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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1073호

유쾌발랄 우리학교

학교 복도는 콘서트장

취재 조나리 기자 jonr@naeil.com
도움말·사진 이수미 교사(전남 목포덕인고등학교)





“코로나 때문에도 그렇고 비수도권 학교라 문화적 활동이나 다양성이 부족한 편이에요. 게다가 요즘 학생들은 오디오나 영상에 익숙한데 오리지널 어쿠스틱 음악을 접하게 해주고 싶었어요. 악기와 사람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었던 거죠.”

매달 학교에서 클래식 공연이 열린다면 어떨까요? 전남 목포덕인고 이수미 쌤은 학교 중창 동아리인 ‘덕인보이스’와 한 달에 한 번 클래식 공연을 열었는데요. 공연의 제목은 ‘런치콘서트’입니다. 점심시간에 학교 복도에서 클래식 음악을 선보인 거죠. 지난 9월 1회를 시작으로 12월까지 총 4회 공연을 열었다고 합니다.

“런치콘서트는 ‘Corner’ 라는 제목으로 열었어요. 건물의 한 코너이자 학생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와 오전 수업과 오후 수업 사이에 있는 점심시간이라는 시간적 의미, 마지막으로 음악예술과 학생들을 잇는 콘서트라는 의미를 종합해 지은 제목이에요.”

첫 공연이 열린 9월에는 피아노 트리오를 초청했습니다. 이어서 10월엔 목관앙상블, 11월엔 덕인중창부 단독 공연, 12월엔 금관앙상블 공연이 마련됐는데요. 사실 덕인중창부는 매달 무대에 올랐어요. 연주자와 덕인중창부의 합동 공연으로 구성된 거죠. 연주자들은 모두 목포시립교향악단 단원입니다. 학생들에게 수준 높은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 이수미 쌤의 의지가 반영된 거죠.

그렇다면 학생들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K-pop을 즐겨 듣는 남학생들이 클래식 공연을 좋아할까?’라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답니다. 점심을 먹고 음악 소리에 이끌려 하나둘씩 공연을 보기 위해 모여든 학생들. 선생님들도 예외가 아니었죠~ 그야말로 ‘귀 호강’한 목포덕인고입니다!

이수미 쌤은 “관심은 경험이 만들어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기회가 없으니까 관심도 없었던 것”이라며 “학생들이 유튜브에서 들었던 음악과 많이 다르다고 하더라. 그래서 직접 음악을 듣고 공연을 보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공연을 볼 때 에티켓도 중요하겠죠? 클래식 에티켓은 공연 시작부터 끝까지 있는데요. 박수를 언제 쳐야 할지, 앙코르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런치콘서트를 앞두고 학생들 모두가 배웠다고 합니다. 아 참, 매달 무대에 오르는 덕인보이스 소개도 빠질 수 없죠. 20여 명으로 구성된 중창부 동아리 덕인보이스는 매주 1회 2시간씩 연습을 합니다. 인문고라 음대에 가는 학생은 없지만 오로지 노래가 좋아서 모인 학생들인데요. 고3도 빠지지 않고 연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덕인보이스는 화음과 합창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고 합니다. 쌤은 내년에도 덕인보이스와 함께 좀 더 큰 공간에서 공연을 해보고 싶다고 하네요.

목포덕인고는 매년 음악 프로그램을 기획해 예산을 지원받고 있는데요. 작년에는 성악 공연을 열었고, 올해의 주제는 악기 음악이었습니다. 내년엔 어떤 음악이 학교에 울려 퍼질지 벌써부터 궁금합니다~ 이외에도 졸업식 뮤직비디오와 캠페인 영상 제작 등 음악을 활용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목포덕인고. 교장·교감 쌤도 적극적으로 학생들의 음악 활동을 지원하신다고 하네요. 역시 목포덕인고의 뮤직비디오에 항상 출연하시는 교장 쌤입니다.

“요즘 학생들은 노래 듣는 걸 좋아하지 부르는 건 어색해하거든요. 재능 있는 친구들도 많지만 큰 흐름으로 보면 음치도 늘고 있는 것 같아요. 듣는 걸로만 만족하니까요. 표현을 안 하거든요. 음악 수업에서 학생들이 표현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어요. 또 무대에 올라 공연을 하면 자존감도 올라가요. 소심한 학생들이 노래를 하면서 자신감을 얻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 있어요. 그게 음악의 힘이기도 하고요.”








‘라떼는…’이 유행할 만큼 빠르게 바뀌는 사회, 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유쾌한 쌤들과 발랄한 학생들이 새로운 학교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죠. 소소하지만 즐거운 학교 풍경을 담아보려 합니다. 우리 학교 이야기를 알리고 싶은 분들은 이메일(jonr@naeil.com)로 제보해주세요! _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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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쾌발랄 우리학교 (2022년 12월 21일 10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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