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뮤지컬 <제이미>를 보고 뮤지컬 배우를 꿈꿨다. 무대 위에서 관객과 소통하는 모습이 무척 매력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다 중2 때 학교생활을 즐겁게 만들어 준 사회 선생님을 만났다. 교사라는 또 다른 꿈이 생겼다.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직접 경험해보기로 했다. 중3 땐 뮤지컬 감독과 배우에게 뮤지컬을 배우는 한편, 지역 청소년문화의 집에서 교육 봉사 활동을 했다. 가르치고 소통하는 일에 더 끌렸다.
직접 두드리고 경험한 끝에 뮤지컬은 ‘좋아하는 분야’로 남겨두기로 했다. 고등학교 입학 후 시의성 높은 사회 주제를 깊이 파고드는 탐구 활동을 하면서 교육학이 뻗어나갈 수 있는 다양한 분야에 눈을 떴다. “학교를 지혜로운 사회 구성원을 길러내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는 가연씨의 고교 3년 성장기를 들어봤다.
취재 이도연 리포터 ldy@naeil.com
사진 배지은
남가연 | 중앙대 교육학과(경기 청북고)
동아리 활동으로 ‘교육적 가치관’ 확립
고교 입학 때부터 꿈이 뚜렷했기에 동아리도 그에 맞춰 교육 동아리 ‘미래를 위한 교육반’을 선택했다. 고1 수업은 공통 과목 위주로 진행됐던 만큼 동아리에서 관심 분야를 파고들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동아리에선 3월에 자신의 교육관을 담은 ‘교육관 스피치’를 했다. 5월엔 모둠 탐구 활동을 통해 구체적인 수업 실현 방안을 계획했고 이후 2학기엔 학생들 앞에서 실제로 수업을 진행했다. 가연씨는 ‘학교에서 배운 경험을 확장해 지혜로운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교사’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어 좋아하는 사회 과목과 연계해 ‘시장 경제와 가격 변동’이라는 주제로 구체적인 수업 계획을 세웠다.
“사회는 학교에서 배운 내용이 졸업 후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실용적인 과목이에요. ‘지혜로운 사회 구성원’이 되려면 사회 지식을 제대로 쌓아야 한다고 생각했죠. 특히 시장 경제라는 주제는 학생들에게도 익숙해 선택했어요. 시의성 높은 실제 사례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수업을 구성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거리였죠. 교사라는 꿈에 한발 더 다가가는 계기가 됐어요.”
경험을 동력 삼아 ‘에듀테크’ 탐구 매진
고1 때 동아리 활동을 통해 ‘이런 교사가 되고 싶다’라는 가치관을 확립했다면 고2 땐 ‘에듀테크’에 관심을 두고 교육·수업의 문제점을 해결할 방안을 모색했다. 마침 모교인 청북고는 경기도교육청이 자체 개발한 에듀테크 플랫폼 ‘하이러닝’ 선도학교라 여러 수업에서 다양한 에듀테크 플랫폼을 경험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친구들과 서로 멘토-멘티가 되어 함께 공부하면서 ‘수업 시간에는 쏙쏙 이해됐는데 돌아서면 금방 잊어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특히 수업 시간에 배운 개념을 토론 수업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궁금해졌다. 이런 호기심은 2학년 <수학Ⅰ> 시간에 기억량이 일정한 비율로 감소하는 현상을 지수함수와 연결시킨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을 탐구하는 활동으로 이어졌다. 개념의 반복과 활용, 연결이 기억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깊이 파고들었고, 이후 3학년 <생활과 과학> 수업에서는 ‘교육의 뇌과학’을 주제로 장기 기억과 작업 기억의 차이, 효과적인 개념 형성 방법 등을 파헤쳤다. 동시에 토론 수업을 원활하게 이끌 수 있는 에듀테크를 구상해나갔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상용되는 에듀테크 플랫폼은 학생 참여나 정보 전달에는 강점을 보이지만 깊이 있는 토론과 사고 확장에는 한계를 드러낸다는 점에 주목했어요.”
궁금한 점을 파고드는 탐구 활동은 고3 ‘학생중심교과융합프로젝트’에서 집약됐다.
“직접 수업을 개설해 전교생을 대상으로 수강생을 모집하고, 1·2·3학년 학생 50여 명을 모둠으로 구성했어요. 국내에서 상용화되지 않은 해외 에듀테크 플랫폼의 한국어 매뉴얼을 직접 제작하고 활용해 실제 토론 수업을 시행했죠. 그동안 진행한 탐구 활동의 아쉬운 점들을 해결한 최종 완성본과 같았어요.”
성실은 나의 힘!
가연씨는 최상위권으로 중학교를 졸업했다. 고등학교 생활도 문제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고1 1학기 중간고사 이후 선생님과 상담하며 ‘이대로는 안 되겠다’라는 위기감을 느꼈다. 무작정 공부 시간을 늘리기보다 자신에게 맞는 효율적인 공부법을 찾아나갔다. 약점을 분석하고, 개념 암기보다는 이해와 정리에 중점을 두니 2학기에는 3개의 교과우수상을 받았다. 특히 <통합과학>은 1학년 2학기 중간고사에서 3등급을 받았지만, 틀린 문제를 끝까지 파고들며 노력한 끝에 기말고사는 만점을 받아 단숨에 최종 1등급으로 올라섰다.
“1등급이 되려면 몇 명 안에 들어야 하는지 생각하기보다 만점을 목표로 공부했죠. 좌절하고 속상했던 순간에 항상 ‘괜찮다.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라고 토닥여준 부모님이 큰 힘이 됐어요.”
가연씨는 고교 3년 동안 질병 지각을 단 한 번 했다. 학생부에 기록되지 않는 보건 결석도 한 적이 없었다고. 고1 때는 바쁜 고교 생활에 적응하느라 잔병치레가 잦았지만 한 번의 질병 지각 이후 자신만의 원칙을 세웠고 고2·3 때는 모두 ‘개근’했다.
“성실함은 모든 분야에서 기본이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늦잠을 자면 임기응변으로 질병 지각이나 보건 결석을 쓸 수 있겠지만,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도 그런 방법이 통할까요? 학교는 성실하고 건강한 사회인이 되기 위해 배우는 곳이기에 스스로 ‘개근’에 큰 가치를 뒀어요. 수시를 염두에 둔 만큼 수업을 놓치고 싶지 않았고요.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컨디션을 관리하는 방법도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 있었어요.”
목표 대학의 모집 요강 속에 길이 있다
가연씨는 평소 자기 생각을 조리 있게 말하는 토론에서 두각을 나타냈기에 주위에서는 면접형 종합전형을 추천했다. 한데 자신의 학생부를 분석하고 각 대학의 수시 모집 요강을 하나하나 찾아본 가연씨의 생각은 달랐다.
“내신이 꾸준히 상승 곡선을 보였고, 교육·에듀테크와 관련해 3년 동안 일관되고 깊이 있게 탐구 활동을 이어왔어요. 또 학급 임원과 학생회 활동을 꾸준히 하며 리더십도 쌓았죠. 이런 강점들이 ‘학업 발전 정도’ ‘진로 탐색 활동과 경험’ ‘리더십’을 높게 평가하는 중앙대 수시 종합전형 융합형과 잘 맞을 거라고 판단했어요. 면접과 최저 기준이 없어서 경쟁률이 매우 높았지만 제 판단을 믿었어요. 고1·2학년 때부터 목표 대학의 모집 요강을 자세히 살펴보길 권합니다. 그 어떤 컨설팅보다 명확한 길을 찾을 수 있어요.”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1학년/
<국어> 교직 생활에 대한 궁금증과 미래 교육의 전망을 탐구하고자 <긍정적이라면 중등교사>를 읽고 ‘학생들에게 사랑을 주는 교사가 될 것’이라는 기존의 신념이 더욱 굳건해졌다고 독서일지에 기록함 <통합사회> 전염병 이후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학생이 급증한 문제를 지적하고 긴 교육 공백이 학생들에게 미칠 영향과 교육과 관련한 사회적 쟁점에 대해 분석함
/2학년/
<수학Ⅰ> 학습한 내용을 오래 기억하려면 분산 학습이 효과적이라고 주장, 이 원리를 활용해 스터디 플래너를 제작한 뒤 학급 친구들에게 배포함. 설문 및 피드백을 통해 플래너를 체계적으로 수정하고 친구들이 복습을 통해 능동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도움 <영어Ⅰ> ‘법의 확장과 교육’이라는 주제 탐구 활동을 통해 교육 관련 법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끊임없이 제정 및 개정되어 변화를 거듭하는 법이 교육 현장에 미치는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소개함
/3학년/
<영어독해와 작문> ADHD 학생을 위한 학습 동기 부여 앱을 광고하는 글을 영어로 쓰고 포스터를 제작함. AI가 계획 수립을 돕는다는 설명과 게임 요소를 적용해 참여와 몰입, 동기부여를 높이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의 효과를 다양한 표현을 활용해 구체적으로 제시함
/의미 있었던 선택 과목/
▒ <문학과 매체>_ 협업과 기획력, 표현력, 비판적 사고를 요구하는 과목이라 선택했다. 뮤직비디오 콘티 구성, 오디오북 제작, 교육 관련 VR 기기 광고 촬영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높은 몰입도를 경험했다. 과목 자체는 까다롭고 부담도 컸지만, 진로가 비슷한 친구들과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내 기억에 남는다.
▒ <교육학>_ 교육과 관련한 다양한 주제를 자유롭게 탐구할 수 있는 ‘공터 같은 과목’이었다. 3년간 이어온 탐구 활동 가운데 보완하거나 심화하고 싶은 내용을 수업과 연계해 확장할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 학습자의 인지 발달 과정과 교사의 조력 방식 등을 탐구하고, 사회 수업에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교수 전략을 학습한 일이 기억에 남는다.
▒ <심화영어>_ 다양한 에듀테크를 활용한 수업 방식이 인상 깊었던 과목이다. 모둠 활동 중심 수업을 통해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며 탐구를 확장해나가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특히 영어로 된 자료를 분석하고 표현하는 과정에서 의사소통 능력과 협업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었다. 고교 시절 가장 많이 배우고 성장한 과목 중 하나였다.
/나를 성장시킨 모교의 특색 활동_ 학생중심교과융합프로젝트/
“모교의 학생중심교과융합프로젝트는 개설하고 싶은 강의의 계획서를 제출해 승인을 받은 후 수강 희망 학생을 대상으로 직접 강의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프로젝트 활동이에요.
저는 <생명과학>과 <정치와 법> 융합 강좌인 ‘감염병 예방법, 판례로 알아보자’를 개설했어요. 코로나19 확진자의 임용시험 응시 제한 사건과 자가격리 위반 형사 판례를 중심으로 사건 개요와 판결 요지를 체계적으로 소개하고, 이와 관련된 헌법 쟁점을 분석했죠. 쉬우면서도 효과적인 교수법에 대해 깊이 고민할 수 있었어요.”
댓글 0
댓글쓰기