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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996호

별별 Talk Talk

반전이 살아 있다

취재·사진 송은경 리포터 eksong@naeil.com

아들은 또래상담가

중학생 아들은 학교 동아리 활동으로 또래상담가를 하고 있어요. 상담에 관심이 있냐고요? 전~혀요. 다만 초등학교 때 또래상담가를 했었는데 하는 일 없이 정말 편했다나요? 아들은 친구들까지 꼬드겨 또래상담가에 지원했더랬죠.

동아리 활동 첫날, 예상과는 달리 선생님이 잔뜩 겁을 주시더래요. 방과 후에 수시로 남아서 교육을 받을 거고 상담을 성실하게 하는 건 물론 상담일지도 꼼꼼하게 작성하라고요. 순간, 아들은 친구들의 따가운 시선을 외면한 채 허공을 응시할 수밖에 없었다네요.

하루는 상담을 잘하고 있는지 아들에게 물었더니 이번 달에만 벌써 5번 넘게 상담해줬다며, 이 길로 나가야 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떱니다. 도대체 친구들은 아들에게 무엇을 상담하는 걸까요? 공부? 절대 그럴 리 없고요. 운동? 그것도 아닌 것 같고, 교우 관계?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친구들이 너한테 뭘 상담하는 거야?” “연애! 근데 주로 짝사랑이야. 고백할지 말지, 어떻게 고백하는 게 좋을지 뭐 그런 것들. 상담해준 애들이 도움이 많이 됐다고 다른 친구들한테도 나한테 상담받아 보라고 한다나 봐. 하하하!”

생각지도 못한 연애 상담이라니. 이맘때 아이들이 이성에 관심이 많은 건 알고 있지만, 친구들은 과연 알까요? 저희 아들은 짝사랑 포함 연애 경험이 전~혀 없는 ‘모태 솔로’라는 것을요.




선택적 마이너스의 손

저희 딸은 물건을 조심히 다루는 편이에요. 그래서 ‘안’ 쓰는 물건은 있어도 ‘못’ 쓰게 된 물건은 거의 없답니다. 그런데 중학생이 되고부터는 좀 달라졌어요. 핸드폰을 자주 떨어뜨리질 않나, 얼마 전 비 오는 날에는 잠깐 볼일이 있어 나갔더니 학원 간 아이의 핸드폰이 집 앞 콘크리트 바닥에서 홀로 비를 맞고 있지 않겠어요?

집에 들어와서 핸드폰을 말리고 전원을 켜보니 다행히 잘 작동하더라고요. 학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어찌 된 영문인지 물으니 자기는 학원 셔틀버스에 놓고 온 줄 알았다고, 내 핸드폰이 왜 거기서 나오냐며 본인도 황당하다더군요. 그리고 한마디. “그런데 이 핸드폰은 어떻게 해도 망가지질 않네?”

그 순간, 무언가 싸한 느낌. 딸은 핸드폰을 계속 바꾸고 싶어 했거든요. 듣도 보도 못한 브랜드에 용량도 적고 예쁘지도 않다면서요. 그러고 보니 다른 물건들은 괜찮은데 유독 딸아이 핸드폰만 몇 번이나 생사의 고비를 넘긴 게 이상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설마? 아니겠죠? 단지 엄마의 상상력이길 바라봅니다. 그래도 혹시?




‘잘 나가는’ 중2

중2인 저희 아들은 잘 나갑니다. ‘엄친아’냐고요? 아니요. 말 그대로 그냥 ‘자주’ 나갑니다. 학교 갔다 와서는 바람 쐬고 오겠다며 나가고, 주말이면 그 좋아하던 게임도 마다하고 친구들을 만나러 나가네요. 지난 토요일엔 글쎄, 가족끼리 저녁 식사하기로 해놓고는 친구들과 선약 있는 걸 깜빡했다며 쌩하니 나가버리더라고요.

그날 밤, 늦게까지 귀가하지 않는 아이를 기다리다 집을 나섰습니다. 얼마 전 동네에 PC방이 새로 생겼는데, 혹시나 거기서 아들을 ‘발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화를 삭이며 찾아 나섰더랬죠. 그런데 아파트 놀이터 철봉에서 턱걸이를 하고 있는 아들을 발견했지 뭐예요? “너, 여기서 뭐 해?” “엄마! 왜 나왔어? 운동 잘하는 친구가 팔근육 키우는 데 턱걸이가 좋다고 해서.”

체격이 왜소한 아들은 그동안 놀이터에서 자주 운동을 했나 보더라고요. 친구들과 만나면 농구나 축구도 하고, 서로 공부법도 알려주고, 운동이나 패션에 대한 조언도 해준다네요. 이렇게 건전한 교우 관계를 두고 ‘닥치고 의심’부터 한 제가 너무 부끄러웠답니다. 아들과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 보고 두런두런 이야기하면서 약속했어요. 그래도 귀가 시간은 지키고, 늦으면 전화는 꼭 하기로요.


학교나 가정에서 일어나는 학생,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다채롭게 담는 코너 입니다. 재밌거나 의미 있어 공유하고 싶은 사연이 있다면 이메일(lena@naeil.com)로 제보해주세요. _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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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별 Talk Talk (2021년 04월 21일 9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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