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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7호

핫 토픽 ‘쫌’ 아는 10대 34 | 기본소득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공평(?)하게 ‘라이징 스타’ 기본소득

기본소득이란 국가가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리도록 조건 없이 지급하는 소득을 말한다. 다시 말해 일을 하든 하지 않든, 재산이 많든 적든, 연령과 무관하게 개인 모두에게 일정한 금액을 정기적으로 지급한다는 의미다.
이 꿈같은 이야기를 들으면 누구나 기대와 함께 ‘과연 배가 불러도(?) 사람들이 일을 할까’라며 우려를 표한다. 세계 곳곳에선 기본소득에 관한 논의가 한창이다. 효과 검증을 위해 실험을 시작한 나라도 있다. 우리나라도 2016년부터 경기 성남시에서 ‘청년배당’이라는 ‘부분적 기본소득’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의 대표주자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와 MS의 빌 게이츠,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까지 ‘격한 지지’를 보내고 있는 기본소득에 대해 알아봤다.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사진 연합















21세기 최대 화두 ‘기본소득’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자 첫 TV 토론에서 단연 돋보인 이슈는 이재명 후보가 지난 대선에서 폐기했다 다시 끄집어낸 ‘기본소득’이었어. 실현 불가능한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의견과 ‘인간의 기본권’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지.

기본소득은 보편성, 무조건성, 개별성이라는 세 가지 특징이 있어. 전 국민 누구나, 무조건, (미성년자라고 엄마 아빠한테 가는 게 아닌) 나에게 직접 지급된다는 점이야. 어떤 조건도 따지지 않고 용돈(?)을 주는 그런 아름다운 일이 정말 가능한 거냐고? 이미 시행한 곳도 있는걸. 이삿짐 싸기 전에 잘 생각해. 거기 좀 추워.

미국령인 알래스카는 1982년부터 석유에서 나오는 수입으로 모든 주민에게 연간 1천~2천 달러의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어. 우리 돈으로 계산하면 대략 130만~260만 원 정도 되겠다. 이게 1인당 금액이니까 4인 가족이면 최대 약 1천만 원까지… 어디 가~ 끝까지 듣고 떠나!

알래스카가 이렇듯 조건 없는 기본소득을 지급할 수 있었던 건 석유란 본래 누구의 것도 아닌 ‘공유 자원’이라고 주민들이 합의했기 때문이야. 그래서 석유 수입금을 기금으로 적립하고 그 운용 수익을 모두에게 배당금으로 나눠줄 수 있었지. 처음 이 계획을 세울 때 주지사였던 제이 해먼드는 알래스카에 거주한 햇수에 비례해서 배당금을 지급하려 했어. 하지만 이 결정에 대해 미국 연방법원은 수정헌법 114조에 의거, ‘평등 보호 조항’에 위반된다는 판결을 내렸지. 덕분에 주민이라면 누구나 공평하게 기본소득을 누릴 수 있게 됐단다.

알래스카는 석유라도 있지만 자원이라곤 너랑 나밖에 없는 우리나라에선 실현 불가능한 얘기 아니냐고? 글쎄. 만약 가능성이 1도 없었다면 뭐 한다고 머스크랑 게이츠랑 저커버그는 물론 세계적 자본가 빌 그로스, 도이치텔레콤 대표 티모데우스까지 기본소득의 불가피성을 주장했을까? 자, 그럼 지금부터 기본소득을 좀 더 면말하게 들여다보자고!


기본소득 톺아보기

기본소득 아이디어가 세상에 나온 건 지금으로부터 무려 226년 전이야.

18세기 영국의 정치사상가 토모스 페인은 자신의 소논문 <토지 분배의 정의>에서 “원래 미경작 상태의 토지는 ‘인류의 공유 재산’이다. 개인의 토지에 대한 소유권은 토지 그 자체가 아니라 그가 토지를 경작하거나 개량한 부분에 대해서만 인정돼야 한다. 토지 소유자는 인류의 공동 재산인 토지를 빌려 쓰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토지 소유자에게서 ‘지대(토지 임대료)’를 걷어 국민 기금을 만들고 이를 모두에게 골고루 나눠 주는 게 옳다”고 주장했지.

페인의 주장에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국민기금을 가진 자가 없는 자에게 베푸는 ‘시혜’가 아니라 모두가 누려야 할 ‘자연적 권리’라고 이야기했다는 거야. 국민기금은 국민 모두가 마땅히! 당당하게! (이게 중요해.) 자신의 몫으로 지급받아야 할 배당금이란 뜻이지.

그래도 좀 받기 찜찜하다고? 곰곰이 생각해봐. 토지가 어떻게 개인의 것이 될 수 있지? 우리가 언제 동의했었나? 당최 기억이…. 즉 페인의 논리는 ‘토지는 본래 만인의 공동 재산이었으나 사유 제도 도입으로 많은 사람들이 ‘토지에 대한 자연의 상속권’을 잃어버렸으니 배당금으로 보상받는 건 당연하다’는 거야.

이 밖에도 토머스 스펜스, 샤를 푸리에, 헨리 조지를 비롯한 다수의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이 같은 ‘기본소득의 원형’이라 할 만한 주장들을 펼쳤어.

지금 우리 사회, 아니 전 지구적으로 기본소득이 논의되고 있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야. 우선 국가 권력의 시장 개입을 비판하는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을 들 수 있어. 신자유주의는 극소수의 특권계층에겐 엄청난 부를 선사했지만 취약계층은 임시직과 아르바이트를 전전해야 할 정도로 경제적 어려움 속에 밀어넣었지. 그 덕에 끔찍하리만큼 양극화가 심화됐고.

두 번째는 ‘경제 위기’야. 뉴스나 언론매체를 봐봐. 맨날 위기래. 경제가 살아났다, 좋아졌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아. 이는 실업률을 증가시키는 커다란 원인이야. 마지막으론 ‘자동화와 로봇의 도입’이 있어. 생활 속 많은 것들이 키오스크, 셀프 주유소, 하이패스처럼 더 이상 사람의 노동이 필요치 않게 바뀌고 있잖니. 앞으론 더 많은 직업들이 기계로 대체될 테고.

이제 더 늦기 전에 인류가 일자리를 잃는 ‘노동의 종말’이 오더라도 모든 사회 구성원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해. 그 중심에 기본소득이 있음은 두말하면 입 아프고.






기본소득 실험, 그 결과는?
이미 세계 곳곳에선 기본소득 실험이 한창이야.

‘거의 완벽한 복지국가’라 불리는 핀란드는 유럽 최초로 2017년부터 2년간 실업급여 수령자 2천 명을 대상으로 기본소득제 실험을 진행했어. ‘기본소득을 받아도 사람들이 일을 할까’를 테스트한 거야.

2020년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기본소득 수령자가 실업급여만 수령한 이들에 비해 연간 6.3일 더 일했고 삶에 대한 만족도는 ‘엄청나게’ 높아졌다고 해. 즉 기본소득을 받으면 사람들이 게을러질 거라는 건 근거 없는 우려와 오해일 뿐이란 거지. 이후 네덜란드와 캐나다, 케냐,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에서도 기본소득 실험을 진행했고 핀란드의 보고서와 거의 비슷한 (경제적 안정이 정신 건강으로 이어져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결과가 도출됐어.

우리나라도 2016년부터 경기 성남시에서 ‘청년배당’이라는 기본소득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성남시에 주민등록을 두고 3년 이상 거주한 만 24세 청년들에게 분기별로 25만 원씩 총 100만 원의 ‘지역 상품권’을 지급하는 걸 골자로 한단다.

모든 국민에게 주는 것도 아닌데 이게 왜 기본소득이냐고? 사람은 누구나 24세를 통과하고 나이 외에 어떤 조건도 따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청년배당은 기본소득의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지.

청년배당을 받은 이들 중 95.3%가 ‘실질적 도움이 됐다’고 만족감을 표했어. ‘기본소득은 가끔 친구를 만날 수 있는 삶, 생존을 위해 하루의 절반을 아르바이트에 바치지 않아도 되는 삶’을 선물했다며 말야.


기본소득의 의의

기본소득에는 다양한 의미가 내포돼 있어. 기본소득은 생계가 힘든 절박한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주지. 그렇게 되면 돈을 벌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노동계약이 아닌 의욕을 갖고 임할 수 있는 직업을 찾을 여유를 얻게 돼. 그렇게 되면 부, 권력의 비대칭으로 인한 갑질 문화도 점점 사라지게 될 거야. 경제적 자립이야말로 평등한 관계의 핵심이니까.

또한 기본소득은 소득재분배의 효과를 낳아서 양극화를 다소 완화해주지. 어디 이뿐인가? 소비가 진전돼 내수 경제도 활성화될 수 있고. 사실 우린 모두 2020년에 이미 기본소득을 체험해봤잖아. 코로나 재난지원금! 그거 쓰면서 얼마나 행복했니~ (물론 한시적으로 지급된 지원금이지만 기본소득의 본래 취지를 우리 국민들이 직접 경험해봤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봐.)

그래도 필요한 사람한테 좀 더 많은 혜택을 주는 선별적 복지가 맞지 않냐고? 무상급식 잘 애용하고 있지? 그 또한 기본소득 중 하나야. 만약 가난한 학생에게만 밥을 주겠다고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일단 ‘공짜밥’을 먹으려면 가난을 증명해야만 해. 담임 쌤께 가정사를 털어놓을 수밖에 없는 아이가 어떤 기분이 들지 생각해봐. 게다가 가난한 학생을 선별하려면 행정 비용이 들어. 한 번 조사한다고 끝이 아냐. 가계 재산 상태는 늘 변할 테니까.

기본소득이 전면 도입되는 길은 순탄치 않을 거야. 하지만 지금 젊은 세대가 실력과 노력이 부족해서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아닌 것처럼, 앞으로의 세대는 어쩌면 더 어려움을 겪어야 할지도 몰라. 기본소득은 청소년들의 꿈을 지탱해주는 ‘안전망’ 같은 존재야. 인간의 모든 활동 가치를 시장의 경제 활동으로 평가하는 세상은 너무 삭막하잖아. 기본소득이 앞으로도 계속 글로벌 스타로 자리매김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팍 오지?







어느 때보다 많은 뉴스가 쏟아지는 요즘입니다. 문제는 제대로 된 정보를 걸러내고 해석하기 어렵다는 거죠. 과학 기술의 발전, 가치관의 변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청소년의 실생활과 밀접하거나 알아두면 도움이 될 이슈를 콕 집어 알기 쉽게 풀어드리겠습니다._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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