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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호

핫 토픽 ‘쫌’ 아는 10대 10 | 셧다운제 _ 청소년에게 게임을 허하라

마인크래프트가 소환한 셧다운제 폐지론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강제적 셧다운제’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자사 게임 ‘마인크래프트’의 연령 이용 등급을 성인으로 조정한다는 소식 때문이다. 10대 청소년들에게 인기 몰이 중인 게임이 셧다운제로 19금(禁)이 된다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 것. 셧다운제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제기돼왔다. 청소년 게임중독 완화, 수면권 보장이라는 도입 취지와 달리 셧다운제의 효과가 미미하며 오히려 청소년의 기본권과 학부모의 교육권을 침해한다는 것. 사회적 이슈를 넘어 정치권마저 들썩이게 한 마인크래프트 사태부터 셧다운제의 폐지론과 옹호론까지, 그 면면을 담아봤다.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사진 연합






STEP 1 이슈 맛보기





‘마인크래프트를 사수(死守)하라’ 방

내일이 어라? 무상이 너 얼굴이 왜 이리 어둡냐?

무상이 인생무상이다. 내가 취미생활 좀 즐기며 살겠다는데 왜들 이리 태클을 거는 거냐.

내일이 아, 네가 완전 애정하는 마인크래프트 소식 나도 들었어. 게임으로 국위선양도 한다고 너 엄청 좋아했었잖아.

무상이 이제 제임스랑 루이랑 칭란이랑 응우니옌이랑 기타 등등 게임에서 만난 다국적 절친들과 빠빠이를 고해야 할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진다. 그 친구들, 내 덕분에 불국사랑 경복궁이 중국이 아닌 한국 유산이란 걸 알게 됐는데.

내일이 그러게 말이다. 너 그 친구들과 대화해야 한다고 이번 생에 절대 펴 볼일 없을 거라던 영어책도 엄청 열심히 읽고 그랬잖아. 덕분에 영어 성적도 오르고. 게다가 역사 설명도 해야 한다며 한국사 공부도 하고. 난 게임이 이렇게 유익한지 널 보고 알았다니까!

무상이 그렇지! 내가 바로 게임으로 재탄생한 우등생 무상이 아니냐~ 내게 배움의 즐거움을 알려준 마인크래프트를 못하게 되는 건 정말 상상조차 할 수 없어!

내일이 곧 전국 게이머들이 봉기를 일으킬지도 모른다던데, 왠지 네가 선봉에 설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드는구먼. 그전에 셧다운제에 대해 속속들이 알아야 논리적 반박을 할 수 있을 테니, 이 형님과 함께 공부를 시작해보자고!



STEP 2 언론으로 본 핫 토픽




STEP 3 이슈 꼼꼼 분석하기


‘12시 땡’ 셧다운제 도입 배경

2012년 10월 13일, 국제 스타크래프트 대회에 출전한 한 중학교 3학년 선수가 밤 11시 58분이 되자 “아, 맞다. 셧다운!” 하며 ‘GG’를 치고 퇴장해 패배하는 일이 벌어졌어. 웃지 마. 진짜야.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16세 미만 청소년의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셧다운제는 2004년 청소년의 수면권 확보 대책 마련 논의에서 출발했어. 당시 기독교윤리실천운동, 한국청소년마을 등의 시민단체는 ‘게임이 청소년의 수면권을 침해한다’며 이를 토대로 온라인 게임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셧다운제’ 도입을 제안했지.
결국 2011년 국회 본회의에서 ‘청소년 인터넷 게임 건전 이용 제도’라는 이름의 셧다운제가 만들어졌고 올해 10년째를 맞이하게 된 거야. (E스포츠 리그가 최초로 탄생한 한국에서…. 참 아이러니한 일이지.)

이 같은 규제는 국내 게임사들과 게이머들, 청소년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어. 게임 업계에선 ‘게임 이용 시간을 규제하는 건 전 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갈라파고스 규제(국제적 흐름에 벗어난 규제)’라며 반발했고, 일부 전문가들도 ‘셧다운제는 오히려 청소년들이 부모의 ID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서 게임을 이용하게 하는 등의 부작용을 키울 것’이라고 경고했지. 이에 더해 ‘셧다운제가 청소년의 기본권과 학부모의 교육권을 침해한다’는 주장도 나왔고.
하지만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여가부)는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최소한의 제도’라며 유지 입장을 고수했어.

거센 찬반 의견이 한 치의 양보 없이 부딪치는 가운데 2014년, 헌법재판소는 ‘셧다운제는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려버렸어. 그 후 준엄한 법령하에 게임은 청소년들에게 12시가 되면 헤어져야 하는 신데렐라 같은 존재가 돼버렸지.


마인크래프트가 소환한 ‘셧다운제 폐지론’

10년 만에 셧다운제 폐지론에 다시 불을 활활 붙인 주인공은 2011년 스웨덴 개발사 ‘모장’이 출시한 ‘마인크래프트’야. 잉? 앞에서 MS라고 하더니 뭔 소리냐고? 맞아. MS가 2014년에 모장을 인수했거든.

전 세계 청소년들을 사로잡은 마인크래프트는 세계 누적 판매량 2억 건을 기록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게임’이야. 샌드박스 게임, 즉 모래상자 게임이라고도 하는데 레고 같은 네모난 블록을 마음대로 쌓고 부셔가며 자기만의 세상을 만드는 놀이지. 블록의 종류도 흙, 돌, 나무, 전자석 등으로 단순하면서도 다양해.

마인크래프트 안에는 우리나라의 불국사, 경복궁, 첨성대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 건축물들도 거의 모두 만들어져 있어. 코로나19 사태로 등교 제한을 받은 학생들이 등교하고픈 마음을 담아 학교를 그대로 재현해내기도 했고. 각국의 학생들은 그 안에 아바타로 들어와 의견을 나누고 정보를 교환하며 소통하기도 해. 이렇듯 건전한 게임으로 주목을 받다 보니 수업이나 코딩 교육 등 다방면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지.

청와대도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린이날 행사를 열기 어렵게 되자,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해 만든 영상으로 행사를 대체하기도 했단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MS가 게임 보안 강화를 위해 계정을 통합하겠다고 밝히며 기존 ‘모장’ 계정을 사용하던 이들에게 자사의 ‘엑스박스(Xbox) 라이브’를 쓰도록 한데 있어. 그러면서 ‘한국에서 마인크래프트를 구매·이용하려면 만 19세 이상이어야 한다’고 공지했지.

특정시간과 연령대의 게임 접속을 차단하라는 한국만의 규제를 전 세계 공통 서비스에 구현하기 어렵다는 게 MS측의 의견이야. 이에 이용자 사이에서 ‘셧다운제는 실효성 없이 게임 산업과 미성년 게이머의 권리를 위축시킨다’ ‘게임보다 여가부를 먼저 셧다운하라’는 분노에 찬 셧다운제 폐지 요구가 들끓게 된 거지.



STEP 4 생각 그릇 키우기


셧다운제 실효성? 과연…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말야, 셧다운제가 시행되고는 있지만 이에 대한 실효성은 또 다른 문제라 할 수 있어. 생각해봐. 하교 후 오후 내내 게임을 하다가 자정부터 접속 안 하면 그만인 거잖아. 자정이 넘어서도 부모님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거나 해외 계정을 사용하면 쉽게 우회할 수 있는 방법도 있고. (헉! 비밀이었는데 어찌 알았냐고?) 어디 그뿐이니? PC가 아닌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게임은 아예 규제 적용 대상도 아냐. 자정 이후에 게임을 하고 싶으면 스마트폰만 켜면 오케이란 의미지.

문제는 이것만이 아냐. 세계 최고라 평가받는 한국의 E스포츠리그 데뷔를 꿈꾸는 프로 지망생들에게도 규제가 적용돼. 인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세계 최강자인 페이커 이상혁 같은 선수가 나오려면 게임을 ‘악(惡)’이 아닌 ‘스포츠’로 대해야 하는데 지금 같은 문화에선 힘들다는 거지.

올해 기준으로 한국 프로리그인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의 참가팀 평균 연령은 21~24세에 불과해. 즉 16세 미만의 청소년기는 E스포츠 꿈나무들이 프로가 될 수 있는지 사실상 결정되는 중요한 시기인 거지. (프로선수 얘기다~ 명심하자!)

게다가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수면권을 보장하고 게임 과몰입 방지를 위해 도입됐지만 실제 조사 결과 셧다운제로 늘어난 청소년의 수면 시간은 겨우 1분 30초에 불과하다고 해. 또한 게임을 많이 한다고 해서 중독으로 연결되는 건 아니라는 연구 결과도 속속 발표되고 있지.


셧다운제, ‘강제’ 아닌 ‘선택’ 돼야

현재 국회에서는 여야 모두 셧다운제 폐지를 추진 중이야. 그러면서 ‘국가가 나서서 금지할 게 아니라 가정에 맡겨야 할 영역’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어.

반면 제도를 옹호하는 측은 여전히 셧다운제는 게임 자체를 불법화하는 게 아닌, 청소년들이 게임에 지나치게 몰입해 건강을 해치고 학업에 소홀해지는 걸 막는 최소한의 장치라고 지적하고 있지. 청소년 개개인이 적정 수준에서 자제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친구들이 많다는 것도 사실이란 거야.

셧다운제 도입 후 10년이 지났어. 시대가 변한 만큼 게임을 대하는 시각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지. 지금 우리 청소년들에게 디지털 미디어와 게임은 일상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야. 상황이 이런데도 올드한 제도를 들이대며 청소년에게 디지털 문화의 핵심 콘텐츠인 게임을 ‘허가된 시간 안에서만 하라’고 강제하는 게 과연 올바른 일인지 이젠 점검해봐야만 해.

이에 더해 교육은 물론 산업 전반에 깊이 들어온, 고도화된 지식과 기술이 집약된 매체인 게임을 여전히 ‘오락실’ 수준으로 바라보고 강제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는 건 아닌지, 또 게임과 도박을 동의어라 여기며 ‘나쁜 행위’로 편향되게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닌지도 돌아봐야할 거야.

청소년들은 이미 ‘오장칠부’인 스마트폰을 통해 24시간 자유롭게 세계와 소통하는 초연결 시대를 살고 있어. 또한 기술은 끊임없이 진보하겠지. 이제 ‘강제’가 아닌 청소년 스스로가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제도와 기반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거야. 때문에 전문가들은 게임이 여가 활동으로 자리 잡은 오늘날엔 강제 제한이 아닌 청소년의 게임 조절력과 활용력을 높여주는 게임 리터러시 교육이 더 절실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어.

자, 폐지와 유지 둘 중 어느 의견이 더 와닿니? 알면서 뭘 물어보냐고? 좋아! 그런 의미에서 유해한 게임은 거들떠도 보지 않겠다고 새끼손가락 걸기~ 꼭 지켜라,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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