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영통중 도서관에서는 지난 4월 한 달 동안 ‘함께 읽고 책으로 공감하는 마음약국’을 진행했다. 마음약국은 학생들이 각자 마음에 품고 있는 고민에 대한 해법으로 책을 처방해주는 프로그램이다. 학교 도서관이 고민에 빠진 학생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마음약국으로 변신한 현장을 들여다봤다.
취재·사진 백정은 리포터 bibibibi22@naver.com
도움말 노연주 사서 교사(경기 영통중학교)
책으로 소통·공감 배우는 마음약국으로 오세요~
영통중 학생들은 고민이 생기면 그 어디에서도 얻기 힘든 귀한 약을 처방받는다. 그건 바로 고민에 대한 해법을 품고 있는 ‘책’이다. 위 클래스나 사회 복지실에서 상담을 받은 후 마음처방전을 들고 도서관에 가면 예쁘게 포장된 처방약(젤리빈)과 함께 고민에 빠진 마음을 달래줄 약(책)을 추천해준다.
노연주 사서 교사는 “마음약국은 학생들이 책을 읽으며 스스로 고민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게 돕고, 책을 통해 소통과 공감을 배우도록 기획한 도서관 프로그램이다. 위 클래스, 학교 사회 복지실과의 협력으로 진행되며 교내 학생들로 구성된 ‘상담심리 스터디반’ ‘서포터즈’ ‘책과 함께 여는 미래부’도 진행을 돕는다”고 설명했다.
학생이 추천받은 책을 읽은 후 소감문을 써서 내면 완치약(비타 음료)을 받고 활동을 마무리한다. 영통중 이윤환 교장은 “학생들이 혼자 고민에 빠져 힘겨워하기보다는 소통하는 가운데 즐거움을 느끼고, 고민에 대한 해법을 찾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1학년 박효은
사서 선생님이 ‘외톨이바이러스’에 대한 마음약으로 <서울 사는 외계인들>을 추천해줬어요. 책 속에서 ‘친구란 (중략) 그냥 살다 보면 바람이나 햇볕처럼 자연스럽게 만나는 관계이지 않을까?’라는 구절이 가장 마음에 와닿았어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때문에 힘들어하는 친구가 있다면 망설이지 않고 이 책을 추천할거예요.
2학년 이기훈
고민 상담 때 ‘의욕상실증’ 항목에 체크를 하고, 사서 선생님에게 <스프링 벅>을 추천받았어요. 입시라는 현실에 억눌려 진짜 꿈을 잊고 사는 요즘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네요. 소설을 읽으며 문장 하나하나에 깊은 공감을 느꼈습니다. 마치 제가 등장인물이 된 것 같았어요. 혼란에 빠진 제 자신을 돌아보게 해준 책입니다.
우리 도서관의 인기 책은?
영통중 학생들은 어떤 책을 즐겨 읽는지 대출 순위 베스트 5(표)를 알아봤다. 1위와 2위는 지난번 소개했던 경기 은가람중 도서관의 1, 2위와 같은 책이다. 두 학교 학생들이 강추하는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와 <아몬드>를 아직 읽지 않았다면 바로 지금 도전해보자. 도서부원 박애린 학생(3학년)이 전하는 1위 책에 대한 추천의 말을 들어봤다.
3학년 박애린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는 평범한 중학교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청소년들의 우정과 갈등을 그린 소설입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지친 모든 이들에게 위로가 돼줄 따뜻한 책입니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특별한 것이지 틀리거나 잘못된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해주거든요. 책을 읽고, 주인공 다현이처럼 타인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는 진짜 ‘나’를 찾을 수 있길 바랄게요.
저는 책을 읽으면 글자가 가지고 있는 힘을 느껴요. 짧은 문장 하나가 우리를 울고 웃게 만드니까요. 중학생 친구들도 책을 읽고 저와 같은 기쁨을 느껴보길 바랍니다!
사서 추천 도서
“소설로 엿보는 코딩의 세계”
노연주 사서 교사
코딩하는 소녀
지은이 타마라 아일랜드 스톤
옮긴이 김선영 펴낸곳 라임
열심히 추천해도 제목이 주는 압박감 때문인지 학생들이 잘 읽으려고 하지 않는 책입니다(웃음). 일단 읽기 시작하면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푹 빠져들게 되죠. 미국 중학생들이 겪는 일을 그렸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이에요. 주인공인 중2 앨리는 뛰어난 코딩 실력을 갖춘 학생입니다. 코딩 캠프에 참가해 앱을 만드는데 의도치 않은 실수를 하게 되죠. 그것을 감추기 위해 자신의 양심과 싸우지만 결국은 오류를 바로잡아요.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앨리처럼 용기를 내어 해결하고, 한발 더 내딛는 힘을 가지길 바라며 이 책을 추천합니다.
학교 도서관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학생들의 쉼을 돕기도 하고, 학습이나 입시에 도움을 주기도 하죠. 학생들과 사서 교사가 전하는 각양각색 학교 도서관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_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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