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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호

핫 토픽 ‘쫌’ 아는 10대 15 | 중국·호주 무역 분쟁

중국·호주 무역 분쟁 원인, 기승전 ‘미·중’ 패권 다툼

‘세계의 공장’ 중국의 전력난으로 전 세계가 공급망 대란과 인플레이션 압박에 놓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중국 내 애플·테슬라의 핵심 부품 공장을 비롯해 우리나라의 포스코·오리온 공장도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아직은 공장을 가동 중인 삼성전자·LG전자·SK하이닉스 등도 이번 전력난이 장기화될 것으로 판단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전력 부족 사태는 표면적으론 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중국의 에너지 정책과 맞물려 있지만 실상은 미국과 중국, 호주 3개국의 합작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중국 전역이 전등을 끄고 때 아닌 촛불을 켜게 된 이유를 들여다봤다.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사진 연합






STEP 1 이슈 맛보기


‘아이폰13 굿바이’ 방

내일이 무상아, 뭐야!? 너 얼굴이 왜 이래? 울었어?

무상이 내일아~ 엉엉엉~ 꺼이꺼이!

내일이 무슨 일인지 차분히 말을 해봐!

무상이 아빠가 이번에 승진하셔서 기분이 넘나 좋으시더라고. 그래서 슬쩍 눈치 보다가 ‘아들 소원 하나만 들어 주십쇼, 아버님! 제 핸드폰 좀 보세요~ 완전 구석기 시대 유물! 아빠의 사회적 체면이 있지, 어찌 이런 폰을 부끄럽게 아빠의 아들이 들고 다닐 수 있겠냐고요~ 마침 딱 아이폰13이 출시됐답니다. 이런 기막힌 우연이 어딨겠습니까!’ 했지.

내일이 그랬더니 허락하셨어?

무상이 ‘기분이다, 당장 바꿔!’ 하셨지. 그런데… 1차, 2차 예약 모두 실패했어. 게다가 인기 모델은 다 조기 품절됐고 구입 가능한 제품도 10월 25일 이후에나 받을 수 있을까 말까래. 그랬더니 아빠가 뭔 핸드폰을 이렇게 요란하게 사냐고 없던 일로 하자셨어. 엉엉엉~

내일이 중국 전력난이 내 친구의 꿈과 희망을 앗아갔군.

무상이 미국 사과회사 아이폰 얘기하는데 중국이 여기서 왜 나와~

내일이 무상아, 아이폰 중국에서 만들어. 놀라지 마, 왜 네가 이번에 핸드폰 교체에 실패했는지 지금부터 찬찬히 들려줄게.


STEP 2 이슈 꼼꼼 분석하기


중국 전력대란의 두 가지 원인

중국이 깜깜해. 산업기지가 밀집한 지역의 공장은 정전·단전이 거듭되고 있고 상점에선 양초에 의지해 장사를 하고 있는 데다 도로의 신호등과 가로등도 장기휴업에 들어간 상태야. 엘리베이터를 탔다가 전기가 끊겨 안에 갇히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지. 개혁개방 40년 역사상 초유의 사태로 기록될 이번 전력대란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 중국 정부의 엄격한 탄소 배출 억제 정책과 호주와의 외교 갈등으로 인한 석탄 공급 부족으로 요약돼.

2015년 12월, 지구촌 195개국은 프랑스 파리에서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탄소’를 감축해나가자고 한마음으로 기후변화협약을 맺었어. 더 이상 기후문제를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의 발로였지. 그런데 웬걸, 국민 1인당 탄소를 가장 많이 내뿜는 미국이‘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탈퇴해버린 거야. (파리기후협약 자체가 미국 오바마 전 대통령이 주도해서 다른 나라도 동참한 건데, 트럼프씨 너무하셨지.) 전 세계가 ‘헐~’ 하고 있는데 중국이 ‘대국답게 저희가 먼저 모범을 보이겠습니다’ 하네?

지난 9월 미국 뉴욕 UN총회에서 시진핑 주석은 ‘2030년 이전에 탄소 배출량 정점을 찍은 뒤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하더니 즉시 행동에 돌입했어. 2021년과 향후 5년의 에너지소비 감축 목표를 각각 –3%, -13.5%로 설정하고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 푸른 하늘을 보여주겠다며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에 제한을 가했지. 여기까진 알겠는데 그럼 호주는 뭐냐고? 따라와~


어제의 동지에서 오늘의 적으로

호주와 중국은 1972년 수교를 맺었어. 미·중보다 7년이나 빨랐지. 매년 호주의 총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5%를 웃돌았고 호주 전체 유학생의 30%가 중국인이었을 정도로 둘 사이는 화기애애했어.

하지만 6년 전부터 호주는 정·제계가 중국 자본에 잠식돼가고 있음을 슬슬 자각하기 시작했어. (중국이 몰래 뒷돈을 줬다고 오해하면 곤란해. 호주는 외국의 정치 자금을 허용하는 국가거든.) 특히 2015년 중국 기업 랜드브리지그룹이 호주 북부에 위치한 노던준주(Northern Territory) 지방정부로부터 ‘다윈항’을 우리 돈 4천억 원에 99년간 임차한 게 양국 갈등의 도화선이 됐지.

다윈항은 태평양과 인도양으로 뻗어가는 거점 항구이자 중국이 중동산 석유를 들여오는 남중국해와 말라카해협과도 접근이 용이하지. 중국의 ‘에너지 생명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이곳을 지금까지 미국, 영국 해군이 장악해왔어. 유사시 미국이 말라카를 통제하면 중국의 석유 공급이 끊길 수 있다는 의미야. 때문에 이곳을 장악하는 건 중국의 오랜 숙원이었어.

재미있는 사실은 다윈항의 중요성을 정작 당사자인 호주만 몰랐다는 거야. 그러다 미국이 ‘저기, 너희 혹시 제정신이니?’라며 귀띔해줘서 알았다니까! 그제야 호주 정부는 자신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았고 부랴부랴 일을 수습하려 했어. 하지만 이미 중국에게 접수 완료, 상황 종료된 거야. (이제 법을 바꿔서라도 어떻게든 회수하겠다고 하니 두고 봐야겠지.)

자국 내 반중여론이 급격히 높아지자 2018년 집권한 자유당은 중국 눈치를 보던 전 정부와 달리 강경한 입장을 취했어. 이를 방증하듯 그해 호주의 5G 통신사업에서 중국 IT 기업 화웨이를 거침없이 빼버렸고 이듬해 4월에는 국제사회 차원에서 중국의 코로나19 기원과 책임에 대한 조사를 공식 요구했지. 분노 게이지가 상승한 중국은 호주산 석탄을 시작으로 보리·쇠고기·와인·바닷가재 등 주요 상품에 줄줄이 세금 폭탄을 투하했어. 과거 우리나라가 타격을 받았던 사드 사태처럼 경제 보복을 단행한 거지.

중국 에너지소비 구조를 보면 과거에 비해 많이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석탄이 58%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이 가운데 90%는 자체 생산, 나머지 10%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지. 지난해까지 이 10% 중 3.2%가 호주로부터 왔고. 당연히 올해는 0%…. ‘에계? 겨우 고거 때문에 이 난리인 거야?’라고 생각하면 곤란해. 쉽지 않은 문제거든.

일단 자국의 채굴을 늘리면 좋겠지만 해외 수입보다 물류 비용이 더 크고 탄질도 좋지 않다는 것, 또 호주 외에 다른 수입원을 찾으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여러모로 녹록지 않은 상황이야. 석탄 공급 감소는 석탄 가격 폭등을 야기했고 이로 인해 전력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는 악순환이 (공장지대 탄소 저감 정책과 더불어) 지금 중국에서 펼쳐지고 있는 거란다.


호주 다윈항의 지정학적 위치.
※출처 Darwin Port 홈페이지


STEP 3 생각 그릇 키우기


호주와 미국, 중국 견제로 ‘대동단결’

중국의 으름장에 호주도 반격을 시작했어. 중국 축산 농가의 필수품인 호주산 건초를 수출 금지시켰고 남부 빅토리아주가 맺은 중국과의 ‘일대일로 협약’도 취소했지. 또 호주산 보리와 와인에 대한 중국의 관세 부과 조치를 WTO에 정식으로 제소했고.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큰 경제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호주는 (아직은) ‘아임 쏘 파인~’ 하는 중이야. 중국도 무시할 수 없는 결정적인 ‘한 방’이 있기 때문이지. 그건 바로 철광석! 호주는 세계 최대 철광석 수출국이고 대중 수출 품목 1위도 철광석이야. 호주산 철광석은 워낙 고품질이라 대체재를 찾기 어렵다고 해. 때문에 일각에서는 호주산 철광석이 없다면 중국 제철 산업이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 분석하고 있지. (얼마 전 아프리카 기니에서 간신히 질 좋은 철광석을 찾았는데 갑자기 내전이 발발해서 못 가져온다나 뭐라나.) 이에 더해 호주는 중국을 향해 최후의 일격을 가했어. ‘중국 타도’를 외치는 미국의 손을 덥석! 잡았거든. 미국을 등에 업은 덕분에(?) 호주는 더욱 용감무쌍하게 중국과 맞장을 뜨고 있지.

얼마 전 중동 아프간에서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전쟁은 이제 접겠다’며 발을 뺀 미국은 그 발을 중국을 향해 내딛으며 전 세계의 시선을 아시아로 집중시켰어. 지난 9월에는 중국에게 열받은 호주를 꼬셔(?) 영국과 함께 오커스 방위협정을 맺었지.

호주(AU)·영국(UK)·미국(US)의 이니셜을 딴 오커스(AUKUS)는 인도 태평양 지역 안보 강화를 목표로 3국이 맺은 협의체로 사이버·인능지능(AI)·양자 컴퓨팅·수중 시스템 같은 핵심 기술 협력 강화와 안보·정보, 기술 공유에도 합의했다고 해. 또한 협정에 따라 호주는 세계 7번째로 핵추진 잠수함 보유국이 될 예정이고. 그 모든 최첨단 기술(무기)이 어디를 향하는지 빤히 보이는데 오커스는 특정 대상을 적대시하지 않는다며 오해하지 말래. 우리가… 바보니?


오커스,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이번 오커스 협정으로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 외에 어떤 국가하고도 공유하지 않았던 미국의 핵기술을 호주에게 ‘전수’해주기로 했어.

영국이 오케이 했냐고? 미국과 호주에 다리를 ‘몰래’ 놔준 게 영국이야. 지난해 ‘세계적 영국’을 꿈꾸며 EU(유럽연합)에서 탈퇴한 영국은 야심과는 달리 국제 왕따가 될 위기에 놓였었는데 이때 미국이 손을 잡아줬어. (사실 EU와 돈독해지고 싶었지만 EU는 미국의 바람대로 중국과 척을 지려 하지 않았거든.)

2015년 호주는 디젤 잠수함 12척을 구매하기로 프랑스와 계약을 맺었었어. (무려 77조 원짜리 계약이었대) 그런데 계획이 지연되면서 호주가 아직 잠수함을 건네받지 못했거든.

잠수함 문제로 머리 아파하는 호주에게 영국이 미국과 일을 도모하도록 소개해준 거야. 미국 또한 호주에 핵잠수함 기술을 이전하면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고 판단한 거지.

협약이 이뤄지자 호주는 즉시 프랑스 측에 위약금을 물고 계약을 파기해버렸어. 이에 프랑스는 ‘(앵글로색슨 놈들이) 등에 칼을 꽂았다’며 분노를 표했다고 해. 얼마나 화가 났는지 미국과 호주 대사를 본국으로 불러들였고 영국과의 국방부 장관 회의도 취소했다지. 미국은 곧바로 프랑스 달래기에 나섰지만 글쎄~

프랑스에 척을 지면서까지 미국은 이제 인도 태평양을 거점으로 중국 견제에 사활을 걸 모양새야.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될수록 어느 한 쪽을 선택하길 강요받거나 호주처럼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이 아세안 국가들에게 도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야. 때문에 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우리의 외교 전략도 더더욱 신중해져야겠지.

중국 전력난부터 오커스 협정까지, 자연스럽게 흐름이 읽혀졌니? 국제 전문가가 될 판이라고? 고맙다!




어느 때보다 많은 뉴스가 쏟아지는 요즘입니다. 문제는 제대로 된 정보를 걸러내고 해석하기 어렵다는 거죠. 과학 기술의 발전, 가치관의 변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청소년의 실생활과 밀접하거나 알아두면 도움이 될 이슈를 콕 집어 알기 쉽게 풀어드리겠습니다._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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