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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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9호

탐구 선택의 모든 것 1 물리학Ⅰ

과탐 선택의 딜레마 <물리학Ⅰ> 해야 할까?

자연 계열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은 과학 과목 선택이다.
고1은 <통합과학>을 공통 과목으로 배우지만, 고2는 과학Ⅰ과목을 학교에 따라 2~4개 선택한다. 과목 선택에 있어 가장 어렵고, 고민하게 만드는 과목이 바로 물리다.
물리 과목의 특성상 개념이 어렵고, 선택 학생 수가 적어 등급의 불리함을 감내해야 하는 현실과 공대 지원을 생각한다면 물리가 기본이라는 생각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으로 <물리Ⅰ>에서 과목명이 바뀐 <물리학Ⅰ>, 선택의 기준을 들여다봤다.
취재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 도움말 고민성 교사(경기 저현고등학교)·이해웅 소장(타임교육연구소)·임진택 수석입학사정관(경희대학교)·조미정 대표(에듀플라자)


엉킨 실타래, 같이 풀어주셔서 감사해요
현실과 이상이, 또는 취재원의 의견이 대립될 때 기사를 쓰는 것은 참 곤혹이죠. 이번 <물리학Ⅰ> 기사가 그랬어요. “점수로 줄 세우는 교육 환경에서 소신껏 <물리학Ⅰ>을 선택하라고 할 수 있느냐”는 취재원의 질문에 숨이 턱 막혔거든요. 에듀플라자 조미정 대표님께 전화해 실타래처럼 엉킨 이야기를 마구 쏟아냈어요. 아침부터 많이 힘드셨죠? 감사합니다.
“과도기가 맞죠. 교육의 본질을 찾기 위해 고교와 대학이 변하고 있고요. 변화를 꾀한 고교들이 입시에서도 좋은 결과를 내고 있잖아요. 그 변화를 일으켜줘야죠.”
그 역할을 <내일교육>이 한 번 해보겠습니다.^^;;
민경순 리포터









어렵고 부담스러운 물리 선택 전 알아야 할 것은?
물리에 대한 편견, 왜?
학생들은 물리를 배우기 전에 ‘어렵다’ ‘잘 하는 아이들이 많이 선택한다’ ‘수능에서 불리하다’ ‘수학을 잘해야 수월하다’ 등을 떠올리며 선택을 주저한다. 정말 그럴까? 전문가들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한다.
물리가 어렵다는 생각에 대해 타임교육연구소 이해웅 소장은 “일단 다른 과학 과목에 비해 용어가 어렵다. 예를 들어 ‘물질’을 배운다고 하면 철학적인 접근이 필요한데, 학교나 학원에서는 물체를 이루는 요소 정도로 설명하고 넘어간다. 용어의 배경과 개념에 대한 이해 없이 단순 암기나 문제 풀이를 하기 때문에 어렵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어려우니 선택을 안 하고, 선택을 안 하니 등급 따기 어렵고, 그 현상이 더 심해졌다”고 설명한다.
물리는 다른 세 과목에 없는 특성이 분명있다. <생명과학Ⅰ>이나 <지구과학Ⅰ>에 비해 단순 암기, 지식 습득만으로 해결이 안 되는 과목으로, 개념이나 현상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경기 저현고 고민성 교사는 “달리 생각하면 물리는 개념이 이해되면 오히려 쉽게 해결되는 과목일 수 있다. 학생들의 생각과 달리 <물리학Ⅰ>은 어려운 수학적 지식을 요하지 않는다.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이유는 물리 문제를 이해하고, 어떤 수식에 어떻게 대입해서 풀 것인가를 찾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에듀플라자 조미정 대표는 “물리를 선택하는 학생이 적기 때문에 부담되는 건 사실이지만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많이 선택한다, 학생 수가 적다는 기준으로 배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네 과목의 성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전공 연계성뿐 아니라 자신의 성향이나 공부 습관 등을 감안해야 선택에 후회가 없다”고 조언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으로 <물리학Ⅰ> 난도 낮아졌다
고2 학생들은 <물리Ⅰ>이 아닌 <물리학Ⅰ>을 배운다. 과목명만 바뀐 것이 아니라 교육과정도 달라졌다. 개정된 <물리학Ⅰ>은 ‘역학과 에너지’ ‘물질과 전자기장’ ‘파동과 정보통신’ 단원으로 구성된다(표 1).



고 교사는 “현재 고3 학생들이 배운 <물리Ⅰ>에 비하면 어려운 내용이 많이 빠졌다. 기존에 고난도 문제로 출제되던 돌림힘이나 유체 역학 부분이 <물리학Ⅱ>로 이동했고, 일반상대성 이론과 우주론 부분도 교육과정에서 삭제됐다. 교류 파트였던 축전기와 코일에 대한 부분도 다루지 않는다. 기존 <물리Ⅱ>의 내용 중 파동의 간섭과 빛과 물질의 이중성이 <물리학Ⅰ>로 이동했지만 현상 위주의 내용을 다룰 뿐 깊이 있는 접근을 하지 않기 때문에 크게 어렵지는 않다. 기존 <물리Ⅰ>에 비하면 공부량이 줄었고, 난도 역시 낮아진 게 사실이다”라고 설명한다. 물론 상대평가를 실시하기 때문에 어려운 부분이 삭제되었더라도 다른 단원에서 고난도 문제가 출제될 수밖에 없다. 고 교사는 ‘역학과 에너지’에서 고난도 문제가 출제될 가능성이 높으니, 꼼꼼하게 공부해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POINT!
<물리학Ⅰ> 과목의 특징
□ 암기보다 개념 이해가 중요한 과목이다.
□ 수학을 잘하면 덜 부담스럽다.
□ 다른 과목에 비해 선택 인원이 현저하게 적다.
□ 2015 개정 교육과정으로 공부량이 줄었다.



교육과정에서 <물리학Ⅰ> 선택, 현명할까?
<물리학Ⅰ> 선택, 그것이 문제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으로 학생들은 진로 희망 계열에 따라 2~3개의 과목을 탐구 과목에서 선택한다. 자연 계열에 진학할 학생들은 수능에서 선택할 과목을 염두에 두고 고2 때 배울 과학 과목을 선택한다. 수능 시험에서 선택하는 학생들이 가장 적고, 어렵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에 교육과정에서 과목을 선택할 때도 가장 망설여지는 과목이 바로 물리다.
이 소장은 “교육과정에서 과목을 선택할 때는 진로와 연계된 과목, 배우고 싶은 과목 중심으로 선택하는 게 맞다. 이때 성적도 좋으면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물리학Ⅰ>은 과목 특성상 선택 학생이 적고 마니아층이 존재한다. 게다가 여전히 내신에서 상대평가를 실시하기 때문에 중상위권 학생들은 <물리학Ⅰ> 선택을 두고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전한다.
조 대표는 “입시 측면에서만 보면 <물리학Ⅰ>이 불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물리는 우리 생활과 가장 연관이 많은 과목이다. 과목 선택의 기준은 학교가 처한 상황과 학생에 따라 다르지만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적성과 흥미를 살려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만큼 공대나 물리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물리학Ⅰ>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한다. 최근 교육과정에 대한 학교의 이해가 높아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다른 과목에 비해 <물리학Ⅰ>을 선택하는 학생이 적다면 여전히 고민이 될 것이다.
조 대표는 “교육과정에서 배우는 과목을 선택할 때 수시 전형을 위한 선택이냐, 적성이나 흥미를 위한 선택이냐 등을 따져 여러 측면에서 고민해야 한다. 교과 전형을 염두에 둔 학생이라면 교육과정에서 등급이 유리한 과목을 선택하는 게 현실적일 수 있고, 종합 전형을 염두에 둔다면 대학별 학업 역량이나 전공 적합성 측면에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물리학에 대한 관심 여부부터 체크해야
현실적으로 교육과정과 수능에서 과목을 선택하는 기준은 다르다. 수능은 시험 결과로 승부를 걸어야 하기 때문에 무조건 성적을 잘 받을 수 있는 과목을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교육과정에서 배울 과목을 단순히 시험 성적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즉, 물리에 관심은 있는데 성적 때문에 교육과정 선택을 고민하는 것인지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또한 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의 특성이 각각 뚜렷하기 때문에 자신의 성향에 맞는 과목을 찾으려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조 대표는 “<물리학Ⅰ>을 선택하는 학생이 적긴 하지만 원리를 찾고 응용하는 것을 재미있어하는 학생이라면 선택하는 게 맞다. 대학에 제공되는 학생부에는 수강자 수가 기재되기 때문에 적은 인원으로 인한 등급의 불리함은 생각만큼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물론 진로 희망이나 학생의 관심 분야가 물리와 전혀 관계없다면 <물리학Ⅰ>을 선택하지 않으면 된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학생부 성적이 3등급인 학생이 기계공학과를 희망한다고 생각해보자. 학교에서 3과목을 과학 교과에서 선택할 수 있고, 수능 선택 과목을 감안해 <생명과학Ⅰ>과 <지구과학Ⅰ>을 선택했다면 <화학Ⅰ>과 <물리학Ⅰ> 중 무엇을 선택하는 게 현명할까? 관심은 있지만 내신의 불리함 때문에 <물리학Ⅰ>을 버리고 <화학Ⅰ>을 선택하는 게 입시에 큰 도움이 될까?
조 대표는 “대학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종합 전형에서 전공 적합성을 핵심 역량으로 보는 대학이라면 <화학Ⅰ>에서 2~3등급을 받는 것보다 적은 인원이 배운 <물리학Ⅰ>에서 3~4등급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 꼭 입시 측면이 아니더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를 배우면 성적이 향상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3~4등급 학생들은 <물리학Ⅰ>이 아닌 다른 과목을 선택해도 1~2등급을 받기는 어렵다”고 조언한다.


공대 진학 생각한다면, <물리학Ⅰ> 선택 고민해야
고 교사는 “종합 전형의 비율이 커지면서 학생들도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다. 특히 공대를 생각하는 학생들은 대체로 물리학에 대해 어느 정도 호감이 있다. 학교에서 <물리학Ⅰ>을 선택하는 학생들을 보면 암기 비중이 높은 <지구과학>이나 <생명과학>을 싫어하는 경우도 꽤 많다. 성적은 학생의 입장에서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종합 전형을 염두에 둔다면 단순히 성적을 받기 좋은 과목, 많은 인원이 선택한 과목, 공부하기 쉬운 과목 위주로 선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한다.
그럼 대학에서는 어떨까? 대학 신입생, 특히 공대 신입생을 대상으로 기초 물리학 강좌를 개설해 교육시키는 대학들이 많아졌다. 물리는 공대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데 필수라는 의미다.
경희대 임진택 수석입학사정관은 “종합 전형의 경우 특히 공대에서 물리 과목 이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기본이다. 물론 내신 등급이 좋으면 더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의미는 있다고 본다. 솔직히 동아리 1~2개를 더 하는 것보다 교육과정에서 <물리학Ⅰ>을 이수한 것이 더 의미 있게 평가받을 수 있다”고 전한다.


POINT!
교육과정에서 <물리학Ⅰ> 선택 기준
□ 물리에 관심이 있는가?
□ 암기형인가? 탐구형인가?
□ 수시와 정시 중 어디에 더 비중을 둘 것인가?
□ 종합 전형으로 공대 진학을 염두에 두는가?



수능 탐구 과목에서 <물리학Ⅰ> 선택, 현명할까?
객관적 수치는 불리, 모의고사 성적으로 판단해야
수능은 1점이라도 더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이 목적인 시험이기 때문에 과탐 과목을 선택할 때는 가장 자신 있는 과목, 성적이 잘 나오는 과목을 선택해야 한다. 특별하게 싫어하거나 좋아하는 과목이 없고 성적이 비슷하다면 응시인원이 많은 과목을 선택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에 그런 관점에서 보면 <물리학Ⅰ> 선택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 실제 2016학년부터 2019학년까지 수능 과탐에서 <물리Ⅰ>을 선택한 비율은 적었다. 2019학년 수능에서 <지구과학Ⅰ>을 선택한 학생은 17만7천840명으로 67.7%를 차지했으며, <생명과학Ⅰ> 선택 비율은 61.9%인 반면, <물리Ⅰ>을 선택한 비율은 24.1%에 불과했다(표 2).



탐구는 백분위를 활용하는 대학이 많고, 만점을 받아야 안정적인 1등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마니아층이 많은 <물리학Ⅰ> 과목은 불리한 게 사실이다.
조 대표는 “수능에서 많은 인원이 선택한 과목이 유리하다는 생각에 자신의 성향과 맞지 않은 과목을 선택했다가 바꾸는 경우가 많다. 즉 암기를 힘들어하는 친구가 <생명과학Ⅰ>과 <지구과학Ⅰ>을 선택했다가 뒤늦게 <물리Ⅰ>이나 <화학Ⅰ>으로 변경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섣부른 결정보다는 모의고사를 통해 선택한 과목이 자신에게 맞는지, 성적이 잘 나오는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 고 강조한다.
최근 수능에서 <물리Ⅰ>의 난도가 낮아졌고,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생명과학Ⅰ>과 <지구과학Ⅰ>을 많이 선택하는 점, 2015 개정 교육과정으로 <물리학Ⅰ>의 공부량이 줄고 난도가 낮아진 점, 수능에서 <지구과학Ⅰ>이나 <화학Ⅰ>의 난도가 높아진 점 등을 고려해볼 필요는 있다. 따라서 고2 학생들 중 물리에 관심 있는 학생이라면 <물리학Ⅰ>이 무조건 불리하다고 단정짓기보다 모의고사나 과목 특성을 반영해 선택해야 한다.


POINT!
수능에서 <물리학Ⅰ> 선택 기준
□ 모의고사 성적이 잘 나오는가?
□ 선택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
□ 성향과 맞아 공부하기 수월한가?



선배에게 듣는 탐구 선택 ADVICE



공대생이 되면 물리는 필수예요!
“물리는 좋아하지 않으면 배우기 어려운 과목이긴 해요. 교과서를 읽었을 때 개념이 바로 이해되지 않거든요. 여러 번 의미를 곱씹어보면 감이 생기는데 그럴 여유가 없는 거죠. 그러니 학생 입장에서는 거리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또 수식이 등장하니 수학에 거부감이 있는 학생에게 더욱 어렵죠.
그런데 공대에서 물리는 기본 과목이에요. 최근에 물리 과목을 듣지 않고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많아 대학에서 기초 물리학이나 튜터링 프로그램을 통해 물리 공부를 시키는 것 같아요.
공대 진학을 생각한다면 어차피 배워야 하는 과목인 물리를 무조건 회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어느 정도 감이 생기면 재미있고, 성적도 향상되는 과목이거든요.” _서울시립대 공간정보공학과 2학년 이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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