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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871호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마츠리·학원 특강 공존하는 일본 고교생의 여름방학



일본의 여름은 뜨겁고, 습하다. 자칫 불쾌할 수 있지만 현지인들에겐 뜨거운 축제와 추억의 계절이다. 불꽃축제인 하나비(花火)와 함께 가장 화려하고 성대한 마츠리(지역축제)가 열리기 때문. 학생들에겐 놓칠 수 없는 여흥이다. 여기에 부카츠(부활동)와 학교 축제인 문화제 준비로 분주하다. 방학이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학교를 찾기 일쑤다. 책상을 벗어나, 친구들은 물론 선후배와 함께 하나의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기간이라 ‘청춘의 절정’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여름 햇빛보다 뜨거운 마츠리
일본은 마을마다 크고 작은 축제가 자주 열린다. 그중 으뜸은 여름 마츠리다. 어른들은 일에서, 학생들은 학업에서 잠시 벗어나 해방감을 맛볼 수 있는 출구이기 때문.
특히 우리가 사는 교토는 일본을 대표하는 3대 마츠리가 열리는 곳이라 설렘이 더 크다. 한밤중 하늘을 수놓는 여러 모양의 불꽃을 즐기는 하나비에 일본 전통문화 공연이 어우러져 규모가 상당하다. 딸아이 학교 친구 중에는 고교생임에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학교를 쉬고, 마츠리를 준비하는 아이도 있다.
학생들은 이 기간을 마음껏 즐긴다. 친구나 가족들과 함께 거리 음식이나 다양한 놀이를 즐긴다. 딸아이도 이때만큼은 일본 친구들처럼 유카타를 예쁘게 차려입고 머리까지 손질해서 친구들과 마츠리를 둘러본다.
분위기가 분위기이다 보니, 이때 학생들도 평상시 마음에 둔 이성친구에게 고백하거나, 교제하는 이성친구와 데이트를 한다. 그렇다보니 딸을 통해 “엄마, 친구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대” “엄마, 친구가 헤어졌나 봐”와 같은 청춘들의 이야기를 전해 듣는 유일한 시기이기도 하다. 정작 자신의 청춘드라마는 쓰지 못하는 딸아이가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기도 하는 한국 엄마의 보수적인 마음을 느끼는 시기이기도 하다.


보충수업과 어학연수, 공부 손놓지 못해
축제 기간이지만, 대입을 목표로 한다면 마냥 학업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아이들은 쥬쿠(학원)에서의 여름 특강으로 일정이 빽빽하다. 학부모도 아이의 목표 대학 입시 정보를 얻느라 분주하다.
학교도 손놓고 있지 않는다. 딸아이 학교는 주요 과목이라 불리는 국·영·수 교과에서 낙제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따로 보충수업을 실시한다. 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시험을 다시 치르고 일정한 점수를 얻어야 낙제를 면한다. 일본에서 손꼽히는 진학고 학생이 무슨 낙제에 보충수업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물론 전국 모의고사에서는 일반학교보다 우수한 성적을 내지만 학교 정기시험의 난도가 매우 높아 학생들의 평균점수는 100점 만점에 40~50점이 보통이다. 그렇다 보니 낙제해 여름방학 보충수업에 참가하는 학생들이 나타난다.
부활동이 적고, 보충수업을 하지 않는 딸아이는 학교나 시에서 제공하는 해외연수 활동에 참여한다. 한국에선 일본인들의 영어실력을 낮게 보지만, 내 주위나 딸아이 주변 일본인의 영어 실력은 수준급이다. 취업이나 승진에 영어 실력을 요구하지 않아 한국처럼 영어를 열성적으로 공부하는 사람들은 확실히 적다. 하지만 국공립대학을 목표로 하거나, 외국 경험이 있는 일본인의 영어 실력은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다.
연수 지원도 잘돼 있다. 우리가 사는 교토시는 매년 국공립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글로벌리더 국비해외연수생을 모집한다. 딸아이도 운 좋게 선발돼 고1 여름방학에 영국 브루넬대학 기숙사에 3주간 머무르며 캠브리지대학과 옥스퍼드대학을 견학하고, 현지 대학생들과 디베이트를 하는 한편, 일본 교토를 알리는 친선대사로 활약했다. 이번 여름방학때는 학교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하버드대학과 스탠포드대학을 방문해 현지 학생들과 대화하고 공부하고 있다. 국적 차별 없이 교육에 대한 기회를 준다는 인상이다.


일본에 오기 전 한국보다 더 경쟁적인 사회라고 생각했다. 초등학교부터 입시를 치른다니 공부에 얼마나 목을 맬까 싶기도 했다. 살아보니 학업 경쟁이 심해도, 결국 선택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기술직의 급여나 사회적 대우가 나쁘지 않아 모든 학생이 입시에 목매지는 않기 때문. 영어 역시 마찬가지다. 사회적으로 요구하지 않기에 평균 실력은 부족할 수 있지만 영어를 필요로 하는 이들의 실력은 수준급이며, 교육 지원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다. 또 학업에 무게를 둔 학생들도 다양한 부카츠와 문화제, 마츠리 등으로 청춘을 즐기고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장치가 여럿 있다. 낙제를 해도 유급을 면할 수 있게 보충수업을 제공한다.
학생들은 경쟁 속에서 한숨을 돌리고, 입시나 공부에 시달리면서도 친구들과 추억을 쌓는다. 학교 간의 환경 차이가 작지 않지만, 그래도 학생들에게 좀 더 많은 기회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1. 여름방학 때 학교 문화제를 준비하고 있는 딸아이의 모습.
2. 딸아이 학교에선 여름방학을 이용해 어학연수를 가는 학생도 많다. 딸은 고1 여름방학, 교토시 글로벌리더 장학생으로 선발돼 영국 캠브리지대학을 방문했다.
3. 딸은 영국 연수 중 교토 친선대사로 활동하며 브르넬대학 대학생에게 일본의 유카타를 소개하기도 했다.
4. 우리 가족이 사는 교토에서는 일본을 대표하는 마츠리가 많이 열린다. 그중 하나인 기온마츠리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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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2018년 08월 15일 8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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