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교육

뒤로

피플&칼럼

860호

GLOBAL EDU 유학생 해외통신원

어느 순간 들리고 보이기 시작한 미국이라는 나라



부모님은 어릴 때부터 남다르게 똑똑했던 누나를 일찍 미국으로 유학을 보냈다. 방황하는 아들을 대학생 누나 곁으로 보내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하셨을 것이다.


고교 때 유학 생각한다면 공립학교 고려도
유학을 결심한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준비를 해야 했다. 실제 한 달 만에 고등학교 입학 신청서 작성부터 비자 발급, 항공권 예약까지 마쳤다. 빨리 유학 준비를 할 수 있었던 건 누나 덕분에 살 곳을 알아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유학생 친구들을 보면 홈스테이를 할 경우 주인과의 갈등이 심하다. 살 곳을 구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
교육 환경도 생각해야 하는데 보통 고교 선택 시 고려해야 할 점은 유학생 입학 허가서 발급 여부, 학교 위치, 학비, 한국인 학생 비율 등이다. 미국 유학 시 학생 비자가 필요한데, 미국 국토안보부에 등록된 학교만 유학생 입학 허가서를 발급해주기 때문에 등록 학교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또한 미국은 총기 소지가 가능한 나라라 통학로 점검도 필수 사항이다. 영어를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유학 초기에는 상대적으로 학비가 저렴한 학교를 선택했다. 학비가 저렴하면 수업이나 프로그램이 부족한 경우가 많지만 갖춰진 프로그램을 얼마나 활용하느냐는 전적으로 본인이 하기 나름이다.
집과 가까운 학교를 원했는데 운 좋게도 근처에 한국 학생이 한 명도 없는 사립고교가 있었다. 참고로 많은 유학생이 모르는 사실이 있는데, 미국 교육부는 유학생의 공립학교 재학을 1년간 허용한다. 공립학교를 꼭 가야 할 필요는 없지만, 사립학교와는 다른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고, 학비도 없기 때문에 졸업반 때는 공립학교에 다니는 것을 추천한다.


옹알이 영어 3개월 만에 노트 필기 첫 시작
미국 유학 전 영어 실력이 좋다면 학교생활이 수월할 수 있지만, 못한다고 그리 불편한 것은 아니다. 아는 단어를 이어서 말하면 어느 정도 의사소통은 된다. 대화는 입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기에 표정과 몸으로도 충분히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학 초기, 영어로 듣는 수업이 낯설기는 했다. 특히 수학 수업을 영어로 듣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다른 모든 수업은 그저 나에겐 다 똑같은 영어 수업이었다. 영어를 잘하지 못했던 나는 2개월이 넘도록 수업 내용을 이해하는 척했다. 아마 영어 실력보다는 연기력이 늘지 않았을까.
그런데 유학 3개월에 접어들 무렵 영어가 들리기 시작했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어느 날 영어로 꿈을 꿨는데 그날 학교를 가기 위해 탄 지하철에서 다른 사람의 얘기가 들렸다.
학교에서는 3개월 만에 처음으로 수업 내용을 노트에 적었다. 미국에 오기 전부터 예상했던 일이기에 솔직히 영어를 못해서 힘들진 않았다. 오히려 힘들고 당황했던 것은 인종차별이었다. 백인 우월주의에 빠진 학생들은 복도에서 마주칠 때마다 자기들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과 분위기로 나를 놀리곤 했다. 그때의 기분이란….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나의 무덤덤한 태도 덕분인지 한 달쯤 됐을 때 그들의 놀림도 끝났다. 이 사건은 의사소통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자기들끼리만 알아듣는 겉 멋 든 영어의 무례함에 대해서도. 그 후부터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게 천천히 말하고, 발음하기 쉬운 단어를 이용해 적절한 몸짓을 섞어가며 의사소통하려고 노력했다. 내가 지금의 영어 실력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영어를 못하더라도 주눅 들기보다 상대방의 눈을 쳐다보며 아는 수준의 단어를 또박또박 말하려고 했던 노력과 진심 덕분인 것 같다.


한국과 미국의 가장 큰 교육 차이는 ‘다양성’과 ‘자율성’
어느 순간 미국 교육에서 한국과 다른 점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 차이는 방황하던 내가 유학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게 해줬다. 첫째 미국 교육은 자율성과 다양성을 존중한다. 우리나라도 고교에서 자연·인문 과정 선택 시 일부 과목을 선택할 수 있지만, 미국은 <자동차 정비> <사진> <베이킹> 등 선택 과목이 다양하다. 필수로 들어야 할 수업도 수업 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
심화 교육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AP라는 대학 과정 수업도 고교 때 들을 수 있고,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으면 대학 진학 후 관련 수업은 듣지 않아도 된다. 별도로 대학에서 수업을 선택해 대학생과 함께 들을 수도 있고 여러 프로젝트도 수행한다. 특히 고교 때부터 단련된 자기 주도적 학습은 대학 생활에 큰 역할을 한다.
둘째, 다양한 문화와 경험을 체험할 수 있다.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이기에 미국에는 다양한 문화, 언어, 인종이 존재한다. 문화와 언어를 배울 때마다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알게 되고 왠지 모르게 겸손해진다. 여러 나라의 친구를 만나 다양한 문화를 간접 체험하는 경험은 나의 시야를 넓히고 다양한 국가의 문화와 분위기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1. IN-N-OUT이라는 미국 서부에만 있는 유명한 햄버거 가게.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누나와 먹었던 햄버거는 뇌를 자극하는 맛이었다.
2. 공립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예방접종 인증서가 필요하다.
3. 공립학교의 자동차 정비 수업에서 한 학기 동안 만든 결과물이다.
4. 내 생애 첫 운전면허증. 취득하기 어렵지 않다. 차가 없더라도 미국에는 zipcar라는 차 셰어링이 활발해 운전면허증이 있으면 도움이 될 때가 많다.

[© (주)내일교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내일교육
  • 박승제(토목공학) spark670@gatech.edu
  • GLOBAL EDU 유학생 해외통신원 (2018년 05월 16일 860호)

댓글 0

댓글쓰기
240924 숭실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