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의 친구 로데릭 존스에게 미국 고교 교육과정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인터뷰했다. 그는 한국의 교육과정에 대해 들어본 적 있다며, 내게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한국 고교는 인문·자연 과정으로 나뉘는데, 미국은 어떤가?
미국은 인문·자연 과정으로 나뉘지 않는다. 계열에 관계없이 주요 과목과 기타 과목으로 나뉘고 학생들이 자유롭게 선택해 들을 수 있다. 주요 과목은 매 학기 반드시 들어야 하는 과목으로 영어, 수학, 과학(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중 택 1), 역사, 예체능(음악, 미술, 체육 중 택 1) 등이 해당된다. 기타 과목은 요리, 다리 만들기, 자동차 정비 등 학생들의 진로나 취미와 관련된 것들이다.
미국 고교에서는 학생 선택권이 얼마나 보장되나?
같은 과목도 다양한 레벨과 교사별로 수업이 개설돼 있다. 선택권은 학생에게 있다. 미국 대학 수준의 수학을 한국에서는 고교 때 배운다고 들었다. 한국 고등학생들이 어떻게 공부하기에 가능한지 궁금하다.
학업에 더 관심 있는 학생은 기타 과목 대신 주요 과목을 추가해 듣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는 과제나 시험 등 학업 부담이 상당해 원하는 학점을 따기가 쉽지 않지만 아이비리그에 간 친구들을 보면 대체로 주요 과목의 비중이 높다. 미국 학생들은 과목 선택권이 보장된 만큼 자신이 무엇을 더 공부하고 싶은지, 배움에 대한 열정과 자신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인지하려고 노력한다.
시험 형태와 평가 방법은?
시험 유형은 학교마다 차이가 크다. 따라서 미국 학교들이 전반적으로 이렇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 같다. 열심히 하는 학생들이 모인 고교들은 시험에서 변별을 주기 위해 단답형이나 에세이 형식의 시험 문제를 주로 출제한다. 참·거짓을 묻는 문제가 간혹 있긴 하지만 그런 문제들은 교사가 학생들에게 점수를 주기 위한 ‘0점 방지 문제’에 해당한다.
미국은 교사의 자율성과 교육 방식을 존중한다. 그래서 최종 성적 평가 방식도 교사마다 차이가 있다. 어떤 교사는 숙제를 평가에 반영하지 않고, 어떤 교사는 전혀 예고 없이 쪽지 시험을 실시해 성적에 반영한다. 평가 방법에 대해서는 수업 첫날 충분히 공지한다.
대체로 교사 중심의 강의식 수업이며, 숙제는 많은 편이다. 숙제는 단편적인 지식을 구하는 것보다는 학교에서 배운 주제에 해당하는 자료나 논문을 찾는 등의 자기 주도적인 내용이 많다. 모둠이 함께 수행하는 숙제들도 꽤 있다. 평가 방법은 학생 개인의 성취 수준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절대평가지만, 교사에 따라 평균을 기준으로 점수를 주기도 한다.
미국 고등학생들도 사교육을 받나? 어떤 과목을 받는지?
테니스가 배우고 싶어 사교육으로 테니스 교실에 다닌 적이 있다. 그 외에 바이올린과 피아노도 배웠다. 보통 미국 학생들은 피아노나 트럼펫 등의 악기, 골프나 테니스 같은 스포츠를 배우기 위해 사교육을 받는다. 체육이나 음악 외에 수학이나 과학 등 주요 과목을 배우기 위해 학원을 다닌 적은 없다. 굳이 학교가 아닌 다른 곳에서까지 학교와 관련된 공부를 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숙제와 공부가 끝난 이후에는 대부분 자기계발이나 휴식을 위해 시간을 보낸다
한국 학생들은 좋은 성적을 받아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고교 기간 미국 학생들의 목표는?
미국 학생들도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조지아주에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에 다른 주에 위치한 대학을 아예 고려하지 않았다. 미국은 고교 때 거주지와 같은 주에 위치한 대학에 입학하면 주에서 등록금 지원 혜택을 제공한다. 만약 다른 주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게 되면 그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등록금에 대한 부담이 커진다. 따라서 나는 무조건 조지아주에 있는 조지아공대를 가야겠다고 생각했고, 전액 장학금을 목표로 공부했다. 학생마다 가정 환경이나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목표는 다를 것 같다. 하버드대에 입학한 친구는 고교 때 모든 과목의 AP 시험에서 5점을 받고 대학을 3년 안에 졸업하는 게 목표였는데 현실화 됐다. 고교의 AP 시험 결과에 따라 대학에서 특정 수업을 면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미국 고교 교육과정이나 수업 변화의 움직임이 있나?
교육과정은 계속 변화해왔지만 요즘은 유독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기반의 수업이 더 활성화되는 분위기다. 최근 중국의 급격한 성장으로 인한 자극과 함께 미래 사회에 적응하기 위함일 것이다. 학생들의 관심 역시 다른 영역에 비해 많아졌다.
1. 미국은 고교 때부터 자기 주도적인 학교생활을 한다. 학교 웹사이트에 성적, 이메일 등이 자주 업데이트되고, 학생이 교사에게 직접 메일을 보내기도 한다.
2. 나의 질문에 꼼꼼하게 대답해준 친구 로데릭 존스(Roderick Jones). 알면 알수록 유머가 있는 친구다.
3. 미국은 예체능이 굉장히 활성화돼 있다. 모든 스포츠 관련 활동도 능력에 따라 두 팀으로 운영한다.
4. 고교에서 엔지니어링 관련 수업을 듣는 모습. 학교에서 정규 과목으로 채택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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