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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호

핫 토픽 ‘쫌’ 아는 10대 12 | 머지포인트

욕망이 부른 참사 머지포인트 환불 사태

대형마트, 편의점, 음식점 등에서 ‘무제한 20% 할인’ 서비스를 선보여 인기를 끈 ‘머지포인트’가 지난 11일, 돌연 사용처를 대거 축소하고 포인트 판매를 중단하며 이른바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돈을 날리게 될 것을 우려한 소비자들은 즉각 반발했고 환불을 요구하며 머지포인트의 운영사인 머지플러스 본사를 점령하기에 이르렀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학생들이 자주 사용하는 GS25 등의 편의점, 파리바게트와 배스킨라빈스, 탐앤탐스 등 식음료 체인점은 물론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까지 제휴업체에 포함돼 있던 머지포인트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대규모 환불 사태를 야기한 머지포인트의 출발부터 현 상황까지 자세히 짚어봤다.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사진 연합




STEP 1 이슈 맛보기


‘알뜰족 대참사’ 방

무상이 내일아! 엉엉엉~ 어떡해~ 내 돈 10만 원이 작별인사도 없이 날아가게 생겼어!

내일이 뭐야, 너도 머지포인트에 용돈 넣어둔거야?

무상이 잉? 머지포인트라고 말도 안 했는데 한 방에 아네? 내일이 너, 설마?

내일이 10만 원이면 감사한 줄 알아라. 난 거기에 5만 원 더 얹어야 해.
무상이 역시 넌 어느 하나도 나보다 앞서가지 않는 게 없구나, 뭐 한다고 그렇게나 많이 넣어놨냐?

내일이 1만 원짜리 쿠폰을 8천 원이면 사고 거기다 통신사 중복할인도 되니, 많이 사놓을수록 이익이었으니까. 특히 우리들은 학원이랑 도서관에 다니면서 식당이나 카페, 편의점을 자주 이용하잖아. 모두 머지포인트로 결제할 수 있으니까, 아니다. 이제 ‘있었으니까’가 맞겠네. 지금은 받아주는 곳이 아무 데도 없으니.

무상이 그럼 이대로 너와 나의 25만 원은 공중 분해된 거냐?

내일이 일단 사태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 회사 대표가 환불 조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고 조속한 시일 내에 정상화시키겠다고 발표했거든.

무상이 음…. 우리 집 댕댕이가 사람 말을 하길 기다리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

내일이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인데, 알뜰족 되려다 큰코 다쳤다. 이번 사태에서 우리가 뭘 보고 느껴야 할지 우리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보자, 친구야!


STEP 2 언론으로 본 핫 토픽




STEP 3 이슈 꼼꼼 분석하기

머지포인트 톺아보기

2018년에 출시된 머지포인트는 업체별로 나뉜 음료 적립 쿠폰이나 적립 포인트를 하나로 통합하겠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일종의 플랫폼이었어. 제휴업체는 적립 포인트 관리를 직접 안 해도 되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러 업체의 적립 포인트를 한 곳에 모아주는 편리함 때문에 초기 700여 곳이었던 가맹점은 꾸준히 늘어 2만 곳 이상이 됐고 이어 유명 편의점을 비롯한 대형마트, 식음료 프랜차이즈까지 제휴를 맺게 됐어. 그러다가 2020년 3월부터는 통합 포인트 관리를 넘어 20% 할인을 내걸고 본격적으로 자사 포인트 바우처인 ‘머지머니’ 판매 영업에 돌입했지. 잉? 이게 뭔 소리냐고?

예를 들어 네가 머지머니 10만 원을 충전하고 싶으면 8만 원만 결제하면 되는 거야. 그러면 쇼핑·외식 가맹점에서 머지포인트 앱 바코드, 즉 머지머니를 통해 10만 원을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어. 더 감동스러운 건 통신사 카드와 중복 할인까지 가능했다는 거야(지금까지 이런 할인은 없었다, 이건 꿈인가 생시인가!). 오죽하면 요즘 유행어가 ‘머지로 사면 싼데 왜 그냥 돈 주고 사?’였다잖니. 충전 때마다 매번 20% 할인된 가격에, 여타 쿠폰+할인까지 중복 적용 가능한 사실상 무제한 할인이었기 때문에 머지포인트는 앱테크족이나 사회 초년생, 대학생, 주부들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었어. 누적 이용자 수는 100만 명, 일평균 접속자 수는 20만 명에 달했고 최근까지도 월평균 300억~400억 원 수준의 거래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지.

하지만 머지포인트는 내가 원할 때 살 수 있는 ‘쉬운 존재’가 아니야. 온라인몰에서 게릴라식으로만 판매했기 때문에 한 번 뜨면 잔뜩 쟁여… 아니 사두는 경우가 많았어(가맹점이 6~8만 곳에 브랜드 수만 200여 개인데, 알면 안 사고 버티겠냐고~). 때문에 피해액이 더 커진 거고. 지금까지 발행 금액이 1천억 원이 넘는다니 말 다했지.


예고된 참사

현재 SNS에선 충전 후 사용하지 못한 머지머니 인증 행렬이 이어지고 있어. 소액의 피해자가 대부분이지만 2천만 원 넘게 피해를 본 사례도 등장해 충격을 주고 있지.

업계에선 머지포인트 사태는 ‘예고된 참사’라고 입을 모으고 있어. 실상 이 사업 모델은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지속적으로 경고가 제기돼왔을 정도야.

20%라는 전대미문의 할인율은 파격적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상품권 사업을 진행한 그 어떤 기업이나 지자체에서도 감행하지 않은 데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거지. 게다가 머지플러스의 자본금은 30억 원 수준으로 투자 유치를 받았거나 혹은 받을 계획도 알려진 바가 없어.

즉 적자를 고스란히 회사가 감당하는 수익 구조란 말씀. 1천억 원 이상 발행된 상품권 결제를 애초에 책임질 수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야. 그럼 도대체 지금까지 어떻게 손해를 감당하고 있었던 거냐고? 글쎄, 사측이 재무제표를 비롯한 그 어떤 자료도 공개한 적 없어 지금으로선 알 길이 없지만, 일각에선 ‘돌려막기’, 즉 구매자를 계속 늘리는 방식으로 자금을 확보해 앞 손실을 막았을 거라 짐작하고 있지. 또 그렇게 몸집을 부풀려가며 ‘뭔가 있어 보이려’ 했다는 거야.

게다가 이후에 밝혀진 사실에 의하면 머지포인트로 결제했던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머지포인트와 직접 제휴를 맺은 게 아니라 ‘중간 상품권 결제 대행 업체’인 ‘콘사(모바일 쿠폰이나 상품권을 발행하는 페이즈·즐거운 등의 전자상품권 업체)’를 통했던 것임이 드러났어. 즉, 머지포인트는 프랜차이즈 업체가 아닌 콘사에 대금을 지급한 거지. 그러면 콘사 측이 다시 가맹점에 지급하고 그럼 또 머지포인트는 콘사 측에 수수료를 지급하고, 이렇게 계속 돌려막고 손해는 계속 커져가고….


STEP 4 생각 그릇 키우기

법을 몰랐다 VS 규제의 빈틈 노렸다

지난 8월 초, 머지포인트가 기존 할인율을 넘어선 23%를 적용해 고액의 결제를 유도하는 한정 상품을 출시했어. 안 그래도 높은 할인율인데 이보다 더 주다니! ‘먹튀’ 의심이 구매자들 사이에서 제기됐지.

게다가 머지포인트는 자신들의 업종을 ‘경계 없는 상품권 발행’이라고 광고해왔는데 현행법상 상품권 발행업은 하나의 업종만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도 공개됐어(구두상품권이나 백화점 혹은 문화상품권 등을 떠올려봐). 즉 두 개 이상 업종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자상품권을 발행하려면 금융위원회에 전자금융사업자로 등록해야 하는데 머지플러스는 그동안 미등록 상태로 영업했다는 거야.

이건 어쩌다 밝혀진 거냐고?(이쯤 되면 몸집을 그만 부풀려도 되겠다 싶었는지) 머지플러스가 지난달 투자 유치(혹은 매각?)를 위해 자신들의 사업이 전자금융업에 해당되는지를 금융감독원에 문의했고 금융감독원은 지난주 “전자금융업 등록을 해야 하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받는다”고 답변했어.

그러자 회사는 홈페이지를 통해 음식점을 제외한 나머지 업종에서 머지포인트 사용 중단을 기습 공지한 거지. 그로 인해 사용처가 200여 곳에서 20여 곳으로 대폭 축소됐고(‘불법이라는 걸 지난달 알게 됐는데, 왜 이달 초에 포인트 폭탄 세일을 했을까’라는 합리적 의심), 때문에 일각에선 머지포인트가 그동안 판매 금액의 한도 규제를 받지 않기 위해 전자금융업 등록을 하지 않은 채 사업을 운영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이야기하고 있어.

‘신용’, 자본주의의 핵심 가치

이러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불만은 자연스레 금융감독원을 향했지. 하지만 금융감독원 측은 머지포인트가 전자금융업 미등록 상태라 감독 의무가 없었다고 확실히 선을 그었지. “등록 업체가 아니므로 감독을 할 법적 권한이 없으며 미등록 업체들까지 모두 감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야.

피해자들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분노하고 있어. 금융 당국이 처음에는 몰랐을 수도 있겠지만 머지플러스가 3년 가까이 사업을 하면서 가입자가 1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거래 규모가 커졌는데, 이쯤 되면 당연히 실태를 파악하고 필요한 조처를 취했어야 했다는 거지.

또 등록 업체 여부도 확인하지 않은 채 머지플러스와 제휴한 티몬·위메프·11번가·G마켓 등 온라인몰과 하나금융그룹의 하나멤버스, KB국민카드 등 금융사, 프랜차이즈 외식업체 등도 하나같이 우리도 알지 못했다며 발뺌하고 있어.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런 유명 업체들과 머지플러스가 제휴하고 있었기 때문에 믿음을 갖고 머지포인트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책임을 피하긴 어려워 보여. 사태를 수습 중인 머지플러스 측은 “최우선 목표는 서비스의 정상화”라고 밝혔어. 그러나 이미 소비자의 신뢰를 잃은 기업이 과연 ‘정상화’ 될 수 있을지는 진정 미지수지.

플랫폼·핀테크 산업은 나날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이 같은 사태는 언제라도 재발할 수 있고. 사회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새로운 산업 육성에 지원을 아껴선 안 되겠지만 기업과 기술의 발전 속도에 맞춰 소비자 피해 등 부작용이 없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거야. 우리 소비자들도 눈앞에 당장 보이는 이익이 아닌 업체의 신뢰도와 리스크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지.

소비자와 기업 모두가 당장의 욕망이 아닌 서로 간의 믿음을 쌓는 것.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고 또 살아가야만 하는 우리 모두에게 가장 기본으로 자리 잡아야 하는 덕목 아닐까.





어느 때보다 많은 뉴스가 쏟아지는 요즘입니다. 문제는 제대로 된 정보를 걸러내고 해석하기 어렵다는 거죠. 과학 기술의 발전, 가치관의 변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청소년의 실생활과 밀접하거나 알아두면 도움이 될 이슈를 콕 집어 알기 쉽게 풀어드리겠습니다._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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