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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호

핫 토픽 ‘쫌’ 아는 10대 9 | 한글 금속활자 _ 세계 인쇄 역사 다시 쓰일까

600년 만에 깨어난 ‘한글 금속활자’

구텐베르크가 개발한 서양 최초의 금속활자보다 먼저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 시대 금속활자 1천600여 점이 세상에 나왔다. 출토된 금속활자는 한자 1천여 점과 한글 600여 점을 아우르고 이제껏 인쇄본으로만 전해지던 초창기 훈민정음 음운을 활자 실물로 드러냈다. 이는 그간 베일에 싸여 있던 조선 전기 활자·인쇄 문화 연구를 급진전시킬 ‘역대급 유물’로 평가된다. 시민들은 ‘금속활자가 발굴된 6월 29일은 역사가 바뀐, 국경일에 버금가는 날’이라며 환호했다. 어쩌면 세계 역사서 개정을 불러올, 우리나라 금속활자의 역사와 이번 발굴의 의의를 담아봤다.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사진 연합







STEP 1 이슈 맛보기



유물 발굴로 흥분의 도가니 된 톡방

내일이 무상아~ 소식 들었어? 대박 사건!

무상이 대박만 아니어봐라. 주먹이 마중 나간다.

내일이 600년간 땅속에서 잠자고 있던 금속활자가 발굴됐다니까! 이제 세계 최초의 인쇄술은 독일이 아닌 대한민국으로 기록될 수도 있어. 세계사가 새로 쓰일 이 역사적인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이 형님은 감개가 무량하시다.

무상이 어? 나도 알아, 인쇄술! 구텐… 그래, 그 독일 아찌. 역시 난 선견지명이 있었어. 아찌 이름을 외우기 싫더라니. 그런데 금속활자 발견이 진심 그렇게 대단한 거야?

내일이 생각해봐~ 수많은 발명품의 고향 중국을 제치고 첨단 기술을 보유했다는 의미잖아. 또 인쇄술이 그만큼 발달해 있었다는 건 책 읽는 사람이 많았다는 뜻일 거고, 학구파가 많으니 당시 우리 문화는 엄청 융성했을 거란 말이지. 완전 자랑스럽지 않냐?

무상이 부끄럽다 친구야.

내일이 뭐냐~ 자랑스럽지 않냐고 묻고 있는데 부끄럽다고 대답하는 놀라운 반응은.

무상이 하… 조상님들은 인쇄술을 세계 최초로 발명할 만큼 글을 사랑했는데, 난 책과 거리 두기나 하고 있었다니.

내일이 무상아, 유물 발굴에서 자기 반성을 끌어내는 너의 모습, 멋지다.




STEP 2 언론으로 본 핫 토픽




STEP 3 이슈 꼼꼼 분석하기


‘조선 전기 금속활자’ 모습을 드러내다

“이건 조약돌이 아니라 금속활자입니다!”

지난달, 서울 종로구 인사동 재개발 지구 유적을 발굴하던 수도문물연구원 조사팀은 16세기 건물터의 땅속에서 나온 도기 항아리의 일부 내용물을 확인하고 깜짝 놀랐어. 항아리 옆구리 구멍으로 삐져나온 조약돌 모양의 유물 몇 개를 세척해보니까 이게 돌이 아니라 금속활자였던 거야. 꺄~악! 급흥분한 조사팀은 항아리 안의 흙을 모두 덜어내고 집중 분석 작업을 했고 무려 1천600여 개의 금속활자를 발굴해냈어.

더욱 흥분되는 사실은 출토된 유물에서 지금까지 전해진 활자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의 한글 금속활자가 다수 나왔다는 거야. 판독 결과 15세기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 즈음 쓰인 1434년 갑인자(甲寅字), 1455년 을해자(乙亥字), 1465년 을유자(乙酉字)로 보인다고 해. 한글이면 한글이지 글자 이름이 왜 다 다르냐고? 조선 시대에는 금속활자에 제작한 해의 육십갑자를 이름으로 붙여줬거든.

전문가들은 출토된 금속활자 중 ‘갑인자’로 추정되는 6개의 활자에 특별히 주목하고 있어. 구텐베르크의 인쇄 시기가 1450년경인데 인쇄본과 대조 확인을 거쳐 갑인자로 최종 확인되면 그보다 15년가량 앞선 시기의 금속활자를 실물로 확보하게 되는 거거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고려 시대 <직지심체요절>이 최고(最古) 금속활자 인쇄본으로 기록돼 있으니, 추정되는 시기가 사실로 확인되면 우리는 최초로 금속활자와 인쇄본을 동시에 갖게 된다는 말씀인 거지. 일각에선 출토한 일부 금속활자를 두고 1420년 경자자(庚子字)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니, 와우~ 잘하면 30년 빨라지겠군!

을해자를 사용해 인쇄한 <능엄경언해>. 출처_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



금속활자 톺아보기

대한한국이 세계에 뽐낼 만한 전통 문화유산 가운데 으뜸 중 하나가 금속활자와 인쇄술이야. 고려 시대부터 이미 세계에서 가장 먼저 금속활자로 인쇄를 했고 조선 시대에는 1403년 이래 수십 차례 활자를 제작해왔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는 인쇄된 기록으로만 전할 뿐 실물 자료는 거의 남아 있지 않았어. 1592년 발발한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많은 금속활자가 불에 탔고(주먹 불끈!) 기존 금속활자를 녹여서 새로운 활자를 만드는 재활용 작업을 거치기도 해 현존하는 유물은 매우 적은 형편이었거든.

지금껏 공인된 금속활자 중 가장 오래된 유물은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된 한글 활자 30여 점으로 조선 7대 왕인 세조 즉위년 1455년에 주조된 ‘을해자’가 그 주인공이야. (곧 주인공 교체 예정) 을해자는 조선 전기에 사용된 대표적인 활자로 조선 전기의 문신이며 서화가였던 강희안이 쓴 글씨를 글자본으로 해 만든 금속활자란다.

이번 금속활자 발굴의 중요한 의미는 갑인자 추정 활자 뿐만 아니라 ‘하며’ ‘하고’ 등 어조사를 표기 때 쓴 연주활자(連鑄活字)와 주격조사 ‘l’ 활자, ‘ㅱ, ㅸ, ㆆ, ㆅ’ 등 ‘동국정운식 표기법’ 활자를 인쇄본이 아닌 ‘살아 있는’, 확인 가능한 존재로 만날 수 있게 됐다는 거야. 마치 독일 고고학자 슐리만이 트로이와 미케네의 유적지를 발견해 신화인 줄 알았던 트로이 목마를 역사로 만든 순간과 너무 흡사하지 않니? 두근두근!



STEP 4 생각 그릇 키우기


세종대왕의 꿈 담긴 ‘갑인자’

그럼 이번 발굴의 최고 히트작인 갑인자(물론 아직은 추정이지만)에 대해 한 번 알아볼까나?

갑인자는 조선 세종 16년인 1434년 갑인년에 만든 구리 활자로 당시 금속활자 인쇄술의 정점을 보여주는 아이야. 갑인자 이전의 활자는 세종대왕 아빠, 태종 3년인 1403년에 제작된 ‘계미자(癸未字)’였는데 글자를 밀랍으로 붙여 고정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몇 장 인쇄하면 글자들이 움직여 더 이상 사용 불가하다는 불편함이 따랐어. 백성을 사랑해 글자까지 창시한 세종대왕님이 보시기에 얼마나 답답했겠냐~ 마음껏 글을 찍어낼 수가 없다니!

세종의 이 같은 마음을 헤아린 신하들은 새로운 활자 개발을 위해 야근을 불사하지 않았고 결국 수개 월 만에 하루에 40장 이상을 찍어낼 수 있는 구리활자, 갑인자를 만들어 냈단다. 갑인자는 어떤 내용의 글자도 신속하게 인쇄할 수 있도록 조립식으로 만들어졌고 총 20여만 자가 제작됐다고 해.

세종은 밤낮없이 개발에 매진한 신하들에게 큰 상을 내렸고 첫 타자로 <자치통감강목>을 갑인자로 인쇄했지. 당시 세종은 눈병이 났는데도 불구하고 책의 오타를 찾아내고 교정하는 작업을 모두 지켜봤다지! 전 세계 역사를 통틀어 이런 왕이 있으면 내 손에 장을… 묻힌다!

이 자랑스러운 갑인자는 지금껏 현존하지 않는, 인쇄본만 있다고 기록된 유물이었어. 이제는 두둥~ 인쇄술의 최고와 최초를 동시에 거머쥐게 생겼지 뭐야~ 워워, 캄 다운!


잊혔던 활자의 부활

‘ㅱ, ㆆ, ㆅ, ㅭ, ㅸ’ 이번 발굴에 등장한 요 요~상한 아이들. 지금은 당최 읽을 수 없는 이 글자들을 가리켜 ‘동국정운식 표기법’이라고 해. <동국정운(東國正韻)>은 세종 1448년에 신숙주, 최항, 성삼문 등이 간행한 운서(韻書)야. 뭔 소리냐고? 기다려봐~ 설명해줄게.

훈민정음 창제 초창기인 15세기에는 중국 한자를 표준음에 가깝게 발음하도록 하는 것이 커다란 과제였어. 그래서 세종은 한문을 훈민정음으로 표음하는 방법, 즉 동국정운식 표기법을 선보였지. 동국정운식 표기는 인쇄된 책으로는 내려왔지만 지금껏 금속활자로는 전해진 바 없었어. 그런데 지금! 알지? 크크크~

또 한문 사이 자주 쓰는 ‘이며’ ‘이고’ 같은 한글 토씨를 한 번에 주조한 연주활자(連鑄活字)도 10여 점 출토됐어. 연주활자란 두 글자를 하나의 활자에 표기하는 것으로 당시엔 한문 사이에 자주 쓰는 한글 토씨를 인쇄 편의상 한 번에 주조했다고 해. 주격조사 ‘l’ 활자도 이번에 처음 출토됐다고 앞서 얘기했지? 오늘날과 같은 주격조사 ‘가’는 1600년대 돼서야 만들어졌고 세종 당시엔 ‘이(l)’ 하나뿐이었어. 앞 음절 명사의 끝소리가 모음이면 ‘l’를 썼고, 받침이 있으면 ‘이’를 썼지. 예를 들자면 ‘사자ㅣ(사자가)’ ‘사람이’ 이렇게 표기했단 뜻이야. 이 같은 주격조사 쓰임도 인쇄본으로 전해졌지만 이 역시 활자 발견은 처음이야.

금속활자뿐만 아니라 조선 전기 때 사용한 물시계와 천문시계의 부속품, 화포 등의 금속 유물도 대거 발굴됐어. 덕분에 기록으로만 전해져오던 세종 시기 과학기술의 실체를 엿볼 수 있게 됐지.

지금 SNS는 난리도 아냐. ‘역사가 바뀐다. 독일이 아닌 한국이 최초’ ‘세종대왕 관련 영화와 드라마 전부 업데이트해야 할 판’ ‘하늘에서도 백성들에게 기쁨 주시는 세종대왕’ ‘국경일로 선포할 수준의 발굴’ 등 감격 어린 댓글들이 쏟아지고 있지. 하지만 우리 약속하자. 정확한 측정 연도가 나올 때까지 경거망동하지 말기! 그리고 우리 선조들에게 감사의 묵념 드리기.

지금의 한글이 탄생하기까지 그리고 이렇게 책이 흔해지기까지는 수많은 이들의 노고가 있었음을 이번 발굴을 통해 진심으로 다시 한 번 깨달았다니까~ 혹시 너도?




어느 때보다 많은 뉴스가 쏟아지는 요즘입니다. 문제는 제대로 된 정보를 걸러내고 해석하기 어렵다는 거죠. 과학 기술의 발전, 가치관의 변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청소년의 실생활과 밀접하거나 알아두면 도움이 될 이슈를 콕 집어 알기 쉽게 풀어드리겠습니다._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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