가르치고 그 ‘No’를 존중하도록 교육하며, 보호가 필요한 나이까지 부모의 책임을 극대화한다. 진상 규명보다 피해자 보호가 우선이며, 개인주의가 강하지만 아이들만큼은 남의 아이도 내 아이처럼 주시한다. 올 한 해 ‘미투’와 ‘몰카’로 뜨거웠던 한국을 떠올리며, 낯설지만 필요한 교육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1. 고등학생은 성교육의 일환으로 부모 실습을 하는데, 이때 로봇 아기를 3일간 돌봐야 한다.
2. 이 사인이 있는 지역은 자율 방범대가 활동하는 안전한 곳이라는 의미다.
3. 간이 분수에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부모들은 함께 즐기지 않아도 근거리에서 아이들을 지켜본다.
4. 캐나다 학교의 성교육은 매우 체계적이고 사실적이다. 학교에서 실행되는 학년별 성교육 실태 기사 일부.
(출처 globalnews.ca/news/1847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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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2018년 09월 05일 8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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