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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873호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본편보다 재밌는 예고편 방학 직전 즐기는 국제학교 학생들



말레이시아는 다문화·다인종 국가이지만 국교는 이슬람이다. 문화가 보수적이라 즐길 거리가 많지 않다. 학원도 활성화돼 있지 않아 학습을 보충하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 보니 국제학교 학생들은 방학 때 본국으로 일시 귀국하거나 호주나 유럽으로 여행을 떠난다. 때문에 친구들과 헤어지는 방학보다 방학 직전 자신들끼리 어울리는 파자마 파티나 수영장 파티, 쇼핑, 운동경기 등을 더 의미있게 생각한다. 본편보다 예고편을 한껏 즐기는 셈이다.


방학 직전 친구들과의 파티 이어져
학년 말 방학을 일주일 남겨두고, 작은아이는 같은 반 친구가 파자마 파티에 초대했다며 들떠 있었다. 처음으로 친구들과 함께 보내는 밤을 무척 기대하는 눈치였다.
말레이시아 국제학교의 기말시험은 이르면 5월 중순, 늦어도 6월 말에 끝난다. 방학까지 2주 정도 여유가 있어 이때 학생들은 주말마다 친구들과 마음 편히 어울린다. 미뤄뒀던 쇼핑이나 운동을 하는 것. 학부모들도 아이들의 행동을 눈감아 준다. 시험 후 여유를 즐기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아이들이 일탈하기 어려운 환경이라 안심되기 때문이다.
사실 페낭에는 청소년들이 즐길 놀이 장소가 다양하지 않다. 근처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다든가 쇼핑몰 내에 있는 유일한 노래방에 간다든가 화장품이나 옷을 사는 정도. 큰 딸도 토요일마다 쇼핑몰에서 친구들을 만나 시간을 보내는 일이 부쩍 늘었는데, 나도 우연히 들렀다가 아이나 아이 친구를 만날 때가 많다.
방학 전 친구들은 집에 초대해 간단한 수영장 파티나 파자마 파티를 여는 경우도 많다. 국제학교 특성상, 방학이 되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각자 본국으로 돌아가 방학을 보낸다. 9월 초 개학 전까지 학교 친구들을 만날 수 없으니 아쉬운 마음을 이렇게 달랜다. 미국·영국·일본·중국 등 출신이 다양한 데다 서구권에 본교가 있는 학교라 파티 문화에 익숙하다. 학부모들도 서로 아는 경우가 많아, 파티를 열거나, 가는 일을 흔쾌히 허락한다.
방학 중 여행을 한다면, 이를 준비하는 기간도 이때다. 우리 가족은 지리적 특성상 주변 동남아 국가로 여행을 갈 기회가 많은 데, 정보에 빠른 아이들의 역할이 적지 않다. 큰아이는 인터넷에서 여행할 곳의 유명 관광지와 맛집 등을 찾아 일정표를 만들고, 작은아이는 자신이 여행할 나라를 책과 지도 등을 통해 충분히 숙지한 후 가이드처럼 설명해준다. 여행 자체보다 이런 준비 과정에서 아이들이 많이 성장한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 방학 보내는 가족 늘어
우리 가족은 올해 여름방학을 한국에서 보냈다. 작은아이가 중학생이 되면서, 큰아이 학교와 학사 일정이 상당부분 겹쳐 가능했다. 부모 입장에서는 비교적 거리가 가깝고 항공료도 부담스럽지 않아, 아이의 방학 기간에 한국에서 지내는 것을 선호한다.
아이들도 한국을 찾는 것을 좋아한다. 현지에 비해 놀이문화가 다양하고 대중문화에 대한 선망이 크기 때문. 실제 말레이시아에는 한류 열풍이 거세다. 7학년(중1 )인 아이는 가끔 학교에 다녀와 “엄마, 이 노래 알아요?”라며 한국 아이돌 그룹의 신곡을 들려준다. 하루 전에 발표된 곡을 네가 어떻게 아느냐고 했더니, 학교에서 친구들이 핸드폰으로 들려준다고 했다. 작은아이의 학년에서는 여학생들 사이 케이팝의 인기가 높아 국적을 불문하고 한국어로 된 가사를 따라 부르고 춤도 자연스럽게 춘다고 한다.
옷이나 화장품, 머리 모양, 음식, 학용품 등 한국의 문화나 제품에 대한 관심도 크다. 큰아이가 쓰는 화장품은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고, 한국 여학생의 화장법을 배워 같이하는 학생들도 많다. 작은아이는 한국 연예인이 즐겨 유명해진 슬라임 덕분에 유명인사가 되기도 했다. 친구들과 인터넷에서 만드는 법을 익혀, 필요한 재료와 도구를 구입해 만들었는데 친구들에게 고수로 인정받아 바자회에서도 크게 활약 했다


오랜만의 한국 생활로 나 또한 활기를 찾았다. 익숙한 말과 음식이 주는 편안함은 이국 생활의 고단함을 떨쳐주기 충분하다. 아주 어릴 때부터 외국생활을 한 아이들도 모국에서 자유롭고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단, 한국문화를 한껏 즐기지만 한국식 공부는 피해간다. 주말마다 친구들과의 약속으로 정신없는 작은아이한테 한국에서 학원을 다니면서 부족한 공부를 해야 하지 않냐고 했더니, 아이는 “엄마, 방학인데 왜 공부를 해요?”라고 답했다. 기가 찼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말레이시아에 있을 땐 여행계획을 짜거나 친구와 어울리기만 해도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한데 한국에서는 방학이라고 공부하지 않는 아이를 보면 불안하고 속상한 마음이 든다. 신나하는 아이와 함께하지 못하는 엄마의 마음. 학원가의 환한 불빛을 보며, 여러모로 생각이 복잡해지는 방학이다.






1. 아이들 방학엔 인근 동남아 국가를 자주 찾는다.
모처럼 휴가를 얻은 남편까지 합류해 떠난 아름다운태국의 섬에서 찍은 가족 사진.
2. 입시가 가까워지면 방학 때 학교에 남아 공부하는 학생들도 있다.
3. 작은아이가 직접 만든 슬라임.
4. 방학 전, 학교에선 학부모와 상담을 한다. 긴 방학 동안 아이의 계획을 전하고, 교사들에게 읽을 만한 책을 추천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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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2018년 08월 29일 8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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