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학년 수능에서 사회탐구와 수학 <확률과 통계>로 선택 과목을 변경한 학생들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마지막 선택형 수능인 2027 수능에서도 ‘사탐런·확통런’ 현상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지난 수능에서 드러난 사탐런·확통런 현상을 짚어보고 전망과 득실, 주의 사항을 살폈다.
취재 윤소영 리포터 yoonsy@naeil.com
도움말 윤희태 교사(서울 영동일고등학교)·정제원 교사(서울 숭의여자고등학교)
2026 수능, 인문 성향 급증?
2026 수능의 특징 중 하나는 재학생 응시 인원의 증가였다. 수능에서 필수로 응시해야 하는 영역인 한국사 응시 인원을 기준으로 보면 전년도 대비 3만 명가량 늘었다(표 1). 황금돼지해라 출생아 수가 유독 많았던 2007년생이 고3이 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영역별 응시자 수의 증감을 보면 국어의 경우 <언어와 매체>는 1만3천여 명 줄고, <화법과 작문>은 4만3천여 명 늘었다. 수학에서는 <미적분>은 3만4천여 명 감소했고 <확률과 통계>는 6만2천여 명 증가했다. 탐구 영역은 차이가 더 크다. 과탐 선택자는 6만6천여 명 줄어든 반면, 사탐 혹은 사·과탐 혼합 선택자는 9만여 명 늘어났다.
서울 영동일고 윤희태 교사는 “과목별 응시 현황을 보면 지난 수능에서 늘어난 재학생 응시자가 모두 인문 성향이었나 싶을 정도다. 고3 3월 학력평가, 6월 모의평가 등의 결과를 보면 <확률과 통계>와 사탐 선택 비율이 확연히 높았다. 자연히 수시·정시 모두 인문 계열 모집 단위 지원자가 늘었고, 경쟁률도 상승했다. 경쟁이 치열해졌고, 합격선 예측이 빗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충원 합격이나 최종 합격이 예년보다 어려워 대입 재도전을 하게 된 인문 성향 학생이 상대적으로 많았다”라고 분석한다.
사탐런·확통런의 확대가 보다 학습이 수월한 과목으로의 쏠림을 이끌면서, 인문 계열 지망자 또한 늘었고 이들의 경쟁을 심화시킨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 2027 대입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 주의가 필요하다.
‘사탐런’ 졸업생, 성적 올랐다
사탐런·확통런은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될까? 수능을 경험하지 않은 재학생에게는 판단이 어려운 문제다. 수능은 재학 중에 치르는 학력평가나 모의평가와 응시 집단, 시행 시기, 시험 범위 등이 달라 서로 직접 비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부할 내용이 많고 난도가 높은 <미적분> 대신 <확률과 통계>를 선택하거나,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상대적으로 많이 몰리는 과탐 대신 응시 인원이 많은 사탐을 선택한다면 점수와 등급을 확보하기가 용이하다. 그만큼 시간을 아껴 다른 영역에 활용하면 전체적으로 성적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
서울 숭의여고 정제원 교사는 “사탐으로 응시 과목을 바꾼 후 좋은 점수를 얻어 재도전에 성공한 졸업생을 종종 본다. 재학생에게 과탐은 평소에 받았던 성적을 실제 수능에서 기대하기가 가장 어려운 과목이다. 사탐 응시 집단은 성적대가 골고루 퍼져 있는 반면, 과탐은 시간이 갈수록 우수한 학생만 남아 열심히 공부해도 점수를 보장받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과탐 응시를 필수로 지정한 의학 계열과 서울대 자연 계열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면, 자연 계열 진학을 희망하더라도 수능에서 사탐을 1과목 이상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인 추세”라고 말한다.
실제 진학사가 2025~2026학년 수능에 연속으로 응시한 수험생 3만8천여 명의 성적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5학년 과탐 응시생 중 상당수가 이듬해에는 사탐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표 2). 좀 더 들여다보면, 사탐 2과목을 응시한 학생은 큰 변화가 없었다. 반면 사탐 1과목과 과탐 1과목을 선택했던 학생 중 62.2%는 사탐 2과목으로, 과탐 2과목을 선택했던 학생들 중 23.7%는 사탐 1과목과 과탐 1과목으로 변경했다. 과탐 2과목에서 사탐 2과목으로 바꾼 학생도 19.7%에 달했다.
탐구 과목 변경에 따른 성적 변화도 뚜렷했다(표 3). 진학사가 이들의 성적을 분석한 결과, 과탐에서 사탐으로 변경한 학생들은 성적이 크게 상승했다. 이때 변경 과목이 많을수록 상승 폭이 컸다. 특히 과탐 2과목에서 사탐 2과목으로 변경한 학생들은 탐구 영역 백분위는 21.66, 국어·수학·탐구의 평균 백분위는 11.17 상승했다.
유불리 완화된 사·과탐 재학생에게도 유리할까
올해도 자연 계열 지망 수험생 역시 사탐으로 수능 응시 과목을 변경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단, 주의할 점이 있다. 2026 수능 탐구 영역의 성적 분포를 보면 17개 과목의 표준점수 최고점과 1등급 컷이 비슷했다(표 4). 이전에는 과탐에 비해 낮았던 사탐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동아시아사> 68점과 <정치와 법> 67점을 제외하면 모두 70점 이상이었다. 선택 과목 간 표준점수 최고점의 차이를 보면 사탐은 <세계지리>가 73점으로 가장 높았는데, 이는 <정치와 법> 67점과 비교해보면 6점 차이가 났다. 1등급 컷의 원점수도 최대 5점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는 없었다는 분석이다. 과목별로 차이가 꽤 벌어졌던 6월·9월 모평과 비교하면 균형이 맞춰진 셈이다. 수능 출제 기관에서 매년 달라지는 탐구 영역 응시 집단의 성격을 파악해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다.
윤 교사는 “사탐런 수험생이 늘면서 사탐 과목이 전반적으로 어려워졌다. 예년에는 만점이나 1문항 틀린 47~50점에서 형성됐던 사탐 1등급 컷이 2026 수능에서는 2~3문항 틀린 44~46점에서 형성됐다. 인원이 가장 많이 늘어난 <사회·문화>가 특히 까다로워지고 있다. 이는 수능에서 ‘<미적분>+사탐 1과목 이상’을 선택한 수험생의 학업 역량이 비교적 우수하기 때문이다. 출제 기관은 선택 과목이 많은 탐구 영역에서 특정 과목의 만점자가 1등급 인원을 훨씬 초과해 등급이 사라지는 상황을 피하려 한다. 과거에 과탐이 어려워졌던 이유인데, 최근 사탐에서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분석한다.
이번 수능에서 사탐런이 보다 확대될 경우 사탐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고, 특히 2~3등급의 중상위권 응시자가 많아지면 동점자가 늘어 기대했던 성적 향상 효과를 얻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편, 인문 성향 재학생은 사탐으로 이동하는 자연 성향 졸업생을 고려해 사탐 성적을 유지하거나 향상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비슷한 듯 다른 양상, ‘확통런’도 증가 추세
2026 수능 수학은 <미적분>과 <확률과 통계>의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가 2점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적분>이 1등급 내 선택 과목에서 차지했던 비율은 95% 가량에서 2026학년 약 84%로 하락했다. 이는 상위권의 <미적분> 쏠림이 완화되고 선택 과목 간 유불리가 감소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학습량이 적고 난도가 낮아 공부하기가 비교적 수월한 <확률과 통계>로 바꾸는 것이 전략적인 선택일까?
윤 교사는 “2026 수능은 재학생 응시 인원이 늘어나면서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인원도 늘었다. 종전에는 원점수 기준 <미적분>은 88점, <확률과 통계>는 92점에서 끊겼던 1등급 컷이 각각 85점과 88점으로 하락하면서 1등급 내 <확률과 통계> 선택자의 비율이 상승했다. 이때 <확률과 통계> 선택자는 대체로 88점을 얻어 1등급 하단에 위치한 경우가 많았다”라고 분석한다.
1등급 내 <확률과 통계> 비율이 예년 대비 10%가량 늘었으나 높은 점수부터 안정적으로 진입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만약 응시 인원이 줄어 1등급 컷이 높아지거나 두 선택 과목 간의 점수 차이가 벌어진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또 2026 수능에서는 전년 대비 <미적분>의 응시 인원이 3만4천 명가량 줄고 <확률과 통계>의 응시 인원이 6만2천 명가량 늘어난 것도 1등급 내 <확률과 통계> 선택자의 비율을 높인 원인이 될 수 있다. 줄어든 <미적분> 인원이 <확률과 통계>로 이동해 채워진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사탐런이나 확통런의 본질은 ‘이동’이다. 원래 자연 성향으로 과탐이나 <미적분>을 고려했던 집단이 사탐이나 <확률과 통계>로 옮겨오는 것이다. 이동해오는 집단의 실력이 좋으면 이들을 변별하기 위해 문제의 난도도 높아진다. <미적분>에서 <확률과 통계>로의 이동이 많아지고 응시 집단의 평균 점수가 상승하면 <확률과 통계>는 지금보다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과탐에서 사탐으로의 이동이 많아지고 집단의 실력이 높아지면서 사탐이 어려워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윤 교사는 “확통런은 대부분 <미적분>의 고난도 문제에 막혀 있다가 <확률과 통계>로 넘어간 사례다. 공부를 적게 해도 원점수를 잘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확률과 통계> 선택 집단의 평균 성적이 높아지면 문제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수능 선택 과목을 여전히 고민하는 재학생이라면 일단 공통 과목에서 일정 점수를 확보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전체 점수가 흔들리지 않는다”라고 조언한다. 사탐런, 확통런이 수능의 큰 흐름이 되면서 응시 집단의 성격이 계속 변하고 있으므로 이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댓글 0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