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는 넘치지만 의미를 제대로 알기는 더 어려워졌죠. 청소년의 실생활과 밀접하거나 알아두면 언제고 도움이 될 뉴스들을 ‘콕’ 집어서, 교과서 개념과 연결해 쉽게 읽어주기 위해 마련한 코너입니다. 중·고등학생의 눈높이로 풀어보고 싶은 이슈가 있다면 내일교육(lena@naeil.com)으로 언제든 제보해주세요. _편집자
교과서로 세상 읽기 19 | 혐오와 평화
코로나19보다 치명적인
혐오 바이러스 확산 경보
세계를 뒤집어놓은 코로나19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신종 바이러스는 연일 높은 전파력으로 세계인들의 건강을 위협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강력한 ‘혐오’라는 이름의 바이러스도 전 세계에 확산 중이다. 병의 발원지가 중국이었다며,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 일부 정치인은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 고집스럽게 주장한다. 좀처럼 잡히지 않는 바이러스의 책임을 특정지역에 전가하고 시민들의 불안과 공포, 분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다. 이로 인해 세계 곳곳에서 차별과 혐오가 팽배해지고 있어 우려된다. 실제 프랑스의 일식집 낙서 테러, 캐나다의 한인 상해 등 동양인 대상 혐오 범죄가 급증해 우려를 낳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코로나19가 대확산된 이후, 아프리카 대륙에서 유럽 시민에 대한 폭력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바이러스는 언젠가 끝난다. 문제는 바이러스 이후다. 코로나19가 종식된 후 서로에게 품은 혐오라는 감정의 병마까지 사라질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사진 연합
TV 뉴스와 신문기사로 본 세상
교과서로 뉴스 이해하기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기본 조건 ‘평화’
대한민국의 청소년 여러분~ 역대 최장기 방학을 보내보니 ‘학교가 그리운 날이 오다니!’ 하며 당혹스러워하진 않았는지. 석 달 가까이 이어진 사회적 거리 두기로 시간은 많은데 친구들은 만날 수 없다 보니 더 힘들었을 거야. 얼마나 괴로웠으면 ‘코로나19’와 우울을 뜻하는 ‘블루’의 합성어인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겠니. 전 세계를 강타한 이번 코로나 사태는 많은 이들에게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일깨우고 있지.
이렇듯 평범한 일상의 기본 조건은 ‘평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게 핵심이야. 전쟁도 안 났는데 무슨 평화냐고? 평화의 반대는 전쟁이라 생각하는 해맑은 두뇌의 소유자인 너를 위해 고등학교 <통합사회>를 통해 설명해줄게. 교과서 8단원 ‘세계화와 평화’를 펼쳐보자.
평화는 ‘소극적 평화’와 ‘적극적 평화’로 나눌 수 있어. 전쟁이 없는 상태는 ‘소극적 평화’를 가리키지. ‘적극적 평화’는 이에 더해 ‘구조적 폭력’ 과 ‘문화적 폭력’ 까지 제거된 상태를 뜻해. 즉 일상의 평화를 위협하는 그 어떤 행위도 일어나지 않을 때 우리는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뜻이야. 현재 전 세계인이 바이러스로부터 위협을 받는 불안정한 상태로 진정한 평화를 누리지 못하고 있어. 이보다 더 무서운 건 많은 이들이 코로나19를 ‘네 탓’으로 돌리며 나와 너를 가르는 지역과 인종차별의 구조적 폭력을 자신도 모르게 행하고 있다는 거야.
다시 읽는 혐오와 평화의 역사
전염병이 퍼뜨리는 혐오 바이러스
코로나19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병해 ‘우한폐렴’으로 불리다가 세계보건기구(WHO)의 ‘새로운 전염병의 이름을 지을 때 특정 지역이나 사람, 동물 이름을 병명에 사용하지 말라’는 권고를 받아들여 지어진 이름이야. ‘우한에서 생겼으니 당연히 우한폐렴이 맞지 뭔 홍길동도 아니고 왜 마음대로 부르지도 못하게 하냐?’고 생각하는 친구가 있다면 전염병 명칭의 역사를 좀 알 필요가 있어.
신체의 가장 큰 기관은 어디? 위? 그래, 우리가 좀 많이 먹긴 하지. 하지만 답은 ‘피부’야. 현대 의학이 발달하기 전 최악의 피부병은 ‘매독’이었어. 가려운 부스럼으로 시작해 나중에는 뼈가 드러날 정도로 피부가 썩어 들어가며 결국 골격이 훤히 드러나지. 혐오스러운 모습과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유발하는 질병인 매독은 나라별로 다른 이름으로 불렸어. 영국과 독일에서는 ‘프랑스병’, 프랑스에서는 ‘이탈리아병’, 이탈리아는 당연히 ‘프랑스병’, 러시아는 ‘폴란드병’, 폴란드에서는 ‘독일병’, 일본에서는 ‘중국병’으로 말이야. 1890년대 미국에서 천연두는 ‘검둥이 가려움증’ ‘이탈리아 가려움증’, 혹은 ‘멕시코혹’으로 불렸어. 이 유치함은 뭐냐고? ‘우한폐렴’은 당연하고? 그건 우한에서 시작했으니 당연하다는 괴성이 여기까지 들리는군. 그럼 좀 더 들어봐 친구~
혐오의 필연적인 짝꿍 ‘희생양’
인류 역사상 팬데믹의 원조는 1300년대에 발생한 ‘흑사병’이야. 인간은 이 병을 ‘신의 저주’라 부르며 신이 노한 이유를 찾지. 그리고 ‘유대인’에게 화살을 돌리고 마녀사냥을 자행했어. 1918년에 미국에서 발생해 전 세계 5천만 명의 희생자를 낸 ‘스페인 독감’. 1차 세계 대전 당시 전 세계가 병이 이미 퍼졌음에도 함구했으나 당시 중립국이었던 스페인이 용감하게 전염병의 진실을 알렸어. 그러면서 이병이 발원지를 이름 삼은 ‘미국 독감’이 아닌 ‘스페인 독감’으로 불렸는데, 이 사실을 모르는 많은 이들이 스페인에서 시작된 독감으로 오해하고 있지. 2009년에 발생한 ‘지카 바이러스’는 돼지와 아무 연관이 없는데도 ‘돼지 독감’으로 불린 바람에 이집트에서 돼지 30만 마리가 도살되기도 했어. 앞서 설명한 매독처럼 전근대 시대의 전염병 명칭은 경쟁국을 혐오 대상으로 설정해 자국민을 뭉치게 하는정치적 목적으로 활용됐고, 최근에는 이름에서 빚어진 오해로 엉뚱한 대상이 피해를 입었다는 점, 알게 됐니?
또 하나, 우리가 알아야 할 게 있어. 코로나19는 우한에서 첫 사례가 나온 것은 사실이야. 중국 특유의 식습관, 생활 환경, 위생관념이 발생의 원인임을 완전히 부정하기도 어렵지. 그럼 중국이 아니었다면 인류는 바이러스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했을까? 중국만 조심하면 더 이상 바이러스가 출현하지 않을까? 바이러스는 대부분 야생동물과의 접촉에서 시작돼. 현대에 들어 야생동물은 인간과 더 많이 더 쉽게 접촉해. 인류는 농경과 축산업 등을 위해 대지를 확보하고자 자연을 파괴하고, 이에 서식지를 잃은 야생동물은 인간 거주지에 들어와 생활 반경이 겹치거나 무분별한 사냥과 도축의 대상이 되고 있잖아. 오염된 물과 토양, 부족한 식량으로 면역 체계가 무너진 이동물을 인간이 접촉하거나 섭취한다면? 빙고! 운 나쁘면 바이러스에 감염돼. 때문에 다수 학자들은 지금 일상에서의 바이러스위험이 상존하는 ‘바이러스 뉴노멀 시대’가 열렸다고 표현하지. 그 어디서라도 바이러스가 다시 출현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해. 그러니 자칫 잘못된 정보와 혐오감을 키울 수 있는 특정 지역과 동물의 명칭을 차용하기보다 ‘객관적 증상’을 토대로 한 이름으로 전염병을 부르는 게 낫지 않을까? 서울 바이러스, 뉴욕 바이러스, 파리 바이러스… 생각만 해도 싫은걸.
참고로 우리 조상님들은 천연두를 ‘손님’과 ‘마마’로 칭하며 당시 인간의 힘으로 고칠 수 없었던 병마를 달래서 보내고자 하는 염원을 그 호칭으로 담아냈단다. 역시 평화와 배려가 넘치는 민족성!
한걸음 더 생각하기
전염병보다 무서운 인종차별
“난 동양인이며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하지만 중국이 아닌 미국 뉴욕에서 병에 걸렸다. 어떤 정치인은 그것을 ‘중국 바이러스’라 부르고 싶어 한다. 그러나 나는 바이러스의 출처가 지금 사람들이 아프고 죽어가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서로를 악마로 만드는데 온 힘을 다 한다 해도 코로나19는 인종과 성별, 종교를 가리지 않는다. 우리가 한 번 더 모두를 위해 배울 수 있길 바란다. 우리 모두가 인간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하나라는 것을.” _ 미국 아시아계 배우 다니엘 대 김
“당신이 한 인종차별적 말과 행동이 아시아계 미국인들에게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켰는지 모를 것이다. 그로 인해 아시아계 사람(사회)들이 어떤 위험을 겪을 것인지 이해가 전혀 없는 말이다. 당신의 외국인 혐오로 인해 우리들이 집을 나설 때 언어·물리적 폭행을 당할까 공포에 떨지 않게 하라.” _ 미국 아시아계 배우 라나 콘도르
“아시아 의료진은 당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매일 출근하지만, 출근길에 다른 사람들로부터 공격받을까 두려워한다. 이들이 일하러 가지 않으면 당신들도 치료받지 못할 것이다. 인종차별을 멈춰라.” _ 미국 아시아계 배우 셀리아 우
“어디에서든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 빨리 전파되는 게 무엇인지 아나? 아시아인들을 향한 인종차별적 폭력과 무식한 공격이다.” _ 미국 모델 지지 하디드 |
한국과 중국, 싱가포르와 대만, 홍콩 등 아시아 각국이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동안 ‘우린 괜찮을 것, 코로나19는 동양인들 이야기’라며 뒷짐지고 있던 유럽과 미국에서는 지금 속수무책으로 확진자와 사망자가 증가하고 있어. 이와 함께 ‘글로벌 리더 미국’ ‘복지 선진국 유럽’이라는 고정된 이미지도 희미해지고 있지. 혹자는 ‘문화적 우월의식이 불러온 참사’라고까지 평했어.
미국을 비롯한 호주, 유럽 등지에서 동양인에 대한 혐오와 인종차별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소식이 매일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어. 인간은 누구나 병에 걸려 자신의 삶이 위협받거나 변화되는 것을 원치 않아. 상상만으로도 공포심과 불안감이 커지지. 그러나 그 마음을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와 차별로 해소하려 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워. 질병 예방에 그 어떤 도움도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인간 존엄성의 가치를 훼손시키기에 위험한 일이지. 혐오는 오직 혐오만을 낳고 그 모든 것은 우리 모두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는 것을, 역사는 수많은 예시를 통해 분명히 알려주고 있어.
세계적인 협력과 연대로만
효과적으로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
연대와 공존 의식, ‘평화’를 되찾는 답
코로나 팬데믹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를 상대로 전 세계가 함께 싸우고 이겨내야만 하는 전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야. 모든 나라에서 완전히 끝날 때까진 종식을 선언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는 글로벌화된 세계에서 살고 있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란 말씀이지.
세계적인 역사학자이자 <사피엔스>의 지은이인 유발 하라리는 “지금 인간이 둘 수 있는 최악의 수는 ‘분열하는 것’ 이다” 라며 “지금 이 순간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 어디에서 돌연변이를 일으켜 인간에게 더 큰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변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렇기에 인류는 똘똘 뭉쳐 바이러스에 맞서야 한다. 오직 세계적인 협력과 연대로만 효과적으로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전했지.
코로나19는 사소하게 여겼던 건강이,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전 세계인들에게 일깨워줬어. 인류를 위협할 전염병 바이러스는 또다시 우리를 찾아올 거야. 언제 어디서 창궐할지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지. 전 세계가 연대해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하며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의료 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이유야. 위기에 닥쳐도 언제든 도움의 손길을 서로 주고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전제될 때 세계인 모두가 평화에 기반한 일상을 꾸려갈 수 있다는 것, 꼭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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